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 ㉕ 효율화 현황과 과제 (하)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대규모 태양광발전소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여의도역에서 여의도공원 쪽으로 가다 보면 왼편에 나타나는 지하 6층, 지상 51층의 전국경제인연합회(FKI) 건물이 ‘알고 보면’ 발전소입니다.

멀리서 보면 그냥 유리로 된 고층 건물인데, 가까이 가서 보면 외벽의 생김새가 범상치 않습니다. 매끈한 일자형이 아니라 지그재그입니다. 하늘을 향해 30도로 기울어진 면마다 ‘건물 일체형 태양광설비(BIPV)’가 내장돼 있습니다. 최대한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이 태양광 외벽에서 ‘연료비 공짜’인 태양광 전기가 자동으로 생산됩니다.

2018년 폭염에 전기생산량 40% 증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8년 7월 1일에서 31일까지 외벽과 옥상 등의 태양광 발전설비에서 만든 전기는 하루 평균 1893.54킬로와트시(kWh)였습니다. 이는 2017년도 같은 기간의 하루 평균 1318kWh보다 약 43% 많은 양입니다. 더울수록 냉방 전기료를 걱정해야 하는 일반 건물과 사정이 반대였습니다.

지난 2013년 말 준공된 이 건물에 설치된 태양광패널 면적은 5500㎡입니다. 728킬로와트(kW) 태양광모듈 3500여 개가 생산하는 전기는 바로 사용할 수 있고, 건물 전체 전기사용량의 4~7%를 충당합니다. 조명 전력으로만 따지면 전체 70%가량을 자체 조달하는 셈입니다. 이는 270여 가구가 연중 쓸 수 있는 전기와 맞먹고, 나무 8만 7000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탄소배출 감축 효과가 있습니다.

이 건물은 또 세면기에서 쓴 물을 정화해 화장실 세정용수로 쓰고, 150m 깊이의 지열을 냉난방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자원절약과 에너지효율화 장치를 가동하고 있습니다. 연 면적 약 17만㎡(5만 1028평)에 4000여억 원의 공사비를 들인 전경련회관은 국토교통부의 친환경 최우수등급 인증을 받았고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도 에너지효율 1등급 인증을 받았습니다.

에너지효율화 건물 전국에 속속 건설

기후변화 대응과 비용 절감을 위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건물들이 전국에 속속 들어서고 있습니다. 2017년 6월 인천시 남구 학익동 736일대에 들어선 인천 업사이클 에코센터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업비 50억 원을 들여 지은 지상 3층 건물은 냉방, 난방, 급탕, 조명, 환기에 쓰이는 모든 에너지를 태양광과 지열, 소형 풍력 등 자체 생산한 재생에너지로 충당합니다. 그래서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제로에너지형 건물'로 꼽힙니다.

이 건물은 또 고성능 단열재와 폐열회수 장치를 사용해 열에너지 손실을 줄였습니다. 자연채광을 최대한 활용해 조명에 필요한 전구와 전기 사용도 줄였습니다. 수명이 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활용하고, 실내에 녹지를 조성해 냉난방 효율을 높이기도 했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2018년 11월 기준 제로에너지빌딩 인증을 받은 건축물이 전국에 총 34곳이라고 밝혔습니다. 전경련 건물은 제로에너지빌딩 인증 목록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기업이 나서면 엄청난 변화 가능

정부는 공공부문이 모범을 보이면서 기업이 적극 참여하면 에너지효율화에 큰 도약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 12월 18일 ‘2019년 업무보고’를 통해 “수요관리가 에너지정책의 핵심이 될 수 있도록 국가 에너지효율 혁신전략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별 제품 단위의 에너지효율 향상을 넘어 제로에너지건물, 스마트에너지산업단지, 스마트에너지시티 등 시스템 단위의 에너지 소비구조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20년 공공부문(연면적 3000㎡ 이상)을 시작으로 2025년 민간부문(5000㎡ 이상), 2030년 모든 건축물에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하는 정책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녹색건축물조성지원법 등에 따라 건축주가 초기사업비 부담 없이 건축물의 에너지성능 개선을 추진할 수 있도록 공사비 금융이자 등을 지원합니다. 비주거 건물 1동당 50억 원, 공동주택 1세대당 2천만 원, 단독주택 1호당 5천만 원이 지원 한도입니다.

지방자치단체도 나섰습니다. 서울시는 지하철 중심의 대중교통체계를 더욱 편리하게 보완하고, 공유차 주차장 설치 등을 통해 자동차 공유를 촉진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는 가정과 학교, 기업에 에너지절약 인센티브를 주는 에코마일리지 제도와 건물에너지효율화, 에너지 자립마을 등 다양한 시민참여 사업도 펼치고 있습니다.

전력판매구조 개편, 산업용 전력요금 현실화 필요

제로에너지빌딩 확대 등 에너지효율화 촉진을 위해 시급히 보완되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노원환경재단 원영준 팀장은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건물에서 쓰고 남은 재생에너지 전기를 원활하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한국전력의 독점 완화 등 전력판매구조 개편이 필요합니다.”

