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파업 더불어 방송파행 장기화, 시청자도 부글부글

문화방송(MBC), 한국방송(KBS), 와이티엔(YTN) 등 방송 3사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결방 등 차질을 빚는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2일 현재 파업 10주차를 맞은 MBC의 경우, 인기 예능 <무한도전>이 이미 9주간 결방됐고, 오는 7일에도 스페셜편이 편성돼 10주 결방이 예고되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 파업으로 7주 결방한 기록에 이은 최장기 파행이다. 지난 3월 초에는 시청률 정상을 달리던 인기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제작진의 파업 동참으로 2회 결방되기도 했다.

 

▲ MBC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결방 등 차질을 빚는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 MBC 홈페이지

정상 방송되는 프로는 대체 인력이 제작  

이 와중에도 정상 방송되는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세바퀴> 등의 예능은 노조원이 아닌 부장급 피디(PD)들이나 외주제작사 등 대체인력이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주로 스튜디오 제작물인데, 야외촬영에 비해 녹화나 후반부 편집 작업이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라고 한다. <무한도전>의 경우 독특한 편집을 누가 대신하기 어려워 대체인력을 쓸 수 없고, <우리결혼했어요>처럼 야외용 카메라(ENG)촬영이 주를 이루는 프로그램들도 인력 대체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 프로는 기존 방영분을 ‘스페셜’이라는 이름으로 편집하거나 설 특집으로 방영됐던 <아이돌 육상선수권대회> 같은 프로를 재방송하는 등 궁여지책을 동원하고 있다. 

MBC 파업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프로그램은 지난 주 종영된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 시즌2>(이하 <위탄>)로 꼽힌다. <위탄2>는 첫 생방송 무대부터 파업 체제에서 제작돼  그간 진행(MC)을 맡아온 오상진 아나운서 대신 개그우먼 박미선이 마이크를 잡았다. 박미선은 안정감 있는 진행을 보여주었지만 긴박감을 유지해야 하는 오디션 무대에는 어울리지 않았다는 평이 많았다. 또 매주 방송 직후에는 <위탄>의 형편없는 음향을 비난하는 시청자의견이 인터넷 게시판 등에 봇물을 이뤘다. 지나치게 코러스 음향이 높거나, 마이크 볼륨이 낮아 TV 시청자들에게 출연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등 사고가 속출했다. 이런 악재들 탓인지, <위탄>은 최종우승자를 가리는 결승전도 그다지 큰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 지난 달 30일 종영한 MBC <위대한 탄생 시즌2>에서 구자명이 최종 우승했다. 이날 <위탄> 결승전은 12.1%(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 MBC <위대한탄생> 홈페이지

출연료에 생계 의존한 연예인과 작가 등 타격도

파업이 장기화하고 결방이 속출하면서 피해를 보는 사람도 많이 생겼다. <웃고 또 웃고>는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을 외치며 야심차게 출발해 겨우 자리를 잡아가던 차에 파업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 프로의 출연료가 수입의 거의 전부인 무명 개그맨들은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작가들도 결방 장기화로 생활에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작가들은 노조의 파업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지상파 4사(KBS, MBC, SBS, EBS)의 구성작가협의회가 MBC노조 파업 지지를 발표했다. 당장 월세를 걱정해야 하는 작가들도 있지만 ‘올바른 방송 만들기’를 응원한다고 밝혔다.

 

▲ <황금어장-라디오스타>등 실내 촬영이 많은 프로그램들을 위주로 부장급 PD들이나 외주제작사등 대체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홈페이지

MBC의 <나는 가수다>, <놀러와> 등을 연출한 신정수 PD는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업이 계속되면서 연기자나 스탭 등 경제난을 겪는 분들이 생기게 돼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안타깝지만 사회의 변화나 개혁은 구성원들이 각각 손해를 감수하면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불편해도 파업 지지” 노조 손 들어주는 시청자 많아

시청자들도 결방이나 프로그램의 질 저하에 대해 대체로 노조를 비난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파업 중인 노조 때문이 아니라, 사태를 만든 정부와 MBC 경영진 탓’이라는 의견이 많다. 반면 김재철 사장 등 경영진은 계약직 PD 채용을 추진하는 등 파업에 강경대응 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아 사태 해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8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임시 이사회에서 김재철 사장 해임안이 부결돼 노조의 기대를 무너뜨렸다.

 

▲ 결방 10주차를 맞이한 <무한도전>. 지난 1월 28일 방송된 <하하VS홍철>의 결과는 언제쯤 방송될 수 있을지 아직 미지수다. ⓒ 김태호 PD 트위터

인기 예능 <무한도전>은 파업 전 마지막 방송이었던 1월 28일 ‘하하 대 홍철’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는데, 그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방송이 중단돼 아쉬움과 궁금증을 보이는 시청자들이 더욱 많다. <무한도전>은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은 대표적 프로그램으로, 인터넷에는 ‘무도 금단현상’을 호소하는 팬들도 적지 않다. 정준하, 하하, 정형돈 등 출연진은 녹화일인 매주 목요일마다 모여 회의를 하면서 방송 재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하는 2일 ‘니모’라는 애칭으로 부르던 연인과의 결혼계획을 인터넷판 <간추린 무한뉴스>를 통해 발표하는 등 팬들을 배려하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한편 둘로 분리된 노조 중 ‘새노조’만 파업에 나서 제작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던 KBS도 지난주 <남자의 자격> 조성숙 PD, <1박2일> 최재형 PD, <승승장구> 박지영 PD 등 예능국 간판 PD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흔들리고 있다. <남자의 자격>과 <1박2일>은 지난 주 하이라이트편을 내보냈고, <승승장구>는 <심리 버라이어티쇼 1억의 초대>를 대체 편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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