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2030] 청년당 ‘청춘봉고유랑단’

 

한국언론의 선거보도는 거대정당 대표주자들과 1,2등 후보의 동정, 그리고 여론조사 결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악습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선거를 통해서도 대중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소수의 목소리가 무시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이념적 좌표가 약간 좌클릭했다고 하지만, 진보언론조차 통합진보당의 대표주자들을 소개하는 선에서 관심이 끝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에 <단비뉴스>는 기성언론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는 작은 정당이면서도 우리사회가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되는 주장들, 특히 청년들의 소외된 목소리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단비뉴스>는 선거의 주체가 정치인과 미디어가 아니라 유권자임을 명심하겠습니다. (편집자)

29일 오후 4시. 홍익대 앞. 주황색 윗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주황색을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인가? 큰 주황색 리본을 머리에 달거나 나비넥타이처럼 목에 맨 사람도 있다. 대부분 20•30대 청년인 듯. 그러나 머리가 희끗한 사람도 눈에 띈다. 

▲ 청년당이 17개 도시의 청년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기획한 '청춘봉고유랑단'의 성공을 비는 고사상. ⓒ 민보영
사람들이 모이자, 공터에 종이박스 하나가 놓였다. 막걸리 한 잔과 사과•배 하나씩, 그리고 라면 한 봉지가 박스 위에 올려졌다. 값비싼 돼지머리는 돼지 그림이 대신했는데, 돼지는 만원짜리 돈을 입에 물고 해맑게 웃는다. 곧 ‘청춘봉고유랑단’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승합차가 등장했다.

청년당이 선거기간 동안 서울, 부산, 광주 등 17개 도시의 청년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계획한 ‘청춘봉고유랑단’의 성공을 위해 ‘봉고고사’를 준비하는 광경이었다. 청년당은 안철수•박경철의 청춘콘서트를 진행했던 서포터즈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정당이다. 창당 후 첫 선거인 이번 총선에서 원내 진출을 목표로 지역구 3명, 비례대표 4명의 후보를 등록했다.

간소한 고사상은 청년당이 ‘가진 것도 없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반값등록금, 청년당이 끝장내겠습니다’라고 힘차게 외치며 사방에서 몰려든 주황색 옷을 입은 청년당원들의 열정은 ‘못할 것도 없는’ 희망을 전파하고 있었다.

송파에서 일부러 이곳을 찾아왔다는 40대 남성은 “기성 정치권이 워낙 강하니깐 이들이 어느 정도 힘을 쓸 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지금 정치인들에게 기대가 없기 때문에 이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폐지를 팔아 생계를 잇는다는 박남식(55) 씨는 “열심히 하는 젊은이들을 보니, 기분도 좋아지고 희망도 보인다”며 생수와 종이컵을 사와 이들을 격려했다.

“손수조는 청년 정치 순수성 훼손”

4•11 총선에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은 20개나 된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두 거대 정당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한국정치에 독창적 색깔을 지닌 정당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 중 17번으로 배정된 청년당은 ‘청년들이 행동해야 한다’는 청춘콘서트 정신을 계승하고 있다. 더 이상 기성 정치권에 청년 문제를 맡기거나 구걸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각오이다.

인천시당 우인철(26) 사무국장은 “청년자립, 국민행복, 정치개혁이 공약을 관통하는 큰 줄기이고, 특히 반값등록금 실현이 이번 총선의 주요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학생들의 집단 촛불시위가 있던 작년에는 마치 경쟁하듯 ‘반값등록금 실현’을 공언하더니,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할 것 없이 행동으로 보여준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공립대 법인화 반대와 국공립대의 즉각적인 반값등록금 실시 추진, 사립대의 등록금 원가 공개 및 대학 재정 특별감사기구 설치 등은 청년당이 이번 총선에 내놓은 주요 공약이다.

우 사무국장은 기성 정치권에서 청년을 대표한다면서 선출한 청년비례대표와 청년당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들도 당사자이니 잘 아는 부분이 있겠지만 이념에 따라  움직이는 기성 정당에서 흔들리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손수조 후보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우 사무국장은 “손 후보가 ‘전세보증금 3000만원으로 선거운동을 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단순한 ‘의지 표명’이 아니라 ‘사실 적시’이니 문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 선거관리위원회가 ‘계획이기에 허위다, 아니다를 판단할 수 없어 선거법 위반 혐의가 없다’고 한 것은 잘못된 결론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손 후보가 청년 정치의 순수성을 이용하려다 오히려 훼손해버렸다”고 평가했다. 청년당은 지난 26일 손 후보의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서면 질의서를 부산 선관위에 접수했다.

그는 이어 “부산 사하갑에 출마한 청년당 박주찬(27) 후보도 2700만원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데, 군소정당이라고 언론에서 다루지도 않는다”며 군소정당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청년당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한 우 사무국장은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1500만원의 기탁금을 내야  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모아놓은 돈 700만원을 다 쏟아  붓고 800만원의 빚도 생겼다”며 “현 제도는 정치신인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학생회인가, 정당인가

원내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29일 서울 동국대 근처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이들을 보던 남장곤(20•하얼빈공정대) 학생은 “중국에는 대학을 대표하는 총학생회는 있어도 청년을 대표하는 청년당은 없다”며 “이렇게 유세하는 모습을 보니 멋있다”고 말했다.

▲ 상징색인 주황색 옷이 있으면 주황색 옷을 입고 없으면 주황색 리본이라도 매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청년당원들. ⓒ 민보영

반면 동국대 영어통번역학과 한 학생(21•여)은 “정당인 줄 전혀 몰랐다”며 “무언가를 나눠 주길래 당연히 총학생회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원우(32•장충동)씨는 “그래도 총선에 출마하는 정당인데 조금 장난스러운 느낌이 든다”며 “청년당이라는 느낌이나 콘셉트는 좋은데 아직은 뭔가 갖춰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나가던 50대 남성은 “정치하기엔 어린 나이인데 나라와 민족을 위해 큰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대단하다”고 말하면서도 “국가의 이익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들을 지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의견을 밝혔다.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권완수(27) 후보도 “어제 파전집에서 한 어르신이랑 막걸리를 한 잔 하면서 국회의원 후보라고 밝혔더니 너무 좋아하더니, 갑자기 손을 잡으며 ‘그래도 될 놈을 찍을 것’이라고 말씀하시곤 미안해 하셨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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