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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란언니’는 어디에도 머물 수 없네
[단비발언대] 서영지
2012년 04월 15일 (일) 21:19:20 서영지 기자 syj326syj@naver.com
   
▲ 서영지 기자

아코디언을 전공한 20대의 목란은 북한에서 촉망받는 예술가였다. 김일성, 김정일 부자 앞에 불려가 연주할 정도였다. 하지만 억울한 밀수사건에 엮이게 되고, 부모에게 돌아갈 피해가 걱정되자 탈북을 결심한다. 천신만고 끝에 시작한 남한에서의 생활은 그러나 결코 녹록치 않았다. 브로커에게 속아 탈북자 정착금과 임대아파트 보증금까지 날리고 말았다. 남한에서도 희망이 없다는 생각에, 목란은 차라리 북한으로 돌아가 부모 얼굴이라도 보고 죽겠다고 결심한다.

목란은 은밀히 재입북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정부나 다름없는 간병인으로 취업한다. 룸살롱을 운영하는 중년여성 조대자의 집이다. 목란은 우울증을 앓는 조대자의 큰 아들에게 아코디언을 가르치고, 철학교수인 둘째 아들이 학과폐지 위기를 고민하자 자기 일처럼 걱정해 준다. 잘 안 풀리는 시나리오 작가인 조대자의 딸을 위해 아이디어를 짜주기도 한다. 목란의 눈에는 룸살롱 여주인 가족의 삶이 문제투성이지만, 어쨌든 돈을 벌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비위를 맞추며 살아간다. 

하지만 어느 날 사업이 어려워진 조대자가 종적을 감춰버린다. 돈을 못 받게 된 목란은 악에 받쳐 삼남매를 다그치고, 한 편으론 애걸도 한다. 꿈을 버리고, 자존심도 버렸지만 매정한 현실 앞에 절망하게 되는 삶. 지난 7일 막을 내린 연극 <목란언니>는 어느덧 ‘2만 명 시대’를 맞은 탈북자들의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연극에서 사연의 주인공은 무대 아래에서 배우의 아코디언 연주를 대신했다. 굶주림에 지쳐, 혹은 탄압이 두려워 ‘남한에 가면 지금보단 낫겠지’하는 기대를 안고 2006년 이후 매년 2000여 명의 탈북자가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쓰디쓴 현실에 눈물짓는 또 다른 ‘목란언니’가 되는 형편이다.

목란언니처럼 사기를 당하고 돈을 다 떼이는 불운까지는 아니어도 대다수의 탈북자들은 남한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경계심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고 말한다. 통일부의 설문조사와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북한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번듯한 일자리에 취업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다름없다고 한다. 말투가 이상하다는 이유로 아예 문전박대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 운 좋게 취업이 되더라도 동료들이 회식자리에 부르지 않고, ‘스파이’라고 쑥덕대는 등 ‘왕따’를 시켜 고립감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퇴직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지난해 실시한 전수조사결과를 보면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탈북자는 10명 중 6명도 채 되지 않았다. 취업을 했어도 상용직은 45.4%에 불과하고, 일용직(32.3%), 임시직(15.2%)이 많았다. 경제활동 중인 탈북자의 90%가량은 소득이 월 200만 원 이하였다. 대다수의 탈북자는 스스로를 ‘하류층’이라고 인식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사람들의 차별 때문에 남한 생활이 괴롭다고 입을 모았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를 북한에 송환한다고 하면 ‘비인도적’이라고 비난의 목청을 높이면서 막상 우리 곁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을 차별하고 소외시키는 세태. 이 때문에 연극이 아닌 현실에서도 “차라리 북에 돌아가 죽는 게 낫겠다”며 극단적 결심을 하는 탈북자들이 나온다고 한다. 북한에도 남한에도 설 자리가 없는 목란언니들. 그들을 절망케 하는 ‘남쪽 사람들’이 탈북자를 송환하는 ‘중국 공안’을 과연 떳떳하게 비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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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 (121.XXX.XXX.98)
2012-04-16 10:33:39
냉대를 받다가 탈북자들이 나중에 증오를 터뜨릴까 두렵네요. 요즘 세상이 워낙 흉흉하다보니.. '한 가족으로 끌어안자'는 단순한 마음이 아니라, '한국 사람에 분노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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