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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된 총기난사범과 허가된 국가폭력
[단비 월드] 시리아 독재정권 희생자 9000명 돌파
2012년 04월 04일 (수) 22:13:14 윤지원 기자 jw8444@naver.com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전쟁

어느 죽음이라고 무게가 다르랴만, 전쟁터에서는 나뭇잎 하나 떨어지는 것처럼 가볍게 생을 마감하는 이도 있고, 무거운 동상으로 부활하는 '전쟁영웅'도 있다. 전선이 따로 없는 내전에서 비참하게 죽거나 상처받는 이들은 민간인, 특히 아이와 여성이다. 방어수단조차 없는 그들은 전쟁의 본질인 폭력성과 거리가 멀지만 최대 피해자가 된다. 전장에서 죽음이 일상과 이웃하다 보면 언론의 관심도 멀어진다.

   
▲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그를 지지하는 정부군. ⓒBBC

그런데 프랑스의 한 무슬림과 미국의 한 한국인이 총기를 난사해 각각 7명을 살해한 사건은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그 와중에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범인을 추적•사살하는 데 지도력을 발휘했다 하여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 순간 떠오른 장면은 7명의 천 배가 훨씬 넘는 9천명 가량이 정부군에 살해된 시리아 내전이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부족한 가운데 민중들은 소리 없이 죽어가고 아사드 대통령은 국가폭력에 힘입어 건재를 과시한다.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죽음의 행렬은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아랍방송 <알자지라>에 따르면 주거지역도 가리지 않는 시리아 정부군의 폭격과 포격으로 3번째 큰 도시인 홈스는 거의 초토화했다고 한다. 지난달 26일에도 무차별 포격으로 16명이 사망했는데 그 중 2명은 어린아이였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밝혔다.

지난달 24일에는 정부군이 터키 국경 인근 사라퀴브 지역을 급습해 1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당했다. 이 때문에 지역주민 60%가 사라퀴브를 떠났다고 인권관측소는 전했다. 최초 폭동 발생지인 다라에서는 한 남자가 검문을 받던 중 총살됐고 북동 쪽 하사카 주에서는 군인 3명이 죽었다. 

시리아는 지금 나라 전체가 죽음의 용광로와 같다. UN통계에 따르면 아사드 정권과 반정부군의 내전이 시작된 지난해 3월부터 현재까지 사망자가 9,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시리아 정부측은 사망자 중 3,000명은 정부군이고 나머지도 테러리스트 집단에 대한 정당방위로 발생했다고 반박한다. 

중•러, 독재자 퇴진촉구 제동 건 이유

독재정권에 대한 저항의 기폭제는 지난해 3월 다라에서 벌어진 한 사건이었다. 학교 담벼락에 혁명 구호를 쓴 10대 청소년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4명이 정부군에 살해된 것이다. 다음날 열린 장례식에서 정부 관계자는 문상객 한 명을 총으로 사살했다. 격분한 주민들은 아사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됐다. 아사드 정부는 48년간 지속돼온 국가비상사태를 끝내고 헌법을 개정하기로 하는 등 타협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여러 도시에 포격을 가하는 등 군사력으로 시민군을 진압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다.

국제사회의 대응은 아사드 정권의 잔인함에 견주어 너무나 미미했다. 유엔 안전보장위원회는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두 차례 논의했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로 무산됐다. 러시아와 중국은 모두 시리아의 동맹국으로 경제적, 군사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중국은 2010년 기준 시리아의 3번째 수입국이며 1980년대부터 무기 공급을 해왔다. 러시아도 시리아에 무기 공급을 계속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악화하고 국제사회의 비난이 들끓자 지난달 21일 유엔과 아랍연맹의 공동특사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의 평화협상안을 지지하는 성명을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안보리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아난 특사가 발표한 평화협상안은 6개 항으로 돼 있다. 시리아 정치 세력이 모두 참여하는 대화 개시, 시리아 정부군의 전투 행위 일절 중지, 부상자를 위한 하루 2시간 휴전, 정치범∙구금자 석방 등이다. 아사드는 26일 평화협상안을 수락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평화협상안에 대한 긍정적 의사를 밝힌 지 3일도 안돼, 29일 바그다드에서 열기로 한 아랍연맹 정상회의 시작 전, 아사드 정부는 아랍연맹의 어떤 제안도 거부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시리아 정부 대변인은 BBC 인터뷰를 통해 “시리아는 아랍연맹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일 대 일 협의만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보리 성명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아사드 정부의 도발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아사드, 평화협상 수용은 시간 벌기?

<신화통신>은 28일치 사설에서 ’아난 특사의 평화협상안과 시리아 정부가 모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는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도 고수했다. <신화통신>은 ‘중국과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를 비난하고 아사드 대통령의 퇴임을 요구하는 것은 유엔 정신과 부합하지 않으며 시리아 사태를 악화할 뿐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평화협상안 타결에 대해서도 ‘서구 열강이 이제야 비로소 무력진압이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논평했다.

레바논 신문 <알 무스탁발>은 지난달 27일 아사드 대통령이 반정부 거점인 홈스의 바바암르 지역을 방문한 것에 대해 ’마치 예루살렘을 방문한 살라딘 같다’며 ‘그는 국제사회의 무관심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시리아 국민에 대한 예측 불가능한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터키 신문 <악삼>은 시리아 정부가 평화협상안을 받아들인 것을 ‘시간 벌기’로 폄하하고 ‘시리아 정부가 협상안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 <가디언>은 3월 27일 사설에서 이번 평화협상안의 의미를 세 가지로 요약했다. 곧, 아랍연맹과 시리아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이번 시리아 사태에서 처음으로 입을 맞췄다는 점, 협상안을 통해 부분적으로라도 비무장화한다면 레바논과 터키와 같은 인접국에 미치는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 유엔과 아랍연맹에서 제공할 대대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이 시리아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들과 동행할 민간지원단체 등이 시리아 사태에 대한 제3의 목격자로서 공정한 증언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3일 아사드 대통령은 오는 10일까지 평화협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평화협상안에 따르면 48시간 내에 반대파에 대한 적대행위를 완전히 종식해야 한다. 하지만 아난 특사는 “평화협상안을 이행할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안정보장이사회에 보고했다. <AP통신>은 지난 2일에도 시리아 정부군이 탱크로 무장한 부대를 정부군 거점지역에 보낸 사실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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