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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아닌 ‘달팽이 별’의 우주인이죠
[영화] 손끝으로 이야기하는 영찬과 순호 부부의 삶과 사랑
2012년 04월 20일 (금) 23:26:21 유성애 기자 twinkling0523@gmail.com

당신이 만약 지금 이 기사를 ‘읽고’ 있다면, 당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다. 당신이 만약 옆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역시 운 좋은 사람이다. 적어도 영찬씨 보다는 그렇다. 시각과 청각에 모두 장애가 있는 조영찬(41•대학원생)씨는 밤과 낮을 겨우 구별할 정도의 시력과, 소리는 들리지만 발음은 알아듣지 못하는 청력을 가졌다. 눈을 떠도 보이는 건 연기 속에 갇힌 것처럼 희뿌연 형상뿐이다.

   
▲ 3월 개봉한 이 영화는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 달팽이의 별

오로지 두 손의 촉각에 의지해 살아가는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는 아내 김순호(49)씨가 있지만 사실 그녀의 모습을 제대로 본 적도, 말소리를 들은 적도 없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처럼 자신만의 별에서 달팽이처럼 느리게 살아가고 있는 영찬씨. 이승준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별>은 이런 영찬씨와 순호씨의 일상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지난 16일 저녁 7시 충북 제천시 청전동 제천영상미디어센터에서 <달팽이의 별> 상영회가 ‘감독과의 대화’와 함께 열렸다. 지난달 서울 아리랑시네센터, 시네코드선재 등에서 영화가 개봉된 뒤 다큐 필름으로는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후원으로 순천, 고양, 강릉 등 각 지역미디어센터가 동시에 상영회를 갖고 있다. 

장난치듯 손가락을 두드리는 ‘점화’…느리지만 지극한 소통 

사람의 눈, 귀, 가슴들은
대부분 지독한 최면에 걸려있거나
강박에 사로잡혀 있거나
자아의 깊은 늪에 빠져
세계를 전혀 모른 채로 늙어간다
그런 눈과 귀에서 자유로워지려면
나처럼 우주인이 되면 된다

- 조영찬의 자작시 01

어두운 공간에 부유하면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영찬씨는 스스로를 ‘우주인’이라 부른다. 고립되어 외로웠던 우주인. 그러나 이제는 환한 세상으로 나와 나무와 꽃, 빗방울을 만지며 소통하는 행복한 우주인이 됐다. 그가 이렇게 바뀐 데는 아내의 역할이 컸다. 척추장애를 가진 순호씨는 작은 키에 허리가 굽었다. 둘은 1998년 한 신앙공동체에서 처음 만난 뒤 함께 살게 됐다. 이들 부부는 ‘점화(點話)’로 이야기를 나눈다. 영찬씨의 손등에 순호씨가 손을 포개고 손가락으로 점자를 치는 방식이다. 그러면 영찬씨는 이를 알아듣고 어눌한 발음으로 말한다. 

   
▲ 늘 함께 하며 ‘같은 날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영찬과 순호씨. ⓒ 달팽이의 별

순호씨는 정성스레 차린 밥상을 앞에 놓고 영찬씨 손을 잡아끌어 김치는 여기, 콩나물은 저기 있다며 알려준다. 남편의 손등을 피아노 건반 연주하듯 톡톡 두드리는 장면은 연애하는 커플이 장난치는 것처럼 아기자기하게 보이기도 한다. 모든 대화가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하니 생활은 자연스럽게 느려질 수밖에 없다.

안방 형광등을 교체하는 장면. 전구가 나간 것을 본 순호씨는 천장에 손이 닿지 않아 전전긍긍한다. 영찬씨가 순호씨를 목마 태워보지만 잘 안된다. 결국 영찬씨가 침대 위에 올라가 손으로 전구를 더듬는다. 순호씨가 점화로 일러주는 대로 이리저리 만지다 겨우 전구를 갈아 끼우는데 성공한다. 이 장면은 10분이 넘게 그대로 화면에 비춰졌다. 느리고 답답하지만 이 또한 달팽이 부부가 살아가는 방식. 이들은 어린왕자와 여우처럼, 서로를 길들여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겨울 바다를 ‘바람 부는 냉장고’로 느끼는 남자

