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런두런경제] 차미연, 제정임의 유쾌한 리서치

 
차미연(MBC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안녕하세요. 오늘(23일) 새벽 우리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게 돼 기분 좋으셨죠? 아마 스코어가 몇 대 몇이 될 지 내기하신 분들도 많으셨을 텐데요, 오늘 유쾌한 리서치는 바로 월드컵 내기와 사행산업에 관한 조사입니다.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나오셨습니다.  이번 조사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참여했나요? 

제정임: 전국의 20세 이상 남녀 3059명입니다. 지난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전화자동응답과 인터넷조사를 통해 참여해 주셨습니다. 이 가운데 여성은 1434명, 남성은 1625명입니다. 

차: 먼저 ‘여러분은 이번 월드컵 경기 결과를 놓고 돈 내기를 한 적이 있습니까’하는 질문을 드렸죠?

제: 네. ‘했다’는 응답이 52.1%, ‘한 적이 없다’는 답이 47.9%로 절반 이상이 내기를 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했다’는 응답의 분포를 보면, 직장 동료나 친구들, 가족 등과 재미삼아 했다는 응답이 41%로 대부분이고요,  경기결과예측 게임인 스포츠토토에 참여했다는 답이 9.5%, 비공인 온라인 베팅사이트를 이용했다는 응답이 1.6% 였습니다.

성별로 보면 남성 중 58.8%, 여성 중에는 44.5%가 내기에 참여한 것으로 나와서, 아무래도 축구 내기에 남성들의 관심이 더 높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의 58.9%가 내기에 참여해서 다른 연령대보다 비율이 높았고요. 또 소득이 높을수록 내기를 한 사람들이 많아지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차: 다음으로 ‘여러분은 경마장이나 경륜장, 카지노, 경정장 등 사행업장에서 돈을 써보신 적이 있습니까’ 하는 질문을 드렸는데요.

제: ‘가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가볼 생각이 없다’는 응답이 42.9%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가본 적은 없지만 기회가 되면 가볼 생각’이라는 응답이 24.5%로, 이 둘을 합하면 사행업장에 가 본 일이 없는 분들이 전체의 67.4%였습니다.

가 본 적이 있는 분들의 분포를 보면요, ‘몇 년에 한 번 가본 정도다’가 20.2%, ‘1년에 몇 번 정도 간다’가 7.9%, ‘한 달에 한 번 정도 간다’가 3.3%, ‘매주 가다시피 한다’가 1.2% 였습니다. 

월 소득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에서 ‘가 본적도 없고 가 볼 생각도 없다’는 응답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요, 동시에 매 주 한번 씩 가는 습관성 이용자도 100만원 미만 저소득층에 많았습니다. 매 주 한 번씩 간다면 습관성 도박일 가능성이 있는데, 도박의 결과로 빈곤해 졌을 가능성도 있겠죠.

 
차: 사행업장에 가 본 경험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경마나 경륜장, 카지노, 경정장 등에 가면 한 번에 돈을 보통 얼마나 쓰십니까’하는 질문도 드렸죠?

제: 네. ‘1만원에서 5만원’이라는 응답이  38.9%로 가장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1만원 이하’가  30.2%였고요, ‘5만원에서 10만원’이 22.4%, ‘10만원에서 20만원’이 6.2%, 그리고 ‘20만원 이상’ 상당히 많이 쓰는 분들이 2.3%였습니다. 

매주 한 번 이상 간다고 한 응답자 중에서는 회당 20만원이상 지출이 19.4%나 되는데요, 이 분들은 자주, 큰 액수의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차: 역시 사행업장에 가 본 분들을 대상으로 ‘경마나 경륜장, 카지노, 경정장 등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입니까’ 하고 여쭤봤죠?

