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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공포 커지는데 원전 증설 말 되나”
고리원전 사고 등 계기 ‘원전 탈출’ 총선 쟁점으로 부상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2년 03월 28일 (수) 16:55:59 임종헌 기자 mydreampaper@gmail.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각국 대통령과 총리들이 참석한 핵안보정상회의가 어제 끝났습니다. 그런데 이번 회의를 전후해서 국내에선 원전 폐쇄, 혹은 원전 정책 전면재검토를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죠?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그렇습니다. 환경운동단체들과 녹색당 등은 ‘이번 핵안보정상회의가 원전 비즈니스를 확대하려는 정부와 기업들의 로비 무대가 되고 있다’며 이에 반대하는 시위를 여러 차례 벌였습니다. 특히 얼마 전에 부산의 고리원전1호기에서 가동중단사고가 일어났는데 당국이 은폐했던 사실과 관련, 사고 우려가 있는 노후 원전을 즉각 폐쇄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 경남 밀양에서는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다른 지역에 보내기 위해 대규모 송전탑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게 된 주민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탈핵 희망버스’ 행사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들은 이번 총선의 공약으로 ‘원전확대 정책의 전면재검토’ 혹은 ‘원전 탈출’을 들고 나왔고, 강원도 삼척 등 원전건설예정지를 중심으로 원전 정책이 총선의 최대 이슈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취약점 많은 원자력 발전, 정부는 확대 정책 고수

김: 원전 폐쇄, 혹은 원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측의 논리는 무엇인가요?  

   

제: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원전의 위험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된 만큼 원전에 의존하는 에너지 정책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원전이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지진 쓰나미 같은 자연 재해에 취약하고, 테러나 전쟁, 인간의 오작동 등으로 초대형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 1979년의 미국 쓰리마일섬 사고, 1986년 구소련 지역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사고는 둘 다 사람의 오작동에 의한 사고였고, 지난해 후쿠시마 사고는 쓰나미로 인한 것이었죠. 현재 전 세계에 430여 기의 원전이 가동되는데, 30여 년간 이미 3건의 대형사고가 발생한 것은 사고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증거라고 이들은 강조합니다. 원전은 일단 사고가 나면 그 피해가 가공할 수준이죠. 피폭되면 사망, 장애, 암 등 중증질환, 태아의 유전자변이 등 인체피해가 발생하고, 대기 수질 해수 토양 등의 광범위한 오염이 발생합니다. 식품교역 중단 등의 경제적 폐해도 크고요. 나아가 사용 후 폐기물을 처리하는 문제도 현재로선 근본적 해결책이 없기 때문에 후손에게 위험을 물려주는 일이라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입니다.   

김: 정부와 여당은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원전 확대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요, 이유가 무엇입니까. 

제: 무엇보다도 원전의 생산단가가 석유나 다른 발전 수단에 비해 가장 싸기 때문에, 산업구조상 전기가 많이 필요한 우리 경제는 원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또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탄소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원전은 탄소배출이 거의 없는 대표적 청정에너지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원전이 위험하다고 해서 포기한다면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하는데, 태양열 풍력 지열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는 아직 경제성이 낮아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체 전력의 30% 가량을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데, 오는 2024년까지 14기의 원전을 더 지어서 2030년 무렵에는 원전 의존도를 59%까지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입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에선 정부가 원전에 이해관계를 가진 건설사 등 기업들을 위해 국민과 국토를 위험에 빠뜨리는 정책을 추구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폐기물처리와 사고수습 비용 등을 감안하면 원전이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인 원전 정책 재검토 행렬…에너지 자립도 가능해

김: 우리 정부와는 달리,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전 탈출을 결정하거나 원전 신증설을 잠정 중단한 나라들도 꽤 있죠?

제: 그렇습니다. 대표적으로 독일과 스위스를 들 수 있습니다. 독일은 오래 전부터 원전 탈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메르켈 총리 이후 잠깐 이를 재검토했는데, 후쿠시마 사고 후 원전반대 여론이 급등하니까 오는 2022년까지 17기의 원전을 완전 폐기하기로 확정했습니다. 스위스도 오는 2034년까지 모든 원전을 폐기하기로 했고요. 이탈리아는 국민투표로 원전 재도입 계획을 무산시켰습니다. 중동의 쿠웨이트도 원전을 포기하기로 하고 원자력건설위원회를 해산했다고 합니다. 사고 당사국인 일본은 원전 54기 중 1기만 남고 현재 나머지가 모두 사고로 멈췄거나 점검을 위해 가동 중단된 상태입니다. 중국도 한동안 원전을 대대적으로 증설하는 정책을 추진했는데, 후쿠시마 사고 후 일단 새로운 원전허가를 유보하고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김: 독일처럼 원전 완전 탈출을 결정한 나라들은 원전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 자립을 이룰 수 있는 대안을 확보한 것인가요?

제: 예, 그렇습니다. 독일은 과거 사회당 정부 때부터 원전 탈출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에 대대적으로 투자를 해 왔습니다. 그래서 현재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분야에서 독일의 기술력이 세계 1위이고, 이 분야에서 자동차산업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원전 탈출을 결정한 지난해의 경우 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의 22%에서 18%로 줄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로 늘었다고 하네요. 특히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원전이 줄었는데도 지난해는 전보다 더 많은 전력을 인근 유럽국에 수출했다고 합니다. 국가 정책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경제성 제고가 얼마든지 가능하고 원전 탈출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독일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투자와 함께 합리적 에너지 소비구조 조성해야

김: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제: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서 원전의 가공할 위험성을 목격한 후에도 원전의존도를 더 높이는 에너지정책을 고수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북한의 도발 가능성 등 위기 변수가 다른 나라보다 더 많고, 고리원전에서처럼 운영과정의 오작동과 은폐 문제도 국민적 불안을 높이고 있지 않습니까.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대대적으로 확대하면서 원전에 대한 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에너지 과소비구조를 바꾸는 정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전력요금이 OECD 국가 평균의 절반수준밖에 안 된다고 합니다. 특히 전체소비량의 50%를 넘는 산업용전력요금은 원가에도 못 미치고, 많이 쓸수록 단위당 가격이 낮아져서 대기업들의 전력낭비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에너지 소비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죠. 산업용 전력요금을 현실화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화투자가 적극 일어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동시에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에 적극 투자하고 합리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만들어 이 분야의 경제성을 빨리 높이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3월 28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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