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이야기] 긴장 풀고 즐기는 ‘갈라 쇼’의 베스트로 꼽아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응원하는 관객들도 조마조마한 마음이 될 때가 많지만, 선수들의 긴장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쇼트’, ‘프리’ 등 경기 프로그램에서는 점프와 스핀 등 규정 요소를 ‘칼같이’ 이행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점프에서 착지하다가 에지(날)가 조금만 틀어져도 바로 감점이다. 목소리가 나오는 음악을 사용하거나, 여자 선수가 치마 아닌 바지를 입는 경우도 규정 위반으로 점수를 깎인다. 차가운 얼음판 위에서 자로 잰 듯 연기하되 아름다워야 한다는 부담감. 그러나 이 중압감을 이겨내고 종합순위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면 이제 축제의 시간, ‘갈라 쇼’에 서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

 

피겨 선수 데뷔 이후 전대회 3위 내 입상한 전무후무한 기록

대개 경기가 끝난 다음 날 열리는 갈라 쇼는 기술, 음악, 의상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선수들은 부담 없이 마음껏 연기를 펼친다. 점수를 의식하지 않고 관객과의 호흡을 중시하다보니 객석의 호응도 더 뜨겁고, 본 경기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장면들도 많이 나온다. 피겨 선수로 데뷔한 이래 모든 국내외 대회에서 3위 안에 입상한 김연아 선수는 그만큼 많은 갈라 연기를 선보인 스타. 그렇다면 김 선수가 가장 애착을 갖는 갈라 프로그램은 무엇일까.

오는 5월 4일부터 사흘간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특설링크에서 ‘이원(E1)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2’ 공연을 갖는 김 선수는 23일 자신의 역대 최고 갈라 작품으로 ‘타이스의 명상곡’을 꼽았다. 김 선수의 매니지먼트사인 ㈜올댓스포츠에 따르면 김 선수는 “만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챔피언으로서 가장 어울릴만한 곡이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안무가인 데이비드 윌슨이 이 곡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프랑스 작곡가 쥘 마스네가 1894년 발표한 오페라 <타이스>에 삽입된 이 명상곡은 서정적인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널리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후 김 선수는 이 곡에 맞춰 감성적이고 애절한 연기를 펼쳐 수많은 팬과 피겨전문가의 찬사를 받았다. 김 선수 자신도 “음악에 빠져들어 연기 도중 눈물을 흘릴 뻔 했다”고 말했다.  

 

▲ 2011 올댓스케이트섬머 아이스 쇼를 앞두고 연습 중인 피겨 선수들. ⓒ 정혜정

김 선수는 ‘타이스의 명상곡’ 외에 2007-2008 시즌 공개한 맨디 무어의 ‘온리 호프(Only Hope)’와 2010년 올림픽 시즌 후 선보인 라 루의 ‘블렛프루프(Bulletproof)’도 좋아하는 갈라 프로그램으로 꼽았다. 인터넷으로 음악을 듣다가 직접 선곡했다는 ‘온리 호프’에 대해 김 선수는 “개인적으로 의상, 음악, 안무가 모두 마음에 드는 작품”이라고 애정을 보였다. 또 힙합 음악을 배경으로 강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블렛프루프’에 대해서는 “가사가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데이비드 윌슨은 한 인터뷰에서 “블렛프루프는 여자들에게 ‘강해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데 김연아의 매혹적인 아름다움과 강인함이 여성들에게 롤모델로 비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밝혔다.

'찌질한 남자'로 변신하는 피겨 '여왕'에 기대 만발

다음 달에 열릴 아이스 쇼에서 김 선수는 마이클 부블레의 곡 ‘올 오브 미(All of Me)’에 맞춰 페도라(모자)와 바지 차림으로 연기하는 ‘여왕의 남장’을 보여줄 예정이다. 점프 없이 현란한 스텝으로 안무를 구성했고 ‘찌질하면서 귀여운’ 남성의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라고 한다. 한편으로 영국 여가수 아델의 ‘썸원 라이크 유(Someone Like You)’에 맞춰 애절한 감성연기도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연아 선수가 가장 애착을 갖는 경기 프로그램은 어떤 작품일까. 김 선수는 자신의 공식홈페이지에 ‘가장 좋아하는 경기 프로그램 베스트3’로 2010년 올림픽시즌의 프리 프로그램인 ‘조지 거쉰의 피아노협주곡 바장조’, 같은 시즌 쇼트 프로그램인 ‘제임스 본드 메들리’, 그리고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을 안겨준 쇼트 프로그램,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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