제: ‘가족 나들이로 간다’는 답이 38.1%로 가장 많았습니다. 요즘 경마공원 같은 경우 놀이시설도 잘 돼 있어서 가족나들이와 관광 명소로 꼽힌다고도 하는 군요. 다음으로 ‘취미 삼아서’ 라는 답이 30%,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가 11.4%, ‘시간은 많지만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가 8.9%, ‘사업상 접대 등을 위해서’가 2.1% 등이었습니다. 특히 ‘안 가려고 하지만 스스로를 제어할 수 없어서’ 즉 중독 증상에 해당하는 분도 1%가 있었습니다. 

여성은 ‘가족 나들이’, 남성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서’ ‘취미로’라는 답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습니다.

 

차: 자 이번 조사결과, 전체적으로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제: 우선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내기를 한 사람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데요, 그러나 도박이라기보다는 동료, 친구, 가족과 재미 삼아 한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별로는 남성, 연령별로는 20대가 월드컵 내기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축구 자체에 관심이 많은데다, 관전 재미를 더 크게 하려는 동기로 해석이 됩니다. 

경마 경륜 카지노 경정 등과 같은 사행업장 이용 실태를 보면 70% 가까운 사람들은 아예 가본 적이 없고, 매주 한 번 이상 혹은 한 달에 한번 이상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전체의 4.5% 정도였습니다.  1회 이용금액도 10만원 이상은 8.5%에 그쳐. 국민의 전반적인 도박 성향이 심각한 건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유쾌한 리서치가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고 있어서 과학적인 표본조사라고는 할 순 없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국민 전체의 실태라고 해석하는 데의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차: 하지만 참가자가 3천여 명이 넘고, 나름대로 신뢰도가 높은 조사인 것은 확실하죠. 참, 우리나라의 사행산업 규모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크고, 성장 속도도 빠른 편이라면서요?

제: 네. 지난 98년에 4조원이었던 사행산업 매출이 2008년엔 16조원을 넘어, 약 10년 만에 4배가 됐습니다. 엄청난 성장 속도인 거죠. 16조원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0.67%에 해당하는데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평균은 0.58%입니다. 우리가 평균보다 꽤 높습니다. 

특히 이 수치에는 온라인 카지노나 포커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불법 도박게임은 제외돼 있습니다. 국내 사행산업 가운데 합법 비중은 아까 16조원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불법 비중은 50조원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니까 불법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사행산업의 GDP 대비 비중이 세계 최고수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 6월 23일 수요일 오전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생방송 모습

차: 말씀하신 불법 도박, 특히 온라인을 통한 도박이 상당히 확산되고 있는데, 여기에 사기나 조직폭력까지 개입해서 사건화 되는 경우도 있더군요.

제: 네. 예전에 ‘바다이야기’라는 온라인 게임이 크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이 있죠?  최근에도 사이버상에서 고스톱 포커 등 게임을 운영하고, 오프라인에서 사이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 주는 수법으로 폭리를 챙긴 조직폭력배들 검거된 일이 있습니다.  

만일 이런 온라인 도박까지 사행업장 범위에 넣어 리서치를 했다면 지금 나타난 것보다 경험자 비율이 훨씬 높을 것을 추정됩니다. 

최근에는 월드컵 열기를 타고 불법 베팅 사이트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는데요, 스포츠토토를 제외한 모든 베팅 사이트가 불법이라는 것을 유의하셔야 겠습니다.

차: 사행산업이 너무 커지고, 여기 빠지는 사람들이 늘면 사회적으로 부작용도 클 텐데요.
 

 
제: 그렇죠. 심할 경우 개인적으로 경제 파탄과 사회적 낙오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가정 파탄과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죠. 해외 연구에 따르면 도박자들은 조울증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20배나 높고, 도박중독자 2명 가운데 1명은 이혼을 한다고 합니다. 또 3명 중 1명은 배우자를 학대하고, 5명 중 1명은 자살을 시도하고, 6명 중 1명은 범죄를 저지른다고 하네요. 

그런데 사회적으로 빈부격차가 커지면,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한탕’으로 돌파해 보려는 심리가 확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사행 산업이 너무 커지지 않도록 규제하면서, 경제적으로 지나친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정리 / 이승환 기자


*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6월 23일 오전 8시35분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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