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기 대학언론인 캠프, '뿌듯함' 안고 막 내려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개설한 '제3기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에 참가한 김다솔(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씨가 <단비뉴스>에 송고해온 것입니다. <단비뉴스>는 기사제보나 댓글을 통한 독자와 제작진의 의견교환은 물론이고 독자에게 기사작성까지 허용함으로써 함께 만들어가는 '뉴미디어'가 되고자 합니다. 특히 언론인지망생들의 기사작성 참여를 환영하며, 저널리즘스쿨이 만드는 매체의 특성을 살려, 보내온 기사는 언론사 출신 교수진이 철저히 '데스크'를 본 뒤 싣게 됩니다. <편집자> |
[캠프 참가 후기] 상식과 고정관념을 뒤흔든 강의들
2~4일 사흘간 충북 제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서 '제3기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가 열렸다. 이 행사는 숙식과 강의가 모두 무료로 제공돼 매번 꽤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다. 이번에도 전국 대학 졸업생과 고학년 재학생 위주로 60명이 선발돼 전/현직 언론인 출신 강사들의 강의를 듣고 기사나 기획안 작성 등을 실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2일 아침 장대비에 젖어 더욱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 세명대 캠퍼스에 참가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같은 직업을 택하려는 사람들이라는 동질성만으로도 동료의식이 쉽게 싹트는 걸까? 참가자들은 잠시 서먹서먹한 모습이었지만, 한나절만 지나면 오랜 친구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봉수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의 인사말에 이어 바로 그의 강의가 시작됐다.
'세계 일류 언론과 한국 언론'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그의 강의는 한국 언론의 보도행태에 길들여진 우리의 고정관념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것이었다. 불과 몇 년 전 영국 런던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언론인 출신 교수답게 혁신을 거듭하는 세계 주요 언론의 모습과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 우리들에게 한국 언론을 바꾸는 '새 피'가 되어줄 것을 당부했다.
두 번째 강의는 최종한 교수의 'PD를 위한 영상예술'이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Art Institute)에서 실험영상을 전공한 최 교수의 강의는 다양한 영상자료를 보여주면서 진행돼 매우 신선했다. 영상에서 중요한 것은 테크닉보다 '시간'과 '미학'임을 강조하면서 “시간의 움직임을 찾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 뒤에는 경북대 남재일 교수가 '한국 사회를 읽는 몇 가지 코드' 라는 주제의 강의를 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한국사회 근대성 탐구'라는 강좌를 맡고 있기도 한 그는 때로는 자유롭게, 때로는 타이트하게 학생들을 쥐락펴락했다. 그는 언론인으로서 '성형미인'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명제들을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 사회경제적, 거시적인 안목으로 볼 것을 주문했다.
신문쟁이 방송쟁이 교수들, 실전 비법을 전하다
네 번째 강의는 저널리즘스쿨에서 '취재보도실습' 등을 강의하는 제정임 교수가 맡았다. 제 교수는 오랜 기자 경험을 살려 '스트레이트 기사 똑바로 쓰기'라는 주제로 강의하고, 인터뷰 기법과 인터뷰 기사 쓰는 요령도 정리해주었다.
첫날 마지막 강의는 'PD는 기획으로 말한다'는 제목으로 권문혁 교수가 진행했다. 권 교수는 <MBC>에서 25년간 PD로 근무하며 <PD수첩> <사과나무> <생방송 화제집중> 등 주요 프로그램을 맡았다. 학생들의 피곤함을 알고 있는 듯 적당히 유머를 섞어가며 강의를 진행했다. 이른바 '잘 나가는' 프로그램과 '안 되는' 프로그램들을 예시하며 ‘프로그램 흥행 조건’에 대해 말했다.
교수들의 열강은 정해진 시간을 넘기기 일쑤여서 쉬는 시간과 식사시간을 잠식하고도 한 시간이나 늦은 자정이 지나서야 모두 끝이 났다. 짧은 기간이지만 최대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하려는 교수진의 열정을 느끼며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 날 강의는 이봉수 원장의 '개인DB 만들기와 칼럼쓰기’로 시작됐다. 밤늦도록 대화를 하느라 피곤해 보이는 이들도 많았지만 ‘비법’을 공개하는 이 원장의 강의는 예비언론인들의 머리를 한대씩 쥐어박는 듯했다. 이 원장은 “뛰어난 언론인이 되려면 개인 데이터베이스를 잘 구축해야 한다”며 자신이 만든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의 일부와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다음은 <한겨레> 조홍섭 환경전문기자의 ‘자연보도 신화 벗기기’. 그는 환경문제 보도와 관련해 선구적 업적을 남겼고 환경기자클럽 결성을 주도하기도 했다. 그는 충격적인 영상자료들을 보여주며 한국언론의 자연보도가 어떻게 잘못되고 있는지를 적시했다.
기사 쓴 뒤 마시는 술 맛, 이 맛에 기자 하나
점심 식사 뒤에는 <한겨레21> 안수찬 사회팀장이 강의를 맡았다. 그는 최근 팀원들과 함께 몇 주간 힘든 일을 각자 체험하고 쓴 ‘노동OTL’기사로 기자협회로부터 기자상을 받았고, 그것을 <4천원 인생>이란 제목의 책으로 묶어냈다. 그는 “기자 노릇을 하는 것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안 기자를 대상으로 한 짧은 인터뷰가 끝나자 기자/PD지망생으로 나뉘어 각각 기사와 칼럼, 프로그램 기획안작성 실습을 했다. 90분간 머리를 쥐어짜며 기사와 기획안을 써내자 드디어 해방의 시간. 캠프 참여자들은 경치 좋은 호수 옆 골짜기에 자리잡은 음식점으로 안내됐다. 저널리즘스쿨 출신 선배기자들과 재학생도 합석해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다. 푸짐하게 차린 오리고기와 돼지삼겹살 바비큐, 노무현 대통령이 맛에 취해 내리 여섯 잔을 마셨다는 대강 막걸리를 먹고 마시며 자기소개도 하고, 노래와 춤, 연예인 목소리 흉내내기 등 장기자랑도 했다.
‘사고 친 3기’ 그리고 에필로그 김다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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