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 "매체의 생명은 편집 고유성"

저널리즘스쿨의 특강은 <인문교양특강> <사회교양특강> <저널리즘특강> <문사철특강>으로 구성되며 매 학기 번갈아 가며 개설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거야말로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저널리즘특강>은 보도와 칼럼, 방송제작, 매체창업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담론형성과 의사소통에 크게 기여해온 분들이 진행해왔습니다. 한국의 보수와 진보를 대표하는 언론사의 핵심간부와 논객들이 한 특강을 <단비뉴스>가 중계합니다. 단, 공개를 원하지 않는 몇 분의 강의는 제외됩니다. <저널리즘특강>은 지난 2008년에도 개설된 적이 있는데 강사와 강의내용이 중복되는 것은 내용을 종합했습니다. 이 특강은 우리 저널리즘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도 흥미롭지만, 학생이 쓴 기사를, 함께 강의를 들은 이봉수 교수(특강 진행자)가 데스크를 봄으로써 ‘강연/연설기사 쓰기’ 수련을 겸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특히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살아남는 종은 힘센 종도 머리 좋은 종도 아니다”


"기존 언론들이 저널리즘에서 전통적으로 형성해왔던 표준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누가 기자이고 누가 뉴스인지, 어떻게 취재할 것인지,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노트북 한 대와 디지털 캠코더만 있으면 누구나 혼자서 인터넷에 자신만의 방송을 올릴 수 있는 시대다. 무선인터넷과 넷북은 기자실에서 거리로 기자들을 내몰고 있다. 다윈은 자신의 저서인 <종의 기원>에서 "지구상에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종은 가장 힘센 종도, 가장 머리가 좋은 종도 아니고 환경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말했다. 급변하는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언론인들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는 ‘인터넷과 시민저널리즘’이라는 주제로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강연에서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고 있지 않은가 파악할 수 있어야 이 변화의 시대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대표는 "성공적인 매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 매체와 확실하게 차별되는 편집 고유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시민저널리즘'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도입했던 <오마이뉴스>의 성공 비결을 털어놨다.

 
뉴미디어 공통점은 ‘시민참여 기반’'

▲ 오연호 대표가 자사 대회의실에서 '인터넷과 시민 저널리즘'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이태희

2000년 2월 22일 4명의 직원과 함께 시작한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는 2010년 40여 명의 상근 직원과 6만5천여 명의 시민기자 회원을 가진 온라인 매체로 성장했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미디어들이 약진하는 시대에 <오마이뉴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오 대표는 "미디어의 발전 흐름이 큰 차원에서 우리와 같은 흐름 속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시민기자제도를 도입했던 <오마이뉴스>, 2004년의 블로그, 그 뒤에는 UCC(UGC), 최근에는 소셜미디어, 트위터 등등이 등장했죠. 그 모든 새로운 언어들의 공통점은 시민이 참여한다는 거에요. 웹 2.0, 개방 공유의 플랫폼, 집단 지성의 플랫폼. 이런 것들도 시민이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지난 10년간 인터넷 미디어 발전사는 시민의 참여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반영되어 있어요"


'시민의 참여'가 요구되던 시대적 흐름을 타고 가장 먼저 '시민기자 제도'를 도입한 전략이 효과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직업기자는 독자가 알아야 할 정보에 집중해야”

오 대표는 변화의 흐름을 읽는 것 못지 않게 언론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마이뉴스>는 창간 때부터 누구나 기사를 쓸 수 있는 '시민기자제도’와 직업기자들이 편집국 내에서 편집이나 취재 등의 역할을 맡는 '상근기자제도’를 함께 운영해왔다. 오 대표는 "변하는 것들도 있지만 (언론으로서)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며 시민 저널리즘 시대에 직업기자들이 가져야 할 역할들을 강조했다.

"기사를 쓸 때 팩트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은 요즘도 여전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최종적으로 사람이 읽는다는 것도 똑같지요. 직업기자의 경쟁력은 여기서 옵니다. 많은 정보 중에 어떤 정보에 독자가 집중해야 하는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직업기자입니다. 직업기자는 독자에 대한 생각을 지속적으로 해줄 수 있지요."

