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진 사람들] ② 회복의 길 다지려면 교육 등 체계화해야

<남겨진 사람들> 글 싣는 순서

①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아십니까
② 교육 없이 투입부터 되는 유가족 전담 공무원
③ 회복은 남겨진 사람들의 권리


유가족이 바라본 유가족 전담 공무원

#1.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화재 참사 다음 날, 김선애(42) 씨가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있을 때였다. 시청 관계자들이 다가와 “선생님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있으니까 필요한 거 있으시면 (그 공무원에게) 전화하시면 돼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김 씨는 유가족 전담 공무원의 존재를 어렴풋이 알게 됐다. 이튿날 그는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만났다. 김 씨는 “이천시는 처음이어서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전담 공무원이 있어) 도움이 많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도 그랬다. 우리 가족을 맡아준 분은 되게 친절했다”고 회상했다.

#2. 김 씨와 같은 곳에 있던 나소연 씨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김홍규 이천시 교통행정과 팀장이었다. 나 씨는 “추모 공간에 있으면 참사가 어떻게 수습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데, 김홍규 팀장이 잘 알려주셨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나 씨와 5번 정도 직접 만났다. 김 팀장은 나소연 씨와 동생 나소정 씨가 마음을 추스를 때까지 옆에서 묵묵히 기다렸다.

김 팀장은 나 씨에게 “슬픈 사고로 알게 된 사이지만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 씨는 2년이 지난 후에도 이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 씨는 합동 영결식이 끝나고 이천시를 떠나 서울로 돌아가기 전 김 팀장에게 짧은 엽서를 보내 감사함을 전했다.

“(김 팀장님은) 아버지를 보내드릴 때까지 가족처럼 옆에 있어 주셨어요. 존재만으로도 의지가 됐어요.”

나소연 씨와 동생 나소정 씨가 유가족 전담 공무원인 김홍규 팀장에게 보낸 감사 편지. ⓒ 김홍규
나소연 씨와 동생 나소정 씨가 유가족 전담 공무원인 김홍규 팀장에게 보낸 감사 편지. ⓒ 김홍규

#3. 광주광역시 학동 건물 붕괴 참사 직후, 이진의(38) 씨는 넋이 나간 상태였다. 이 씨는 당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떠올렸다. 그런 이 씨에게 김수희 광주 동구청 청년체육과 과장이 다가와 “제가 담당입니다”라고 말하며 인사했다. 김 과장은 “여기(장례식장) 앞에 항상 있을 테니 필요하신 거나 문의 사항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이 씨는 장례를 치르는 사흘 동안 기존 업무를 내려놓고 자신을 위로해준 김 과장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참사 후 8개월이 지난 올해 2월에도 이 씨는 김 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김선애 씨와 나소연 씨는 2년 전 이천 한익스프레스 참사로 아버지를 떠나보냈다. 이진의 씨는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참사로 어머니를 잃었다. 세 사람은 참사 발생 후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배정받았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에 관해 묻자 유가족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감정은 ‘고마움’과 ‘미안함’이었다.

이들은 유가족 전담 공무원의 존재만으로도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망신고나 재적 처리를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행정 처리할 때 김 과장이 큰 도움을 줬다고 고마워했다. 김 씨는 자신을 담당한 전담 공무원에게 필요한 걸 말하면 거의 바로 도와줬다고 했다. 김 씨는 “고마우면서도 매번 부탁해야 하는 상황이 미안했다”고 말했다.

전담 공무원이 없던 시절의 참사 피해자도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 유가족의 회복에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했다. 전재영 2·18 안전문화재단 사무국장은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당시 대구시 차원에서의 지원은 있었지만 전담 공무원과 같은 1 대 1 지원은 없었다고 했다.

