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지배 은행 시장점령...이자•수수료 폭리에 고용도 악화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다음달 2일 농협의 금융부문이 분리돼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하는데요, 그러면 단박에 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의 하나가 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5대 금융지주회사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있더군요. 어느 정도입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금융감독원자료를 보면 농협금융지주를 포함해서 KB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의 대출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전체은행의 71.4%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금시장 점유율은 더 높은데, 854조원의 원화예금 중 687조원으로 시장 점유율이 80.6%입니다. 이들 5대 금융지주 계열 은행의 점포 수는 전국 7525개 은행점포 중 73.9%인 5563개입니다. 이런 집중 결과는 이익에도 나타나는데요, 지난해 국내 18개 은행의 순익이 12조원이었는데, 이 중 5대 금융지주 계열은행의 순익은 84.4%인 10조1천억원을 차지했습니다. 11년 전인 2000년과 비교하면 시장지배력집중이 상당히 심화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농협,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5대 은행의 대출시장 점유율은 41.6%, 예금점유율은 48.4%, 점포 수는 43.1%에 그쳤습니다.
거대 금융지주회사들 사상최대 순익…수익원은 소비자 대출이자와 수수료
김: 이렇게 소수의 거대 금융회사들이 시장을 과점하게 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제: 일단 금융회사들의 덩치가 커지고 시장지배력이 커지면 ‘규모의 경제’, 즉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작동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 자신의 경쟁력 제고와 수익 제고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반면 금융회사간의 경쟁이 줄어들기 때문에 소비자에겐 불리하죠. 이자와 수수료 등을 놓고 굳이 치열하게 싸움을 벌이지 않고, 때로는 은밀한 담합을 하기도 쉽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높은 대출이자와 수수료라는 바가지를 쓰게 됩니다. 또 한 나라 경제에서 몇 개 금융사가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이들 금융회사에 문제가 생길 때 금융시스템 전체가 휘청하는, 이른바 ‘시스템 리스크’가 커집니다. 이런 예는 2008년 전후 서브프라임론(비우량주택담보대출)위기 때 미국과 유럽의 대형은행들이 보여줬습니다.
김: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사상최대의 순익을 기록했는데요, 그게 결국 시장지배력을 이용해서 소비자들에게 높은 대출이자와 수수료를 적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죠? 어느 정도입니까?
제: (지난해까지는 금융지주사가 아니었던) 농협을 제외하고 보면, KB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당기 순익이 8조8571억원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1등은 신한금융지주로 3조1천억원이었고요. 이들이 이렇게 높은 순익을 기록한 것은 계열 은행과 카드사의 예대마진, 즉 예금과 대출금리 차이가 평균 3%대로 선진국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조달금리, 즉 예금금리 등은 낮게 유지되고 있는데 대출금리를 많이 받아 생기는 일이죠. 참고로 2009년 평균 2.68%포인트였던 예대마진은 2010년 2.85%, 지난해 2.96%를 기록했습니다. 은행들의 수수료 수입도 전년대비 14% 증가했습니다. 61개 증권사가 경쟁하는 증권업계의 경우 치열한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2000년대 초 평균 0.2%를 웃돌았던 주식 거래 수수료가 최저 0.01%까지 떨어진 반면, 은행 수수료는 인수합병으로 은행수가 줄면서 오히려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과도한 주주배당금, 국부가 해외로 샌다
김: 많은 이익을 낸 금융지주사들이 주주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배당을 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요, 올해는 주주들에게 얼마나 배당을 하기로 했습니까?
제: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신한 KB 우리 하나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총 1조4591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는 지난해의 9754억원보다 약 50% 늘어난 금액입니다. 특히 KB금융의 올해 배당금은 2천782억원으로 전년 412억원보다 7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 주주에게 많은 배당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일 수 있지만, 이익을 내부유보해서 재투자하는 대신 주주에 대한 배당으로 써버리면 성장을 위한 재투자를 가로막아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 것입니다.
김: 그런데 대부분의 금융지주사에 외국인주주 지분이 많기 때문에 결국 배당되는 돈들이 대거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지적이 있죠?
제: 그렇습니다. 4대 금융지주 외에 외국인이 최대주주인 외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씨티은행도 전년의 9999억원보다 30.4% 증가한 1조3037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거나 지급할 계획인데요, 4대 금융지주와 이들 3개 은행을 합쳐 모두 7개 회사에서 외국인이 배당금으로 챙겨가는 금액은 전년의 1조2994억원보다 32.5% 많은 1조7227억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하나금융이 68.4%, KB금융 62.6%, 신한지주 61.0%로 모두 60% 이상이고, 우리금융만 20.9%로 낮습니다. 또 SC은행과 씨티은행은 사실상 외국인 지분율이 100%고, 최근 하나금융지주로 경영권이 넘어간 외환은행도 외국인 지분율이 70.7%입니다. 그래서 주요 금융회사의 배당금 총액이 늘어나면 외국인 주주가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은행 고배당을 둘러싸고 국부 유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회사가 배당금을 많이 지급하는 것은 투자가 시급한 시점에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금융회사와 소비자, 국가경제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법 모색해야
김: 단순화시키면 국내 금융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워 큰 이익을 낸 뒤 주주들에게 후한 배당을 해서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런 문제에 당국이 제동을 걸 수는 없습니까?
제: 민간기업이 많은 이익을 내서 주주에게 배당을 많이 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당국이 개입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은행 등 금융회사의 경우 경영부실로 위기를 맞을 경우 국가경제시스템에 엄청난 충격을 미치기 때문에 공적자금으로 구제해야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이미 우리나라 은행들도 여러 차례 구제금융을 받은 전력이 있고요. 따라서 금융당국은 이들 금융지주사들이 호황 때 번 돈을 배당으로 써버릴 것이 아니라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대손충당금과 대손준비금을 쌓는 등 건전성을 강화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7대 금융사의 배당성향, 즉 순이익에서 배당으로 지급하는 돈의 비율이 지난해 37.8%에서 올해 29.3%로 낮아지긴 했는데, 순익자체가 크게 늘어 배당금의 절대 액수는 지난해 보다 훨씬 커졌습니다.
김: 위기상황에서는 공적자금을 통해 구제를 받고, 평소에는 과점 상태에서 쉽게 돈을 버는 금융지주사들이 일자리 창출이라는 측면에서 과연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없지 않은데요.
제: 금융지주회사들이 인수합병 등을 통해 대형화를 추구하면서 인원을 줄이고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크게 늘려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일부 은행은 최근 비정규직이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2년짜리 계약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 고용조건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크게 열악해진 금융회사의 고용조건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결국 대형화된 금융지주사와 은행들이 소비자와 노동자를 쥐어짜서 외국인 주주의 배를 불리는 구조라는 얘기가 되는데, 이런 구조가 고착되면 국가경제에 큰 폐해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대형금융회사들이 이익을 내면서 동시에 소비자와 노동자, 국가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윈윈할 수 있는 전략, 예를 들면 대출이자와 수수료를 낮추고 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등의 방안을 더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내용은 2월 29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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