계명대 김해동(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전기사용량의 50% 가까이 차지하는 산업부문이 분발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이 싸기 때문에 기업들이 에스코(에너지절약컨설팅)를 통해 효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잘 하지 않습니다. 가정용 전기처럼 산업용도 누진제를 적용하거나 가격을 올려서 소비효율화를 압박해야 합니다.”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산업용 전력은 경부하 시간대인 밤 11시~오전 9시에 원가 이하로 판매되는 등 가정용과 비교하면 훨씬 싼 요금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산업용과 상업용 전력요금은 발전소에서 멀수록 비싼 요금을 물리는 ‘거리병산제’와 사용량이 몰리는 일정시간대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피크요금제’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에서 생산된 전기를 수도권에서 쓰는 경우 송전과정에서 손실되는 부분을 고려해 더 비싼 요금을 물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이며 대책을 촉구했습니다.

“주상복합 등 유리 외벽으로 된 고층건물들은 ‘그린하우스 효과’ 때문에 일반 건물의 몇 배나 되는 전기를 씁니다.”

개인과 가정, 생활 속 작은 실천도 중요

각 가정과 개인의 생활 속 실천도 중요합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018년 11월 12일 대구시 동성로 야외무대에서 일상생활 속 에너지효율화를 촉구하는 ‘월화수목금토일 착한에너지’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내복이나 목도리 등 방한용품으로 체감온도 올리기’ ‘가정용 보일러 청소’ 등 실천방안을 제안했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 홈페이지를 보면 “내복이나 카디건, 목도리 등은 체감온도를 3도(℃)정도 올리고 난방에너지의 20%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에너지공단은 또 “보일러 연통과 내부를 정기적으로 청소하면 10%의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보일러를 고를 때 KS(한국공업규격) 표시가 있고 ‘에너지소비효율등급’이 1등급인 제품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가정용 가스보일러는 전체 도시가스 사용량의 50~60%를 차지하는 대표적 에너지 다소비기기인데, 1등급 제품은 3등급보다 12%가량 에너지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서울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 김소영 대표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에너지를 필요한 만큼 쓰고 대가를 지급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기후변화의 위협이 심각한 지금은) 필요한 만큼 다 쓸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에너지가 새는 곳은 어디인가, 환경개선은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가 등을 따져서 전력소비량을 줄이는 계획을 각 가정이 마련해야 합니다.”

출연: 이현이 안재훈 이주연 기자

편집: 이현이 안재훈 기자

출처: <마지막 비상구> (제정임 엮음)

디지털 시대의 멀티미디어 실험에 앞장서는 <단비뉴스>가 ‘소리뉴스’를 시작합니다. 2020년 ‘올해의 환경책’으로 선정된 <마지막 비상구>를 환경부 기자들이 목소리로 전합니다. 이 책은 <단비뉴스>가 2017년 9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연재한 ‘에너지 대전환, 내일을 위한 선택’ 시리즈를 엮어낸 것입니다. 석탄·석유·원전 등 기후위기와 방사능재난을 부르는 ‘위험한 에너지’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할 길은 무엇인지 모색했습니다. 소리뉴스는 이 책 중 3부 ‘에너지 대전환은 가능하다’부터 시작합니다.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는 기후재난의 현장을 조명하고, 파국을 막을 대안을 모색하는 내용입니다. 탈원전 논란과 에너지정책을 다룬 1, 2부는 그다음에 이어집니다. 이 기사들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올해의 좋은보도상’과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의 ‘올해의 영데이터저널리스트상’을 받았습니다. 시각장애인을 포함, 더 많은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시작하는 단비 소리뉴스. 주 1회 <단비뉴스>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 실립니다. (편집자)

① ‘기후붕괴 시대’ 위협받는 삶의 현장

② ‘세계 4대 기후 악당’ 한국이 받는 벌

③ ‘트럼프의 훼방’에서 파리협정 살리기 

④ 달려가는 유럽, 끌려가는 한국

⑤ 화석연료 줄여도 경제는 쑥쑥 성장

⑥ ‘1달러 골리앗 크레인’ 탄식 뒤의 기적

⑦ 실업자 없는 에너지 자립촌 펠트하임

⑧ 재생에너지가 이끄는 유럽 최강 경제

⑨ 태양광·풍력으로 프랑스에 전기 수출

⑩ 석유파동 후 세계 1위 풍력기업 탄생

⑪ 거리엔 자전거 물결, 국민 건강은 '쑥쑥'

⑫ 태양열과 소금으로 밤에도 전기 생산

⑬ 금융위기에 흔들린 재생에너지 강국 스페인 

⑭ ‘바람은 모두의 것’ 제주의 실험

⑮ ‘주민 배제’가 ‘결사반대’ 낳았다

⑯ 해상풍력 잠재력, ‘조선업 이상’

⑰ '원전 줄이기' 시동 건 햇빛발전협동조합

⑱ 의도적 허위정보가 반감 조장

⑲ 옥상·주차장·도로 등 태양광 설치할 곳 수두룩

⑳ 무심코 쓴 일회용품이 기후재난 재촉한다

㉑ 플라스틱 등 자원 순환에 인공지능도 출동

㉒ 내가 버린 플라스틱, 내 식탁으로 돌아온다

㉓ 태양광 전기, 지열 냉난방으로 에너지 자립한 집

㉔ ‘에너지 덜 쓰고 전기 만드는 건물’ 속속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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