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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상속 분쟁, 비자금 실체 드러낼까
이건희 형제 차명주식 배분 요구, 그룹 지배구조 변수로 부상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2년 03월 21일 (수) 17:20:11 김동현 기자 pacesetter85@gmail.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우리나라 재계 1위 그룹인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형제들 간에 상속재산을 둘러싼 소송전이 벌어지면서, 앞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후계구도에 어떤 파장이 생길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먼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소송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알아볼까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맏아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둘째딸 이숙희씨가 셋째아들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자기들 몫의 상속재산을 돌려달라고 지난달에 소송을 낸 사건입니다. 이맹희씨가 요구한 재산은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 일부, 또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일부로 약 7천억원 규모이고, 이숙희씨가 요구한 금액은 약 2천억원대입니다. 앞으로 재판과정에서 상속재산의 구체내역이 파악되는 대로 요구 금액은 2조원 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만일 이 소송에서 이맹희씨와 숙희씨가 승소해서 주식지분을 나눠받게 되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대주주 구성이 변하면서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이병철 회장이 타계한 후 25년의 세월이 흘렀는데 지금 와서 이런 소송이 벌어지게 된 것은 아무래도 지난 2008년 삼성비자금 사건 수사에서 수조원대의 차명주식이 드러난 게 계기가 됐죠? 

   
제:
그렇습니다. 지난 2007년 말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삼성그룹이 수조원대의 차명계좌를 관리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 2008년에 수사를 맡은 특검은 ‘차명으로 관리해 온 주식은 고 이병철 회장의 유산’이라는 삼성측 주장을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그래서 그해 말 그 주식들이 이건희 회장 소유로 실명 전환되거나 삼성에버랜드 소유로 전환됐습니다. 그러니까 이맹희씨 등 다른 형제들이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이라면 법정상속비율에 따라 나눠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게 된 것이죠. 차명주식의 실명전환은 지난 2008년 말에 이뤄졌는데 이맹희씨 등이 몇 년이 지난 후 지난달에야 소송을 낸 것은 이건희 회장측이 지난해 6월 국세청의 증여세 조사를 계기로 다른 형제들에게 ‘상속재산에 대한 권리포기를 인정하는 문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맹희씨 등은 상속재산의 내용을 잘 몰랐다가 이런 요구를 받고 실체를 알게 됐기 때문에 소송을 내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형제 가세하면 이건희 지배력 흔들릴 수도

김: 만일 이맹희씨 등이 승소한다면 삼성의 지배구조나 후계구도에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되나요?

제: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일가가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이고,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을, 삼성생명은 삼성전자를, 삼성전자는 다시 삼성카드를 지배하는 수직관계를 통해 이 회장일가가 전계열사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는 구조입니다. 만일 이맹희씨와 숙희씨가 소송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 지분을 받게 된다면 그룹의 핵심계열사들에 대해 상당한 지배력과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아직 침묵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다른 형제들까지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지분을 가져가면 이 회장이 주요계열사에 대한 최대주주로서의 지배권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씨 등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에게 삼성그룹을 분할해 물려주려던 후계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반면 삼성그룹은 이런 분석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삼성 지배구조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김:
이건희 회장에겐 많은 형제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다른 형제들의 입장은 현재 어떻습니까?

제: 고 이병철 회장의 혈육 중 혼외자녀를 제외하고 상속권이 인정되는 자녀는 3남 4녀라고 합니다. 여기서 이건희 회장을 제외한 6명 중 2명은 이미 소송을 제기했고, 2명은 소송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고, 나머지 2명은 관망 중인 상황입니다. 소송을 안 하겠다고 한 사람은 장녀인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삼녀 이순희씨이고, 관망 중인 사람은 차남인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회장의 유족과 막내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입니다. 그런데 이창희씨의 유족은 이건희 회장 측과 사이가 좋지 않아 소송에 가세할 가능성이 있고, 이명희 회장 측도 유통분야에서 삼성과 라이벌관계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이건희 회장과 대척점에 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하는 군요. 한마디로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형편입니다.  