오 대표는 "한미 FTA같은 건 분석해야 할 자료가 몇 백 페이지 되는데 독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추려낼 수 있겠냐"며 "김예슬 사건이 알려질 수 있었던 이유도 경향신문 직업기자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기자와 직업기자의 역할분담을 '환상적인 조합'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에서 블로거들과 직업기자들의 성향에 대해서 분석을 했는데. 블로거들은 2차 소스를 가지고 기사를 쓰고 직업기자는 1차 소스를 가지고 기사를 쓴다는 거에요. 마찬가지로 시민기자는 일상에서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에서, 자기가 도달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 것에 대해 기사를 쓰는 거고, 직업기자는 독자들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 기사를 써야 하는 거죠."

▲ 학생들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겨있는 오연호 대표 ⓒ이태희

"10만인클럽은 콘텐츠 기반 수익모델"

10년을 놓고 보면 급성장한 것이 분명하지만 이명박 정부 이후 <오마이뉴스>는 눈에 띄게 주춤거리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에는 재정적 어려움을 공개하며 독자들에게 자발적 구독료를 받는 '10만인 클럽'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오연호 대표는 이후 <오마이뉴스>의 미래에 대해 어떤 청사진을 가지고 있을까? 향후 10년에 대해 묻자, 그는 “오마이뉴스가 왜 앞으로도 성공을 해야만 하냐”고 반문했다.

 “모든 매체는 두 가지의 기여를 합니다. 한편으로는 매력을 전파하고, 또 한편으로는 한계를 노출하죠. 그 동안 <오마이>도 매력을 전파하고 한계도 노출했습니다. 그러니깐 다른 매체들이 나온 게 아니겠어요? 우리 말고 우리와 비슷한 컨셉의 매체가 등장하고 우리보다 더 잘한다면 <오마이뉴스>는 망해도 됩니다. 매개자의 숙명이죠.”

오 대표는 “그러나 지금 망하는 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블로그나 아고라 같은 다른 시민 참여저널리즘이 충분한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 매체들이 <오마이뉴스>를 뛰어넘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며 “지금까지는 그들이 <오마이뉴스>보다 의제설정을 더 잘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 망하기에는 <오마이뉴스>가 할 일이 많다는 얘기다.

“우리는 광고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을 벗어날 수 있게 콘텐츠에 기반한 수익모델을 찾고 있습니다. 10만인클럽 회원들만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뉴스를 고려해보고 있죠. 우리가 식사할 때 꼭 필요한 게 밥이랑 김치인데 ‘10만인 클럽에 가입해야 김치를 먹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독자에게 일반화 할 때 성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것이 <오마이뉴스>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도 있기에 위험할 수도 있는데... 자연스럽게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들어가고 싶은 신문사 배달부라도 해야”

사실 <오마이뉴스>는 야심 찬 새 도약을 준비 중이다. 최근 경기침체로 상당수 언론사들이 수습기자 공채를 줄이거나 취소했지만, <오마이뉴스>는 올해 초 수습기자 7명을 채용했다.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난다. 이번에 뽑은 수습기자 중 다수는 <오마이뉴스>에서 시민기자 활동을 꾸준히 해왔던 이들이라고 한다. 오 대표는 “기자지망생들은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매체에 대한 연구가 돼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목표로 하는 언론사를 정했으면 하다못해 그 신문사의 배달부라도 해야 해요. <오마이뉴스>의 특성이 뭡니까? 우린 시민기자제도를 기반으로 하는데 우리 매체에 들어오고 싶다면 시민기자를 활발히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 오대표의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학생들 ⓒ이태희

“독자 타깃 분명히 하라” <단비뉴스>에 조언

그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이 새 미디어 창간을 기획하고 있는데 조언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경쟁지에 조언을 왜 하냐”고 농담을 하면서도 ‘온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한 대학 웹진'이라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튀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체에는 편집고유성이 있어야 해요. 대한민국의 수많은 음식점 중에서도 우리는 맛있다고 소문난 집을 찾아서 가잖아요. 매체도 마찬가집니다. 그 매체만의 맛이 있어야 해요. 기성 매체와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만들 수 있을까? 이게 분명해져야 거기에 맞는 콘텐츠가 따라갈 수 있어요.”

매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목표로 하는 독자가 누구이고 어떤 성격의 글을 올릴지 분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어설프게 하려면 아예 (매체를) 안 만드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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