“대구 지하철 참사에선 희생자가 불이 난 지하철 안에 있었다는 걸 유가족이 직접 증명해야 했어요. 고열 때문에 참사 현장에서 희생자 DNA가 안 나올 수도 있다고 해서요. 대구 지하철을 타기까지 제 가족의 경로를 (희생자 신원 확인) 증빙 자료로 내려고 기차역에 CCTV 열람을 요청했죠. 사정을 설명했는데도 개인 정보 때문에 (열람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거의 생떼 부리듯 한 뒤에야 CCTV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 사무국장은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 있었더라면 증빙 서류 발급을 부탁하는 등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았을 것 같다. 처리 속도도 빨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들이 처음부터 유가족에게 고마운 존재인 건 아니었다. 이진의 씨는 “참사 직후에 가족들 외에는 다 보기 싫었다. 다 저희 어머니 돌아가시게 한 사람들 같았다”고 말했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의 존재를 기사로 먼저 접한 점도 한몫했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 배치 소식을 전하는 기사는 참사 당일에 나왔지만, 이 씨가 실제로 전담 공무원을 만난 건 그다음 날이었다.

“뉴스에서는 ‘전담 공무원이 배치돼 유가족을 위로하는 중’이라고 나오는데 정작 저희는 그 사람들을 만난 적이 없었어요.” 감정이 가라앉고 난 뒤 이 씨의 머릿속에는 조금씩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들이 생판 모르는 저희를 돕느라 잠도 못 주무시는 모습이 조금씩 보이더라고요. 밤늦게까지 장례식장 구석에서 쉬시면서 집에도 못 가실 때 죄송스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김 과장님께 ‘이만 가시라’고 했는데도 과장님은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있어야 한다’고 하셨어요. 저희 어머니 화장할 때는 바깥에서 기다리고 계셨다가 같이 이야기도 나누고 커피도 마셨습니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 아직은 반쪽짜리 해답

유가족들에게 유가족 전담 공무원은 필요하고 고마운 존재였지만, 회복을 위한 충분한 해답이 되지는 못했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참사와 광주 학동 참사의 유가족들은 자신을 담당했던 공무원 개인에게는 감사했지만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라는 체계에는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전담 공무원에게 어디까지 부탁해도 되는지 가늠할 수 없었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였다.

김 씨는 “최대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고 도저히 모르겠다 싶을 때만 전화를 드렸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바쁠 것 같은데 괜히 번거롭게 하는 것 같아 담당 공무원의 눈치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천시를 잘 모르는 김 씨와 동생, 그리고 김 씨의 어머니는 멀리 이동해야 할 때 전담 공무원에게 차량 지원을 부탁했다. 전담 공무원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천 시청, 은행 등에 가서 변호사가 요구하는 서류와 행정 처리에 필요한 서류를 떼왔다. “연락을 일주일에 한 번도 안 했을 때도 있었고요. 합동분향소에서 나오기 직전에는 서류 때문에 연락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일주일에 다섯 번은 넘지 않았어요.”

한 번은 다리가 불편한 김 씨의 어머니가 아침 일찍 혼자 숙소에서 분향소까지 가야 했다. 김 씨는 담당 공무원에게 동행을 부탁했다. 그런데 한번 부탁하고 나니 ‘이것까지 부탁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공무원은 망설이는 기색 없이 도와줬지만 김 씨는 미안함이 앞섰다. 김 씨의 어머니도 이것까지 부탁하는 게 죄송하다며 그 뒤부터는 김 씨와 함께 가거나 혼자서 숙소와 분향소를 오갔다.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한 사람을 ‘이리 와라, 저리 가라’하는 게 마음에 걸리고, 못하겠더라고요. 어디까지 부탁해도 되는지가 분명하지 않아서 더 그랬어요.”

이천 한익스프레스 참사 당시 유가족 전담 공무원 배치를 총괄했던 관계자는 “참사가 발생한 뒤 바로 전담 공무원들을 투입했기 때문에 무엇까지 지원하면 되는지 알려주는 매뉴얼을 갑자기 만들기는 어려웠다”고 이야기했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인 김선애(42) 씨가 지난 2월 4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함께센터에서 취재팀과 이야기하고 있다. ⓒ 안효정 기자

