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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저리 가라'는 한국의 '국제도시'
[맛있는 집 재밌는 곳] 안산 '다문화음식거리'
2012년 03월 17일 (토) 12:49:02 경진주 기자 ujuin23@hotmail.com

66개국 5만여 외국인 거주 ••• 한국 관광객도 북적

"주말에는 태국, 베트남 사람뿐 아니라 한국인이 많이 찾아와요."

경기도 안산 다문화마을에서 4년 전부터 태국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보수완 짠야(32)씨. 그녀는 3년 전부터 인도네시아,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 음식점들이 생기면서 한국인과 외국인 방문이 늘었다고 말했다.

   
▲ 원곡본동 주민센터. 다문화를 상징하는 '키다리아저씨'가 보인다. ⓒ 손지은

안산은 흔히 각종 범죄의 무대가 되는, '외국인이 많은 무서운 도시'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5월, 지식경제부가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다문화 도시'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다문화음식거리'가 조성되고 '다문화 홍보-학습관'도 들어섰다.

안산시에는 세계 66개국에서 온 약 5만여 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고, 특히 원곡동 일대 다문화마을특구에는 주민 3명 중 2명이 외국인이다. 다문화마을에는 14개국 144개 외국 음식점과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데다, 주말이면 수많은 외국인과 한국인이 몰려나와 외국에 온 것 같은 진풍경이 펼쳐진다.

   

▲ 안산역 2번출구로 나와 지하보도를 통과하면, '다문화음식거리'가 시작된다. ⓒ 손지은

 

변형되지 않은 맛 즐길 수 있는 자국민 상대 음식점들

안산역 2번 출구로 나와 다문화-마을에 들어서면, 맨 먼저 다문화 음식거리 상징조형물인 '담음'이 보인다. '담음'은 각국의 다양한 문화를 담은 그릇과 젓가락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에 걸맞게 중국식 꽈배기와 과자, 연변순대와 만두, 양고기꼬치와 닭발 등 이국적인 길거리 음식이 골목마다 가득하다.

“서울에 한군데 밖에 없었던 인도네시아 음식점이 문을 닫아 많이 아쉬웠는데, 여기에는 많이 있네요. 앞으로 인도네시아 음식이 먹고 싶을 때 종종 찾아 와야겠어요.”

일본 유학시절 인도네시아 친구를 사귀어 그 나라 음식을 아주 좋아한다는 김동현(28)씨가 이곳을 찾은 이유다. 캄보디아, 파키스탄, 네팔 등 쉽게 맛볼 수 없는 아시아 각국 음식점도 즐비하다. 이곳 음식은 자국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니,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변형된 음식이 아니다. 그래서 그 나라 고유 음식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 안산 다문화음식거리 가판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오리알. ⓒ 경진주

   
▲ 휴대폰 상점 앞에 진열되어있는 국제전화카드. 이주노동자들에게 '필수품'이다. ⓒ 강동훈

한국어와 중국어, 베트남어, 태국어 등 외국어가 함께 표기된 가지각색의 간판들도 시선을 끈다. 이름도 낯선 '두리안' 등 이국 과일과 채소가 가판대에 가득하고, '오리 알'을 잔뜩 쌓아놓은 곳도 있다. 각국 언어로 쓰인 전화카드가 전시된 휴대폰 매장은 발걸음을 뗄 때마다 보일 만큼 많다. '취업 알선'을 해주는 '인력 사무소', 외국어 서비스를 해주는 '은행', 개고기와 해산물을 함께 파는 정육점까지... 구경하는 재미에 정신없이 걷게 된다.

내•외국인이 마음을 열고 다가서는 '장터'

다문화 거리가 끝날 무렵 '다문화 홍보-학습관'이 보인다. 올 1월 개관한 이곳은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는' 다문화 이해공간이다.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네팔, 필리핀, 콩고, 베트남 등의 악기, 인형, 가면, 음식, 화폐를 구경하고, 각국 전통 의상을 입어볼 수 있다. 10~25명 정도 인원이 미리 예약하면 2개국의 다문화 강사와 함께 '세계문화체험'을 할 수 있다. 안산 거주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 회화동아리'도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 영어, 베트남어, 중국어 반이 개설되어 있다.

   
▲ 안산 다문화 홍보학습관 중국어 회화 동아리 강사 김명홍(32·왼쪽), 성금수(35)씨. ⓒ 최종철

"집에서 살림만 했는데, 나와서 중국어 강사로 활동하게 돼 즐거워요. 한국에서 15년을 살았지만, 최근에야 동사무소 모집 공고를 보고 중국어 강사에 도전했거든요."

'다문화 홍보-학습관'에서 운영하는 중국어 회화 동아리 강사 성금수(35•여)씨가 4년째 다문화강사로 일하는 이유다. 역시 중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명홍(32•여)씨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한국 엄마들이랑 친해지기 힘들어요. 말을 안 걸어주면 먼저 다가가기 힘들거든요. 하지만 다문화강사로 일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아요."

안산 다문화마을에 한국인과 외국인 방문이 늘어난 만큼, 이곳에 사는 이주민들에게도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을 위한 맞춤형 취업교육이 제공되고, 아시아 각국 책이 전시되어 있는 어린이 도서관도 생겼다. 몽골 나담축제, 인도네시아 라마단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5월에는 '세계인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서울 이태원의 미국 음식과 문화에 좀 식상한 사람이라면, 진짜 다양한 음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안산 다문화마을을 방문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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