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2030] 정당별 재원대책, 과거 정책노선 등 눈여겨봐야

한국언론의 선거보도는 거대정당 대표주자들과 1,2등 후보의 동정,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선거를 통해서도 대중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소수의 목소리가 무시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이념적 좌표가 약간 좌클릭했다고 하지만, 진보언론조차 통합진보당의 대표주자들을 소개하는 선에서 관심이 끝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에 <단비뉴스>는 기성언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는 작은 정당이면서도 우리사회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주장들, 특히 청년들의 소외된 목소리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단비뉴스>는 선거의 주체가 정치인과 미디어가 아니라 유권자임을 명심하겠습니다. (편집자)

이번 총선의 키워드는 단연 ‘청년’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27살 이준석을 비상대책위원으로 내세웠고,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이삼십대 청년 비례대표를 홍보효과가 큰 경선방식으로 선출했다. 대선주자로 손꼽히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새누리당의 27살 ‘젊은 피’ 손수조 후보와 부산 사상구에서 맞붙는다.

청년 열풍 배경에는 지난 10.26 서울시장보궐선거에서 보여준 청년들의 표심이 자리잡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경선을 벌인 박원순 후보는 2030세대의 압도적 지지로 승리를 거뒀다. 여론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의 주 사용자도 2030세대다. 사정이 이러니 정치권은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청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선거에 영향력이 큰 청년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급조된 공약도 많은 만큼 재원 마련 방안 등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또 정당의 노선과 정치행태는 하루 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 착목해 과거 정당정책의 연장선상에서 공약의 실천 가능성을 평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 부산 사상구 손수조 후보와 부산을 찾은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새누리당

▲ 11일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로 선출 된 안상현(왼쪽부터), 정은혜, 김광진씨와 한명숙(왼쪽에서 세번째) 대표. ⓒ 민주통합당

새누리 ‘한국판 애플 정책’, 민주 ‘청년실업자 구직촉진수당’ 눈길

새누리당은 ‘한국판 애플ㆍ구글’ 정책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청년들이 창의적인 발상과 열정으로 창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 새누리당은 2016년까지 매칭펀드 형태의 엔젤투자자금(창업자금) 5000억 원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정책국 서승혜 차장은 ”다른 청년정책(주거, 교육 등)들도 중요하지만 일자리 창출이야말로 새누리당 청년정책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청년실업자에게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공약을 내놨다. 일정 가구소득 이하 구직자에게 최저임금의 80%, 수급일수 180일 범위에서 구직촉진수당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취업준비생인 최진우(28)씨는 “각 정당이 내놓은 청년 정책 중 민주통합당의 구직촉진수당 공약이 가장 반가웠다”고 말했다. 그는 졸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취직을 못한 상태다. 지난해 은행에 지원했을 때는 서류전형조차도 지원자 2만 명 중 단 5%만 통과하는 현실에 좌절하기도 했다.

그는 민주통합당의 구직촉진수당 공약에 대해 “한번 낙오되면 새 출발이 어려운 사회 분위기에서 이런 정책이 나왔다는 점이 반가웠다. 그는 “미국에서도 청년들의 자활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자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국에서도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4.11 총선공약 중 취업, 주거, 교육 정책을 정리한 표.
통합진보 ‘반값등록금 1호법안’, 진보신당 ‘공기업 취업 영어성적 제외’

청년들이 겪는 교육문제는 고액 등록금과 대학 서열문화가 대표적이다. 고액등록금 문제는 각 정당들이 대학 내부 회계 투명성 제고와 학자금 이자율 인하, 국ㆍ공립대 수용력 확대를 통해 해결하는 방안들을 내놓았다. 특히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등록금 공약은 획기적이다.

통합진보당은 ‘반값등록금법안’을 19대 국회 1호법안으로 추진하겠다며 반값등록금을 무조건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또한 소득하위 10%에게는 등록금 면제를, 차상위계층에겐 반값을 넘어 ’반의반값등록금’을 내도록 하는 공약도 내걸었다. 진보신당은 사립대학 등록금 금액을 가계 평균소득의 1/12 수준인 380만원으로 낮추는 것을 공약으로 내놨다.