이천 한익스프레스 참사 1주기 때 이천시가 발간한 백서에는 “어린 자녀를 돌봐야 하는 일부터 숙식과 이동의 불편, 심리지원, 시체 검안, 사고 책임자 엄벌 등 다양한 요구가 있었으며 1:1 전담 공무원들은 유족들의 요구사항에 대해 즉각적인 대응과 조치를 취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 해줄 수 있는 지원에 한계가 있었다. 전담 공무원이 ‘대응하고 조치를 취했다’는 것만으로는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이 온전히 해결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김 씨는 전담 공무원이 자신에게 “괜찮으세요?”와 같은 질문을 하긴 했지만, 그에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나 씨도 “전담 공무원이 심리 상담 전문가는 아니니까 그런 도움은 얻기 힘들었다”고 했다. 대신 심리 상담은 대한적십자사에서 마련한 문화센터 내 부스에서 받았다. 나 씨는 “그때 이야기를 나눈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분이 나중에 잘 지내고 있는지 묻는 문자도 보내 주셨다”고 말했다.

재난이 발생하면 유가족 심리 상담 등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은 국가기관인 국가트라우마센터와 각 지자체의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 담당한다. 나 씨가 얘기한 대한적십자사 부스는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에서 차린 부스다.

하지만 유정 서경대 교수는 유가족들이 심리지원을 받을 때도 이들을 전담하는 공무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 유가족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원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심리 상담 부스를 잘 차려놓고 ‘찾아와라’라고 하는 것보다 직접 가서 물어보고 괜찮은지 얼굴을 봐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들도 ‘교육’이 필요하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유가족 지원 현장에 투입됐다. 장은경 당시 광주 동구청 주민안전담당관실 주무관은 “동구청 재난대응본부는 하루에 두 번씩 회의를 진행해 광주 학동 참사의 유가족들이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 어느 과에서 무엇을 도와줄 수 있는지 파악했다”면서 “유가족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유가족을 이렇게 지원하자’는 식의 교육은 어렵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같은 참사의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었던 김수희 과장 역시 “유가족을 대하는 자세를 어떻게 교육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천 한익스프레스 참사의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었던 A 팀장은 “전담 공무원들이 초대된 단체 메신저 방에서 ‘어떻게 행동하라’라는 공지 정도만 받았고 체계적인 교육은 딱히 없었다”고 말했다. A 팀장과 같이 유가족 전담 공무원으로 활동했던 이재영 팀장은 유가족 지원 업무를 시작하기 전 전담 공무원들이 참여한 회의가 한차례 열렸다고 말했다. 회의에서 공무원들은 유가족 명단, 유가족들이 머무는 숙소, 사망자가 안치된 병원 등이 적힌 종이를 받았다. 이 팀장은 “회의에서 ‘유가족들이 민감한 상태일 테니 최대한 정중하게 대하라’는 정도의 간단한 주의 사항을 알려줬다”고 했다. 이 팀장은 회의 내용과 평소 민원인을 대응하며 습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가족을 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성현 4·16재단 팀장은 “공무원들이 평소에 만나는 민원인과 재난 참사 직후의 유가족은 감정적인 상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 등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며 유가족은 아예 다른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평소 민원인 대하듯 한다면, 그 과정에서 전담 공무원이 재난 피해자들에게 무례를 범하거나 알아야 할 정보를 정확히 알려주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심민영 국가정신센터 국가트라우마 사업부장은 “교육이 전부”라고까지 말했다. 유가족 전담 공무원의 역량에 따라 유가족들의 회복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심 부장은 유가족 전담 공무원들이 ‘심리적 응급 처치’(PFA, Psychological First Aid)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PFA는 국가트라우마센터에서 재난 구호 활동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재난의 이해, 재난 상황에서의 윤리와 행동 지침 등을 가르치는 초급 교육 과정이다. 재난 피해자와 대화할 때 유의할 점을 피해자 연령과 특성, 상황 등으로 나눠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심 부장은 “(유가족 전담 공무원들이) 유가족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다”며 “섣불리 접근했다가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진 이천시 팀장은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교육 없이 배정하다 보면 말실수가 나오거나 유연한 대처가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그건 제가 알아볼 사항이 아닌데요’라고 말하면 유가족들에게 굉장히 큰 실례”라고 했다. 권 팀장은 아무리 경험이 많은 공무원이라고 해도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누가 어떤 유가족을 맡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지금은 공무원 개인의 역량, 공감 능력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전담 공무원’의 역할에 대한 규정과 합의가 있어야 유족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지원 범위를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들도 자체적으로 전담 공무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은 갖고 있다. 민원인 대응 경험이 많은 공무원을 배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천시는 6급 이상 공무원, 광주시는 5급 이상 공무원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5·6급 이상’이 곧 전문성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은지 원장의 설명이다. 김 원장은 “학교에서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쳐온 수학, 영어 선생님을 상담 교사로 배치한 것과 같다”며 “심리 상담을 전공하거나 교육받은 적이 없는 선생님이 과연 제대로 된 상담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중요한 건 전담 공무원의 직급이 얼마나 높은가가 아니라 전담 공무원 조직과 개개인들이 유가족 지원 업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가입니다.”