김: 이맹희씨 등이 소송에서 이겨 주식지분을 받아낼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제: 법조계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상속법의 취지와 판례를 볼 때 이맹희씨 등이 이길 가능성 높다고 보는 의견도 있고,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맹희씨 등의 승리를 예상하는 쪽은 상속권리가 침해된 것을 안 날로부터 3년 이내, 상속권리의 침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이내에 소송을 제기하면 구제가 되도록 정한 상속법을 실질적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합니다. 상속권리가 침해된 것은 이회장이 차명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한 2008년 12월이고, 이맹희씨 등이 이 사실을 안 건 2011년 6월이므로 상속권을 주장할 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죠. 반면 이건희 회장측은 25년 전 이병철 전 회장 사망당시 모든 상속문제 정리가 끝났다는 입장입니다. 상속이 이뤄진 것은 25년 전이고, 차명주식이 있다는 사실도 2008년에 알려졌기 때문에 각각 10년과 3년의 시효가 다 지났다는 것입니다.

김: 아무래도 재판을 해봐야 결과를 알 수 있겠는데요, 삼성측은 법정 공방 과정에서 과거 비자금 사건의 진상과 차명자산의 처리과정 등이 새롭게 조명될까봐 긴장하고 있다고 하죠?

   
제:
지난 2008년 특검이 수사했던 삼성비자금 사건은 폭로된 사실에 비해 진상규명과 사법처리가 매우 미진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특검이 인정한 혐의만으로도 4조원이 넘는 차명자금과 1000억원이 넘는 탈세 등 이건희 회장의 위법행위가 심각했는데, 집행유예처분에 사면조치까지 금방 내려져 ‘유전무죄’ 논란을 낳았죠. 그렇게 미심쩍게 덮었던 차명계좌의 구체적 내용과 실명전환 과정 등이 이번 재판과정에서 상세하게 드러날 경우 이 회장과 삼성의 비윤리성에 대해 새삼 여론의 비판이 고조될 수 있어 삼성 측으로선 부담스런 상황입니다. 반면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번 기회에 실상을 제대로 규명하고 응분의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후진적 지배구조와 독단 경영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자초

김: 10여 년 전 현대그룹에도 ‘왕자의 난’이라고 불린 형제간의 경영권 다툼이 일어나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과 협력업체 및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성장한 재벌들이 법을 어기고, 세금을 회피하고, 혈육간에 상속다툼을 벌이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 기업들의 지배구조가 후진적인 탓이 크겠죠?

제: 그렇습니다. 우리나라 재벌의 상당수는 계열사끼리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쇄 투자하는 순환출자구조 등을 통해서 총수일가가 아주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대해 강력한 경영권을 행사하는 후진적 지배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재벌총수는 아무리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도 견제도, 책임추궁도 받지 않는 ‘황제경영’을 합니다. 또 자녀가 소유한 회사에 계열사 일감을 몰아줘 키운 뒤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는 등 소수주주에 대한 배임도 서슴지 않습니다. 총수의 전횡을 감시하기 위한 장치인 사외이사제도도 제 구실을 못하고 있고, 은행 등 금융회사도 재벌의 입김 아래 있기 때문에 경영감시자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불투명하고 낙후된 지배구조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제값을 못 받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한 요소가 되기도 하죠. 

재벌 비리 엄단하고 사회적 감시 강화해야 

   
김:
우리 경제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재벌들이 이렇게 후진적 지배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들의 경영실패로 인해 나라경제 전체가 위기가 빠질 가능성도 크다고 생각되는데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제: 무엇보다 국가 기관이 재벌에 대해 법과 제도를 엄정하게 집행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재벌들이 편법 상속증여나 분식회계, 횡령, 배임 등 범죄행위로 여러 차례 문제가 됐는데도 국세청, 검찰, 법원 등이 엄격하게 적발하고 단죄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리와 불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차명계좌 활용 등 편법 상속증여, 탈세와 총수일가의 회사기회 유용, 배임 등에 대해 일벌백계로 엄단해야 할 것입니다. 또 총수일가의 독단적 경영을 견제할 수 있도록 사회적 감시 장치도 강화해야 합니다. 사외이사들이 제구실을 할 수 있도록 사외이사 추천제도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고, 기관투자가인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고, 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언론의 적극적인 감시와 고발도 중요하고, 소비자와 시민단체들이 실정법과 윤리준수 등 사회책임경영을 기업에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운동도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내용은 3월 21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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