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5시 30분. 4대강 공사중단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서울광장이 시민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집회 시작까지 아직 1시간 가량이나 남았는데도 광장에는 이미 '다음 아고라' 깃발이 내걸렸다. 전국사무금융노련, 골재원 노동조합, 민주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의 깃발도 보였다.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도 일찌감치 도착해 시민들과 악수를 나눴다.

프라자호텔쪽 광장에는  천막을 치고 서명을 받는 단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했다. ' 4대강 대학생 순례단'은 4대강 사업 반대 서명을 받고 있었고, '행동하는 소비자연대' '8.15평화행동단' '언론개혁시민연대' 등은 공동으로 KBS수신료 인상 거부 서명운동을 벌였다. 천막 앞에는 20여개의 투명한 비닐 우산에  '어용방송 KBS' '정신차려 KBS' '4대강 내버려둬'등의 문구가 쓰여있었다. 이소연(49) 씨는 정부가 국민에게 내던지는 '수신료 폭탄'  '4대강 폭탄'을 우산으로 막아내자는 뜻에서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 행동하는 언론소비자 연대 관계자가 '4대강 폭탄'과 'KBS수신료 폭탄'을 막아내자는 구호를 비닐우산에 쓰고 있다. ⓒ 이태희

 


천막 앞에는 한 가족이 앉아 촛불을 켜들었다. 아이들은 촛불이 꺼질까봐 우산으로 빗물을 막았다. 지난 광우병 촛불집회때도 대여섯번 참여했다는 조윤석(39)씨는 "학교에서는 민주시민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못한다"며 "아이들에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함께 왔다"고 말했다.

 

 

 

▲ 자전거를 타고 집회에 참가한 김옥수 씨 ⓒ 이태희

강북구에 사는 김옥수 씨는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30분을 달려왔다. 그는 "전국의 강줄기를 돌아보며 자전거투어를 했다"며 "아름다운 강을 망가뜨리는 것은 나라 전체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것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시청역 주변에서는 4대강 공사현장을 고발한 사진전도 열렸다. 남한강 도리섬과 강천보 주변의 사진들, 멸종위기종인 '표범장지뱀'의 사진을 바라보던 백연례(61)씨가 혀를 '쯧쯧'차며 말했다.

"강을 다 뒤집어 단장해 놓으면 돈 있는 사람은 관광하고 다녀도, 없는 사람은 다니지도 못하는거 아녜요?"
 

 


 

▲ 아프리카 생중계 중인 '망치부인' 이경선 씨 ⓒ 이태희

인터넷 개인방송 아프리카에서 '망치부인'방을 운영하는 이경선(39) 씨도 서울광장에 나왔다. 평소 개인방송에서 정부와 사회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그녀가 처음으로 집회 현장 생중계에 나선 것이다. '망치부인'의 방송을 즐기던 시청자들도 그녀와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4대강 사업반대를 위해 단식투쟁도 하고 이를 아프리카 개인방송으로 보여주기도 했다는 그녀는 "오늘이 허가된 첫 야간집회인데다 시청광장이 열린 날이라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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