교육은 ‘그때그때’ 하는 게 아니라 ‘상시로’ 해야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제도’로요? 이상하지 않을까요?”

광주 학동 참사의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었던 변 모 동장에게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느끼는지 묻자 이렇게 답했다. 변 동장은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 평상시에는 없는 것이 정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금 다른 해답을 제시했다. 상시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정 서경대 교수는 “재난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데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임시직으로 둬야 할지, 정규직으로 둬야 할지, 어떻게 뽑을 것인지 등 여러 의문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논의가 필요하지만 어떤 형태가 되든 유가족 전담 공무원을 맡을 공무원들은 평소에 표준화된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담 공무원 개인의 역량에만 맡기지 말고 교육을 통해서 유가족에게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그리고 유가족의 불안정한 상태를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 등을 알려줘야 합니다.”

김은지 원장은 “지자체 내 ‘안전관리기획과’와 같은 부서 공무원들이 (재난이 발생하면) 언제라도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교육을 상시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누군가를 차출해서 유가족 전담 공무원으로 임시 지정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유가족 지원이 힘들다는 뜻이다. 김 원장은 “제도 자체는 좋지만 그 제도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교육이 선행되어야 제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슬픔은 언제나 남겨진 이들의 몫이겠지만”

2020년 6월 20일, 김홍규 이천시 팀장은 나소연 씨와 나소정 씨가 17일에 보낸 감사 편지에 답했다. 이날 김 팀장은 유품을 정리하는 나 씨 자매를 보다가 눈물로 눈앞이 흐려졌다고 떠올렸다. 그는 편지에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고 했다. 이어 “언제나 슬픔은 남겨진 이들의 몫이겠지만...”이라고 적었다. 슬픔뿐 아니라 슬픔을 안고 일상으로 돌아오는 회복 또한 남겨진 이들의 몫이다. 그가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고 편지에 쓴 이유다.

김홍규 팀장이 나소연 씨와 나소정 씨에게 보낸 답장. ⓒ 김홍규
김홍규 팀장이 나소연 씨와 나소정 씨에게 보낸 답장. ⓒ 김홍규

회복은 재난 피해자들의 권리이기도 하다. 4·16재단이 펴낸 ‘피해자 권리 매뉴얼’은 “회복은 달라진 세계에서 피해자들이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각종 지원에 대한 권리”라며 “재난 피해자의 회복은 재난 이후의 삶을 살아갈 힘을 얻어 가는 일로 이해해야 한다. 상실과 고통을 씻은 듯이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상실과 고통을 안고 살아갈 역량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남겨진 이들의 의무이자 권리인 회복. 전담 공무원과 유가족, 전문가들은 ‘뚜렷한 교육체계를 갖춘 유가족 전담 공무원’이 회복을 위한 길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었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과 <뉴스타파함께재단>은 지난해 ‘2021 뉴스타파-세명대 보도기획안 공모전’을 열었다. 기존의 ‘세명 시사보도 기획안 공모전’과 ‘뉴스타파 대학생 탐사보도 공모전’을 통합한 것이다. 국내 유일의 실무형 저널리즘대학원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과 역시 국내 유일의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뉴스타파가 힘을 합쳐 예비 언론인들이 취재, 제작의 실무와 함께 저널리즘의 공익적 가치와 취재윤리 등을 함께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네 편의 기획안이 선정됐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진과 뉴스타파 제작진이 두 편씩을 맡아 데스킹을 진행해왔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취재가 끝난 안효정, 유하영의 “남겨진 사람들”을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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