태어나서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한 번도 별이 있다는 것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밤에도 태양은 우리 발 아래쪽에서 불을 뿜고 있다는 것을 안다
사람의 시력이나 청력이라는 것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주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뿐이다
때가 되면 그들은 주인에게로 돌아올 것이다

-조영찬의 자작시 02

영찬씨는 보고 듣지 못하는 대신 그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만약 누군가 ‘겨울 바다’라고 말하면 평범한 사람들은 볼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과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 스산한 풍경 따위를 떠올리겠지만 영찬씨는 처음 가 본 겨울 바다를 ‘바람 부는 냉장고 같다’고 말한다.

   
▲ 올해 초 대학원에 입학한 영찬씨의 최종 꿈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다. ⓒ 달팽이의 별

나무를 알기 위해 이리저리 만지고 포옹하고, 앉은 채로 얼굴을 갖다 대고 향기를 맡기도 한다. 기차가 터널을 지날 때는 옆에 앉은 순호씨에게 터널이 뭔지 물어본다. 그리고는 말한다. “구멍이 뚫려서 산들의 옆구리가 허전하겠다.”

영화 중간 중간에는 몽환적인 영상과 함께 둔탁한 타악기와 희미한 피아노 소리가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영찬씨가 느끼는 세계를 표현한 셈이다. 영찬씨의 자작시도 본인 목소리로 소개된다.

영화는 85분간 영찬씨가 학교에서 시험을 치르는 모습,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장면 등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보여준다. 부부는 정부의 기초생활수급에 의존해 가난하게 살지만 영화는 궁핍함을 부각하지 않는다. 장애인을 다룬 여느 작품들과 달리 슬픈 음악을 깔아 어설픈 동정심을 유발하지도, 역경을 극복하는 ‘인간승리’를 그리지도 않는다. 운동한다며 뜀박질 하는 영찬씨가 ‘제자리’에서 뛰는 데도 자꾸만 뒤로 가는 모습에서 피식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지난 2002년 <폐허, 숨을 쉬다>로 데뷔한 이승준 감독은 우연한 기회에 영찬씨를 만난 후 그의 재치와 발랄함에 반해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앞을 볼 수 없는 영찬씨가 과연 어떤 식으로 상상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영화를 찍는 2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그를 이해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의 결과, 영화는 감각적인 영상과 배경음악으로 국제적인 호평을 받았다. 2011년 암스테르담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장편 경쟁부문과 지난 3월 브라질 국제다큐멘터리 영화제 중장편 국제경쟁부문에서 각각 대상을 수상했다.

이제는 영찬씨의 절친한 친구가 된 동갑내기 이 감독은 “영화를 찍는 내내 그의 유쾌하고 인간적인 매력에 끌렸다”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밝혔다. “손으로는 가짜 표정을 지을 수 없다”고 말하는 영찬씨. 그는 평범한 사람들이 못 보고 못 듣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축복’을 받은 사람처럼 보였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은 사람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하여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거다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하여
잠시 귀를 닫고 있는 거다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하여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고 있는 거다

- 조영찬의 자작시 03

영찬씨는 자신이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에게 동정은 필요 없다. 이승준 감독과 함께 제천영상미디어센터를 찾은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소수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건 그들을 대상화(타자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와 같은 사람’으로 대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달팽이의 별>은 국내 최초로 ‘장벽제거(Barrier Free)’ 버전을 일반판과 함께 개봉했다. 시청각장애인을 배려해 화면 하단에는 자막이 나오고, 동시에 스피커에서는 음성으로 장면 해설이 나오는 영화가 ‘배리어프리’ 버전이다. 관객은 일반판과 배리어프리 중 원하는 버전을 골라 관람할 수 있다.

일반 관객들에게는 이 배리어프리 버전이 산만하고 정신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쯤 눈을 감거나 귀를 막고 시청각장애인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중 일부’가 어떻게 느끼며 사는 지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광주시 서구 치평동의 5.18교육관에서는 장애인의 날인 20일부터 이틀간 ‘제 1회 배리어프리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이번 기회에 <달팽이의 별>로 여행을 떠나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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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별에서 어떻게 아가고 있는지.
지독한 최면에 걸려 혼자 끙끙대는 게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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