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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복지 역량 충분, 정책의지가 관건”
[현장] ‘글로벌 코리아 2012’ 공생 발전 토론회
2012년 02월 24일 (금) 22:40:14 김동현 기자 pacesetter85@gmail.com

정부는 포퓰리즘 입각한 과다 복지 우려

‘공생 발전: 위기 이후 자본주의와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하는 ‘글로벌 코리아 2012’ 국제정책토론회가 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려 세계적 경기침체와 함께 전환기에 처한 한국의 경제정책 방향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관하고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Christopher A. Pissarides) 교수, 존 롤스톤 소울(John Ralston Saul) 국제 PEN 회장, 복지정책 전문가인 스테판 라입프리드(Stephan Leibfried) 교수, <부자아빠의 몰락>을 쓴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정감을 파는 가게> 저자인 심상달 KDI 명예연구위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가해 세계적 경기침체와 복지 문제 등을 화두로 활발하게 토론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공생발전’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토론회에서 각 분야 석학들은 대량의 고용을 창출하지 못하는 저성장 경제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기존 접근 방식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그 대안에 대해서는 각자 의견을 달리했다.

오찬 기조연설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은 최근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복지정책들을 실천하려면 복지예산으로 5년간 최대 320조원이 소요된다며 ‘포퓰리즘에 입각한 과다한 복지’는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여 다음 세대에 ‘복지 세금’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과도한 세금을 줄이면서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리더십, 법과 정의의 실현, 바람직한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 엄격한 재정준칙 적용이 필요하고, 자유무역으로 국가간 세금을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 교수는 “현 위기는 자본주의 자체의 실패가 아니라 진화하지 못한 시장과 정부의 실패”라고 강조하며, “많은 고용 창출로 시장을 통한 성장을 공유하면서도 복지제도를 정비하는 정부지원과 민간협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 런던정경대 교수의 패널발표 장면. ⓒ 김동현

“한국에서는 ‘공생 발전’이라고 불리는 개념이 유럽에서는 ‘포용 성장’ 또는 ‘동반성장’으로 불리지만, 지금까지 나온 대안으로는 현 상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데 큰 의구심이 듭니다. 성장의 달성보다 어려운 것은 경제발전 결과물의 공유입니다.”

그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분배의 불평들을 해소하고자 하는 의지는 있으나, 난항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제도와 법률이 급진적으로 발전하는 기술을 따라잡지 못해 대량 고용 창출은커녕 실업이 수반된 성장을 하고 있으며, 이런 환경에서 고용과 복지, 두 가지 모두를 달성하기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분배의 불평들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 또는 높은 세금을 물리는 것이 있는데, 유럽의 복지국가처럼 너무 높은 과세를 할 경우 기업가들을 유인하지 못하게 된다며 높은 복지정책을 추구하려면 인센티브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복지가 포퓰리즘에 입각해있다는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OECD 국가 기준으로 한국의 복지 비율은 가장 낮은 수준이며, 세수 수준도 매우 낮다는 것이다. 그는 OECD 수준으로 복지를 높이게 되면 세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복지와 세금은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복지 수준을 올릴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있다면서 정책 의지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 효율성 의미 재검토해야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은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친구와 같이 가야 한다”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이 신자유주의가 강조하는 효율성을 바탕으로 지난 50여 년간 급속히 발전했지만,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분배정책에는 소홀히 해왔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중소기업이 경제 인구의 88%를 차지하는 현실에서 대기업이 독점권과 기득권을 이용하여 중소하청 업체와 수익을 공유하는 것을 꺼려왔다고 밝혔다.

그는 동반성장위가 제안한 초과이익공유제를 예로 들며 재벌 총수들의 저항으로 기존 관행을 혁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근 대기업들이 초과이익공유 개념에 합의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구체적 실행방안 즉, 얼마만큼 분배해야 할지에 대한 장애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자금이 흘러 들어가면 시장이 조화롭게 조율되고 전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 건전한 자본주의의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한편, 소울 국제PEN 회장은 참가 패널 중에서 직설적인 화법으로 자기 주장을 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자본주의 위기에 대한) 문제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해결방안인데, 지금 다루고 있는 방식은 모두 부수적인 것만 건드리다가 미결 상태로 탁상공론만 벌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단언컨대,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효율성’을 바라보는 철학의 잘못된 접근에서 모든 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수산업을 예로 들어, 과거 수산업이 많은 고용창출을 이뤘지만, ‘효율성’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시대를 넘어서는, 보다 큰 규모의 배와 적은 근로자를 효율성 극대화의 한 방편으로 여겼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어획량은 과거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대했지만, 수산업은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하락하게 되었는데, 어획물의 절반 가량은 다시 바다에 버려지고, 그 나머지 절반은 저부가가치의 비료 생산에 사용되는 실태를 지적하면서, 종래의 근시안적인 효율성이 과연 효율적인가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주의에 대한 기존의 접근 방식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는 희소성이 아닌 과잉의 시대이므로 성장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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