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경제] 차미연 제정임의 유쾌한 리서치

차미연(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한미 정상이 양국 간에 합의된 자유무역협정(FTA)의 비준을 위해 협정에 대한 ‘재논의’를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 완화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이와 관련한 리서치를 했는데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와 함께 조사결과 분석해 보겠습니다. 이번 조사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했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2888명입니다. 지난 28일과 29일 이틀 동안 전화자동응답과 인터넷설문조사를 통해 참여해 주셨는데요, 이 가운데 여성은 1271명, 남성은 1617명입니다.

'FTA는 우리에게 불리.....재조정 못 하면 안 하는 게 낫다' 39%

차: 먼저 “여러분은 한미 FTA를 다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는 질문을 드렸죠?

제: 네. ‘전반적으로 우리에게 불리한 협상이므로, 우리에게 유리하도록 조정을 하거나 가급적 체결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하는 답변이 38.9%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우리 경제에 오히려 역효과가 예상되므로 체결하면 안된다’는 강력한 반대도 5.9%가 있어서, 이 둘을 합하면 전체의 44.8% 반대 의견이었습니다. 

 반면, ‘전반적으로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이므로 일부 조정을 하더라도 가급적 체결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가 29.6%,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반드시 체결해야 한다’가 19.1%로 전체의 48.7%는 찬성 의견이었습니다. 찬반으로 보면 49대 45로 찬성의견이 약간 더 많았습니다. 잘 모르겠다는 의견도 6.5%가 있었고요.   여성 보다는 남성이, 그리고 나이가 많을수록 찬성의견 비중이 높았습니다.  

 
차: 미국이 요구하는 추가개방 대상은 자동차와 쇠고기로 알려지고 있는데요, “여러분은 자동차 추가 개방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하고 여쭤봤죠? 

제: 네, 이 질문에 대해 ‘한미FTA 협상에서 그나마 얻은 게 자동차 분야이므로 추가 개방은 안 되며 지금대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41.6%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한미FTA로 미국산 일본 자동차의 역습 등이 우려되므로 재협상을 통해 오히려 개방도를 낮춰야 한다 ’는 의견이 24.1%여서, 전체적으로 추가개방 반대의견이 약 66%에 달했습니다.

반면 ‘우리 국산차의 경쟁력이 월등하므로, 미국 요구대로 추가 개방을 해줘도 괜찮다’하는 의견이 27.6%가 있었습니다. 자동차시장 추가개방을 해도 괜찮다는 의견은 여성보다 남성들 가운데 더 많았고, 연령별로는 30대에서 가장 많았습니다. 

 
차: 또 다른 핵심 쟁점인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도 여쭤봤죠?

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았으므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은 안 된다’는 의견이 59.9%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쇠고기문제는 한미FTA 협상 대상이 아니므로 두 문제를 연계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24%로, 전체의 84%가 쇠고기 수입 조건을 재론하는 데 반대의견이었습니다.

반면 ‘국익에 보탬이 되는 한미FTA 체결을 위해서 쇠고기 수입 조건 정도는 양보해도 괜찮다’는 의견은 12.6%에 그쳤습니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않았으므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 수입은 안된다’는 의견은 남성보다 여성 중에 많았고, 나이가 어릴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했습니다. 이런 경향은 광우병 반대 촛불 시위 때와 비슷하다고 하겠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 완화' 반대가 압도적

차: 자, 이번 조사결과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제: 우선은 한미 FTA를 추진하는 것 자체에 대해 찬반이 팽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9대 45로 찬성이 다소 높긴 하지만, FTA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도 상당하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자동차 시장 추가 개방에 대해서는 66%가 반대하지만 추가 개방을 용인할 수 있다는 의견도 30%가까이 돼 주목됩니다. 특히 30대 남성층에서 이런 의견 많았는데, 소비자로서는 미국산 차를 더 싸게 살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하게 되겠죠. 

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 완화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이 84%로 압도적입니다. 촛불 시위 당시와 비교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할 만큼,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일 이번에 한미간의 재논의를 통해 쇠고기 수입조건 완화가 거론된다면 거센 저항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하겠습니다. 

▲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생방송 모습

차: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자동차시장의 추가 개방과 쇠고기 수입 제한 철폐에 대해 우리 정부 입장은 어떤 건가요?

제: 정부는 우선 이번 FTA 논의가 ‘재협상’ 혹은 ‘추가협상’이 아니라 미국 표현대로 ‘조정(adjustment)'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협정문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양국의 관심사를 반영해서 미세한 실무 조정을 할 뿐이라는 얘기죠. 따라서 팽팽하게 균형을 맞췄던 한미 FTA의 저울추를 무너뜨릴 만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특히 쇠고기 문제에 대해서는 쇠고기 검역 조건이 FTA협상과는 근본적으로 무관한 것이기 때문에 재론할 이유가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차: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는 자동차 개방 조건 개선과 쇠고기 수입제한 철폐가 되지 않으면 한미 FTA를 비준할 수 없다는 얘기를 하지 않습니까?

제: 그렇습니다. 자동차 산업과 축산업계를 대변하는 의원들이 아주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죠. 자동차의 경우 늘 하는 얘기가 한국은 미국시장에서 매년 70만대의 차를 파는데, 한국시장에서 팔리는 미국 차는 5천대 밖에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미국차가 안 팔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유럽 차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인데도 무역 조건으로 풀려는 의지 가 강력합니다. 

쇠고기의 경우는 촛불 시위 이후 재협상을 했을 때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는 수입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는데, 미국 측은 ‘이제 신뢰가 회복됐으니 제한을 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미국측이 신뢰가 회복됐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올 들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인데요, 올 들어 늘었다고 해도 수입제한 전인 2003년에 비해 아직 3분의 1수준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은 외면하고 있습니다.

차: 앞으로 자칫하면 이 문제가 또 다른 국민적 갈등을 부를 가능성도 없지 않겠는데요, 미국과의 FTA 재논의,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제: FTA는 두 나라간 무역장벽을 낮추고 보다 자유로운 교역을 통해 서로 이익을 보자는 취지니까 원론적으로는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 조건으로 협정을 맺느냐에 따라 우리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고, 손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합의된 내용을 분석하면 투자자 국가소송제나 농업개방, 의약분야 등에서 우리에게 상당히 불리한 조건들이 있고, 우리가 받을 혜택은 그리 뚜렷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물론 아주 잘 한 협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쇠고기 수입 제한 철폐 등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조건까지 받아들이면서 한미 FTA를 성사시키려 한다면 절대 지혜로운 선택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40% 가까운 분들이 지적한 것처럼, 사실상의 재협상을 통해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들을 개선할 수 있다면 추진하되, 그렇지 않다면 한미 FTA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낫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리 / 이승환 기자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6월 30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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