지난 19일 정당등록을 마친 청년당은 대학등록금 인하가 1순위 정책이다. 일명 ‘제값 등록금’정책이다. 청년당 김정현 공동대변인은 “국가가 사립대학을 포함하는 대학의 재원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감시기구를 설치하여 항시 정보열람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려고 한다”며 “이를 통해 적정 수준의 대학등록금을 책정하고 등록금 인하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3월 13일 창당한 청년당의 홈페이지. ⓒ 청년당

한국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학벌주의를 해결하려는 정책도 눈에 띈다. 민주통합당은 수도권의 정부기관과 공기업에 강력한 ‘지역인재할당제’를 도입하고 해당 지역 대학 출신자 우선 선발을 통해 대학서열을 완화할 방침이다. 진보신당은 공무원 시험 필수과목에서 영어를 제외하는 등 취업과 무관한 스펙을 요구하는 사업주를 처벌하는 ‘사회적 차별 금지법 개정’ 공약도 갖고 있다. 

대학원생 권은경(26ㆍ여)씨는 전문직종에 취업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좋은 일자리는 학교를 보고 사람을 ABCD등급을 매긴다”며 “청년들이 능력만큼 대가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학력, 학벌, 성 차별을 없애는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 연구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박소현(25ㆍ여)씨는 “대학서열화를 파괴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부터 재검토하는 정당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의 4.11 총선공약 중 취업, 주거, 교육 정책을 정리한 표.
정당 모두 기숙사 공급 확대 ‘약속’

청년들의 주거문제도 심각하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사는 권오건(28)씨는 2년 안에 결혼할 계획이다. 하지만 신혼집 마련을 생각하면 눈앞이 컴컴하다. 집값이 너무 비싸고 현행 제도에서는 예비부부가 임대주택을 당첨받기 힘든 탓이다. 경기도 양평에 사는 이승민(27ㆍ여)씨는 매일같이 상수동까지 출퇴근한다.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만 꼬박 4시간이다. 승민씨는 “집세가 싸면서 여자가 살기 위험하지 않은 곳을 찾다 보니 멀리 떨어진 곳밖에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은 투기주택을 강제수용해 1인 주거 공공주택을 확대하고 ‘월세-금리연동제’로 ‘반값 월세’를 실현하는 방안 등을 내놓았다. 통합진보당, 민주통합당, 새누리당은 모두 대학생 주거 지원대책으로 기숙사 공급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승민씨는 정당들의 청년 주거 지원대책에 대해 “주거 공간은 단순히 잠을 자는 데가 아니라 청년들이 성장하고 공동체를 이루고 사회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데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 ‘세제 개혁’, 새누리 ‘자본소득 과세’ 믿어도 될까?

청년을 위한 공약을 정당이 앞다투어 내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논의가 확장됨에 따라 정당이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이 실현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직 표를 위해 실현 가능성이 없는 공약을 남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특히 이번 총선처럼 취업ㆍ주거ㆍ교육문제를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부족한 부분을 확충하는 노력은 그만큼 많은 재원이 필요하기 마련인데 이에 대한 정당측 설명은 너무 부족하다.

새누리당 정책국 서승혜 차장은 “재원조달 원칙에 맞춰 5년간(2017년까지) 총 89조원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새누리당이 내놓은 정책을 집행하는 데는 75조원이 드는데 과세되지 않던 소득에 대해 세원을 늘리고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이를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달 총선공약 발표를 통해 연간 33조원씩 5년간 165조원을 들여 청년 정책을 포함한 복지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세금을 신설하지 않고 재정개혁(연간 12조3000억 절감), 조세개혁(연간 14조2000억 절감), 복지개혁(연간 6조4000억 절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개혁의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고, 새누리당은 과세되지 않던 소득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건 어떤 방식으로 관철할 것인지 밝히고 있지 않아 두 정당 모두 공약이 실행될 가능성은 여전히 의문이다.

박은아(27ㆍ여)씨는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가 총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참여정부가 겪었던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정당들 사이에 정책의 차별성이 별로 없다는 점도 판단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선거가 정책 대결이 아니라 집권 대결로 흘러가는 것 같아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공약이 구체적인 실현방안 없이 남발되고 있다”며 청년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 쪽에서 무상급식을 내놓으면 다른 쪽에선 우린 뭐다(공약)를 내세우는 형국이고 데마고그(아무 근거 없는 허위의 유언)가 난무한다”며 “구체적 실현방안과 비전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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