[현장] ‘이상호의 손바닥 뉴스’ 야외 촬영 동행 취재기

대본? 없다. 촬영 장비? 캠코더 두 대. 촬영팀? 카메라감독을 겸한 피디(PD)와, 기자, 카메라감독, 작가까지 모두 4명. 웬만한 학교 방송국도 이보단 낫겠다 싶은데, 그래도 시청자 100만 명이 넘는 ‘인기’ TV 프로그램의 야외촬영 현장이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3동의 비닐하우스촌 산청마을에서 신간 <벼랑에 선 사람들> 필진과 취재 뒷얘기 등을 나누는 장면을 찍었다. 3시간 촬영해서 15분 방송한다는데, 출연자들이 걱정한다. “이렇게 찍어도 정말 방송 만들어져요?”

물론 만들어진다. ‘스마트기기 전용 리얼 라이브 소셜TV’를 표방하는 손바닥TV의 간판 프로그램 <이상호의 손바닥뉴스>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지난해 12월 2일 개국과 함께 시작한 <손바닥뉴스>는 현재 100만~150만의 시청자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천편일률적인 공중파 프로그램에 식상한 시청자들이 ‘스마트폰에 최적화되고, 공중파 버금가는 콘텐츠가 담긴’ <손바닥뉴스>에 열광하고 있다.

 

▲ 손바닥TV 방송 화면. ⓒ 손바닥TV 캡처

짜 맞춘 대본보다 자연스러움 중시

산청마을에서는 지난 2010년 11월 마을 주민의 방화로 54가구 중 21가구가 불 타 버린 사건이 있었다. 사유지에 무허가로 세운 가건물에서 불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벼랑에 선 사람들>에 실렸다. ‘책 속에서 사회 이슈를 발굴해 낸다’는 취지를 내세우는 ‘손바닥 신간’이 그래서 이곳을 촬영장소로 선정했다.

촬영은 산청마을 인근 야산 중턱에서 시작됐다. 사람 한 둘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길에 촬영팀과 필자 5명이 불편하게 모여 섰다. 전영신 작가가 변명하듯 말했다.

“원래 이래요. 스튜디오에선 카메라를 여러 대 쓰지만, 야외 촬영은 단출하게 하죠. 화면 크기가 제한돼 있으니 굳이 대형 카메라를 동원할 필요가 없고, 조명이나 음향 같은 부분도 세세하게 신경 쓸 필요가 없어요.”

 

▲ 이상호 기자(왼쪽에서 두 번째)가 <손바닥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 임종헌

대본도 미리 만들지 않는다. 기획 단계에서 제작진이 주요 질문을 준비하고, 출연진에게 간단하게 구성을 설명한 뒤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사전에 질문지를 받고 답변을 준비하는 데 익숙한 출연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진행자인 이상호 기자는 "스튜디오에서 촬영할 때도 대개 이런 식”이라고 말했다.

“질문과 답변이 모두 준비된 상황에서 촬영에 들어가면, 시간도 많이 소모되고 프로그램도 재미없어요. 준비했던 답변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엔지(NG)가 나죠. 또 책 읽듯 말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없습니다. 관련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만 있다면, 대본이나 약속된 질의답변이 없어도 좋은 영상을 만들 수 있더군요.”

 

▲ 사전 콘셉트를 점검하는 이상호 기자(좌)와 김영우 PD. ⓒ 임종헌

이날 <손바닥뉴스> 촬영팀은 카메라 두 대를 사용했다. 카메라감독은 6mm 캠코더를 들었고, 김영옥 PD는 캠코더에 숄더리그(shoulder rig)라는 보조 장비를 장착했다. 화질은 공중파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야외촬영용 이엔지(ENG)카메라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손바닥TV가 주로 스마트폰을 통해 시청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화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사람이 많은 거리나 산청마을 같이 외진 현장을 주로 찾는 <손바닥뉴스>에는 작고 가벼운 소형 캠코더가 잘 어울린다고 김 PD는 설명했다.

