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스쿨 인문교양특강] 고미숙 고전평론가
주제 ② 인문학과 몸

자발성은 몸을 통해 체득하는 것

고미숙 고전평론가는 지난 10여 년간 지식인공동체 '수유+너머'에서 좋은 벗들을 통해 '삶의 기예'를 배웠다고 한다.

"공동체 생활을 하다 보면, 바로 옆에서 누군가 청소를 하고 있어도 같이 그것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시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에선 사회적 약자를 위하고 기득권층에 대한 저항이 몸에 배어있지만, 일상에선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발성이 결여된 셈이죠."

▲ 강연 중인 고미숙 고전평론가. ⓒ 주상돈

그는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왜 공동체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선 자발성이 안 일어날까'라는 고민을 했고, 해답도 그런 생활 경험에서 찾았다. 

"(사회주의) 혁명이 망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혁명의 이념에서는 나오지 않던 자발성이 자본이 들어가니깐 생겼기 때문이죠. 현실 정치가들은 자발성이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몰랐던 것입니다. 그러니 자발성의 구성원리를 훨씬 잘 알았던 자본가들을 어떻게 이길 수 있겠습니까?"

그는 결국 자발성은 몸을 통한 지속적인 훈련으로 체득하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도덕이나 윤리로는 서로 싸울 것이 없습니다. 대화를 하면 동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죠. 하지만 생각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있더군요. 그래서 '몸'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지게 됐습니다. 혁명은 삶의 새로운 방식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이념이 아니라, 이제까지 몸을 통해 작동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것입니다."

고 평론가는 사람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면, 절대로 대화만으로 갈등을 풀 수 없다고 말했다. 부부가 틀어진 감정을 가지고 이성적으로 대화를 해봤자,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오히려 몸을 한번 부딪히는 순간 모든 감정이 리셋(초기화)되면서 갈등이 사라지는 것처럼 이념을 통한 접근보다 몸을 통한 접근이 더 용이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식습관 고쳐야 몸의 병 치유

"인간의 몸은 우주와 분리될 수 없습니다. 몸이 곧 우주인 셈이죠. 하지만 현대인들은 자본주의 이후에 '자연과의 대화'라는 것을 끊어버렸잖아요. 계절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은 자연과 메시지 수신이 끊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자율신경 등은 여전히 자연과 연동돼 돌아가는데, 나는 내 몸의 움직임을 모르고 있다는 거죠."

이는 병원에서 대중이 할 수 있는 행동이 돈 내는 것 외에는 없음을 의미한다며 고 평론가는 대중이 소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가 시키는 것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환자와 의사 사이에 엄청난 장벽이 존재하고 의학이 의사에게 엄청난 권위를 부여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 강연을 듣고 있는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 학생들. ⓒ 주상돈

"사람들은 보통 이가 안 좋으면 의사가 시키는 대로 임플란트를 합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이 아닙니다. 이가 약하면 보통 신장에 문제가 있습니다. 혹은 잇몸이 약한 경우도 있습니다. 윗 잇몸이 안 좋은 사람은 위장이 안 좋고 아래 잇몸이 안 좋은 사람은 대장이 안 좋습니다. 임플란트가 아니라 오장육부를 고려해 식습관을 고치는 게 필요하죠. 그 때문에 모든 사람이 의학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내 몸이 우주구나. 내 몸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구나'를 배우니까 너무너무 재밌습니다."

고 평론가는 그와 함께 공부하는 사람 이야기를 했다. 30대 여성이 주인공이었는데 비위가 약해 다 토해내는 것이 연례행사였다고 한다. 그래서 고 평론가는 비위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 위장을 강하게 하는 식습관을 권했다. 실제로 위장을 강하게 하려면 단 것을 먹으면 된다는 정보를 들은 고 평론가는 종종 '조청'을 챙겨 먹였다. 그리고 올해 처음으로 안 토했다고 한다.

"원인을 알면 몸의 문제를 해결하고 몸을 바꿀 수 있습니다. 비싼 처방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일상에서 연결된 것 하나만 잘 찾아내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하나 간단한 팁을 드리죠. 혹시 만약 귀가 잘 안 들리는 분이 계십니까? 귀가 안 들리면 신장이 안 좋음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귀를 잘 만져주십시오. 그러면 신장도 좋아질 것입니다. 내 몸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이 가장 불행하지 않을까요?"

글쓰기, 몸과 마음이 결합하는 수련법

"저는 몸 수련의 일환으로 글쓰기를 권합니다. 수련은 내 몸의 기운을 바꾸는 것인데,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하는 것은 옳은 수련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몸과 마음이 결합해서 할 수 있는 수련은 책 읽고 글 쓰는 것밖에 없습니다."

고 평론가를 자기수련이라는 원대한 지평선 위를 질주하려면 구체적인 실천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108배나 등산, 걷기, 낭송 등등 방법은 수없이 많지만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공간에서 규칙적으로 할 수 있는 글쓰기를 권한다. 앎의 의지와 욕망이 함께 가지 않은 실천이나 수행은 매너리즘에 빠지기 때문이라 한다.

"글쓰기를 위해선 우선 독서의 밀도가 높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낭송과 암송을 권합니다. 물론 필사도 좋고요. 대충 한번 훑어보거나 마우스로 긁는 방식으로는 책과 어떤 접속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는 지금 ‘몸, 삶, 글’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인문의역학(人文醫易學)을 탐구하는 '밴드형 코뮤니타스'인 '감이당'에서 활동하며 다른 이들의 글쓰기를 돕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함께 공부한 연구원•수강생들과 함께 <몸과 삶이 만나는 글, 누드 글쓰기>를 출간했다.

▲ 고미숙 박사가 함께 공부한 연구원, 수강생들과 쓴 책 <몸과 삶이 만나는 글, 누드 글쓰기>.

 "북드라망이라는 출판사를 만들어 '누드 글쓰기'란 책을 내고 자발성을 끌어내는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누드 글쓰기는 자신의 사주를 보고 자신이 스스로 분석한 글입니다. 치유의 글쓰기인 것이죠. 이런 변화를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는데, 방황하던 아이가 지금은 글을 쓰고 청소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심리학, 정신분석학이 판치는 현실에서 인문의역학이 세상을 바꾸는 데 최고의 것이라 생각합니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은 <사회교양특강> <인문교양특강I> <저널리즘특강> <인문교양특강II>로 구성되며, 매 학기 번갈아 개설되고 서울 강의실에서 일반에 공개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인문교양특강I>은 강재호, 이택광, 심보선, 이현우, 정희진, 오동진, 고미숙 선생님이 맡는데,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의를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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