 

▲ 손바닥뉴스 촬영 장면. 카메라 두 대가 촬영장비의 전부다. ⓒ 임종헌
▲ 손바닥뉴스 촬영 장면. ⓒ 임종헌
▲ 김영우 PD가 사용하는 소형 캠코더.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는 숄더리그를 장착하여 흔들림 없이 촬영할 수 있다. ⓒ 임종헌

멈추지 않고 촬영이 이어지는 것 또한 이채롭다. 방송 촬영 현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컷!”이나 “큐!”같은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출연자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찍기 위해서라고  전 작가는 귀띔했다. 이 또한 장비 제약에서 자유롭기에 가능하다. 카메라기자 외에 음향 담당이 있어야 하는 ENG카메라와 달리, 캠코더는 한 명이 다뤄도 충분하다. 저장매체나 배터리 같은 부가요소들의 크기와 무게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소셜TV, 지상파의 미래가 될 수 있을까

지난 2010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 신분으로 산청마을을 취재했던 장희재(30) 연합뉴스 기자는 “지상파 방송국 촬영 현장과 다른 점이 정말 많다”고 놀라워했다.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정혜정(27)씨도 “이렇게 찍어도 되나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상호 기자의 부드러운 진행에 출연진은 곧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시사교양과 예능을 넘나드는 <손바닥뉴스>답게 진지하게 대화하다가도 박장대소가 터져 나왔다. 이 때문에 <손바닥뉴스>를 ‘제 2의 나꼼수’로 부르는 사람도 있다고 이 기자는 말했다. 시청률은 공중파인 문화방송(MBC)에서 일할 때보다 더 신경이 쓰인다고.

“지상파 TV에서는 하루 뒤에 프로그램 시청률이 나옵니다. 하지만 손바닥TV는 초당 접속률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PD 표정이 어두워진다면 시청자가 줄고 있는 겁니다.(웃음) ‘뉴스’를 보러 왔지만, 재미없는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설교’로 넘어갈라치면 곧바로 채널을 돌리는 셈이죠. 좋은 콘텐츠 못지않게 유머가 가미되어야 시청자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 장소의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점은 <손바닥TV> 촬영팀의 강점이다. ⓒ 임종헌
▲ 『벼랑에 선 사람들』 필진을 인터뷰하고 있는 <손바닥TV>. ⓒ 임종헌

손바닥TV는 지난 해 야심차게 출범한 종합편성채널(종편)들보다 더 많은 시청자를 확보했다. 주요 시청자가 스마트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20, 30대이기 때문에 피드백이 활발하고 프로그램 참여도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제작이 쉽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 활용한 이색적인 프로그램들로 ‘볼거리’를 충분히 많이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손바닥TV가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 기자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하지만 상업적으로 성공할 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털어놨다. ‘겟글루(GetGlue)’나 ‘미소(Miso)’ 같은 해외 소셜TV가 광고 플랫폼으로 주목받는 데 반해 국내 광고주들은 아직까지 손바닥TV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있다고 한다. 개국 초반에 주목받으며 성공적으로 자리 잡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이슈를 생산하지 못하면 추락할 수 있다는 염려도 없지 않다. 다소 선정적인 프로그램 진행 방식을 놓고 일부에서 ‘막장’이라고 비난하는 점 또한 고민거리다.

 

▲ <이상호의 손바닥 뉴스> 진행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자는 손바닥TV 같은 소셜TV가 궁극적으로 공중파를 누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바닥TV는 자유롭습니다. 또 단순히 ‘보는’ TV가 아니라 ‘참여하는’ TV죠. 플랫폼에 큰 제약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템이 떠오르면 바로 시험해보고 성공 여부를 체크할 수 있습니다. 아직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지만, 소셜TV가 머지않아 공중파를 능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호의 손바닥뉴스>가 취재한 <벼랑에 선 사람들> 이야기는 26일 오후 6시 방영된다.

 

[손바닥TV] '이상호의 손바닥 뉴스' 다시보기

http://www.sonbadak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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