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영화 '파파' 뒷 이야기 '미군은 이라크에나 돌아가라'
"통째로 편집돼 아쉬웠어요"

어느 영화 관계자와 최근 개봉한 국내 영화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국내 영화들이 제작비에 비해 그 작품성이 너무 못 미친다"는 한탄 아닌 한탄을 하면서 그 원인이 무엇인지 나름 '우울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영화판의 구조적 문제, 감독들 마인드 문제, 배우들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얘기 등을 하면서 몇몇 진흙 속 진주 같은 존재들의 면면도 함께 설왕설래하던 때였다.
 
이 관계자가 짚었던 배우 중 박용우가 있었다. 어느 영화를 맡든 탄탄한 기둥이 되어 지탱하고 동시에 이끌어 갈 수 있는 포용력이 있는 배우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또한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들 대부분 기대 이하의 작품성이었다는 혹평과 함께 그는 아직 보진 않았지만 <파파>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시나리오 상으로 봤을 때 간만에 나올 웰메이드 가족영화라면서 말이다.  
 
박용우 "나도 미남배우라고요!"
  

▲ 영화<파파>에서 춘섭 역을 맡은 배우 박용우. ⓒ 이정민

<파파>는 원래 크리스마스 개봉을 목표로 제작된 작품이었다. 지난 달 기자들을 초대한 영화 관련 행사에서 <파파>의 한지승 감독은 다른 영화관계자에게 영화가 뒤로 밀린 사연을 소개하고 있었다. 지난 해 <마이웨이>와 <퍼펙트게임>이라는 두 대작의 대결이 붙은 마당에 <파파>까지 '끼었다면' 함께 고사할 위험이 컸던 상황. 그렇기에 설 연휴 개봉으로 영화 개봉을 조정했던 터였다.
 
하지만 설 연휴 개봉 역시 녹록치 않았다.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한 <페이스 메이커> <댄싱퀸> <네버엔딩 스토리> 그리고 저예산 영화 <부러진 화살>이 출격 대기 중이었다. 할리우드 대작 <미션임파서블4>가 여전히 흥행 몰이를 하고 있었고,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등 할리우드 가족 영화 역시 설 연휴 개봉을 확정했다.
 
결국 <파파>는 2월 1일로 개봉을 다시 미뤘다. 롯데라는 주요 배급사를 등에 업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개봉관과 한국 영화 화제작과 붙어서는 서로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파파> 행사에는 한지승 감독과 함께 배우 박용우도 동석했다. 그는 홍보 관계자에게 "나도 나름 미남 배우지 않나요? 다음엔 그렇게 홍보를 해주세요!"라며 애교(?)섞인 말을 던지고 있었다. 사실 영화의 주연을 맡은 입장에서 출연 영화가 다른 영화들 개봉에 밀리는 상황이 그리 마음이 편하진 않을 법 했다.
 
<오마이스타>와의 인터뷰에서 박용우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한지승 감독님이 제게 연기는 물론이지만, 그 외의 것들도 잘 챙겨주었으면 하는 부탁을 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배우로서의 역할 그 이상의 임무를 부여받은 셈이었다. "(현장에선) 아이들이 가장 우선이었고, 다음이 아라씨, 그리고 나였어요"라면서 그는 웃었다. 물론 삐지기도 했단다.
 
하지만 친분이 두터웠던 한지승 감독에 대한 믿음과 함께 낯선 촬영 현장에서 후배와 아이를 챙기면서 들었던 감정들이 영화에 궁극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던 그였다. "진심은 다 알잖아요"라던 박용우의 모습을 떠올리니, 글 초반 언급한 영화 관계자가 왜 그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지 납득이 됐다.
 
영화 <파파>, "단순한 가족영화는 아니다" 

▲ 영화 <파파>의 한 장면. 중앙 뒷줄에 춘섭(박용우 분)과 준(고아라 분)과 함께 아이들이 함께 서 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마야(메그 켈리 분), 지미(파커 타운젠트 분), 타미(페이튼 타운젠트 분), 막내 로지(안젤라 아자르 분)과 고든(마이클 맥밀런 분)이다. ⓒ 상상필름

박용우는 인터뷰 자리에서 "시나리오를 너무 좋게 봐서 영화가 편집과정에서 다치지 않았으면 했다"는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영화 흐름상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하게 여러 부분이 편집됐다"고 덧붙였다.
 
박용우는 배우로서 역할에 더 철저한 편이라며 편집과 관련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쉬움은 아쉬움인 법. 그가 특히나 아까워했던 영화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박용우는 한 신이 통째로 날아 버린 장면을 꼽았다. 알려진 대로 영화 <파파>는 전직 가수매니저가 다문화가정 6남매를 맡게 되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풀어 가는 작품이다. 영화엔 불법체류, 다문화, 한국 연예계의 특수성 등의 코드가 담겨있다. 이런 코드가 미국을 바라보는 타국인들의 시각과 어우러져 색다른 가족 코미디 영화로 탄생한 셈이다.
 
해당 장면은 박용우와 아이들이 결정적으로 마음을 열게 되는 순간을 묘사한 장면이었다. 하루 종일 밥을 굶은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기 위해 한인마을 회갑잔치에 무단침입 해 공연을 펼치는 장면 직전이었다.
 
"지미와 타미(극중 셋째, 넷째인 쌍둥이 형제)가 랩을 하겠다고 집을 탈출하다 고든(극중 둘째 형)에게 잡히는 장면이었어요. 형에게 멱살을 잡힌 애들이 '우릴 집으로 데려가면 세계적 스타의 탄생을 망치는 거다'라며 까부는 중에 술 취한 백인군인들이 고든을 붙잡고 '흑인 주제에 뭐 하는 거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이러면서 무시하는 장면이었죠.
 
이때 지미와 타미가 정색하면서 백인 군인들에게 '그러는 너희가 이라크에나 돌아가라' 그러면서 다시 고든에게 '아까처럼 다시 멱살을 잡고 우릴 끌고 가라'고 말해요. 이 부분이 가족 영화 이상으로 미국에 대한 타지인들 정서를 잘 보여줄 수 있는 부분 같았는데 아쉽죠."

▲ 영화<파파>에서 춘섭 역의 배우 박용우가 19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만나 인터뷰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러면서도 박용우는 연신 "진심이 담긴 영화를 관객들이 잘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연초를 맞이해 극장가를 채우고 있는 가족영화들 틈에서 <파파>가 지닌 의미를 박용우는 강조했다. 따뜻한 웃음을 찾는 영화광이라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볼 법 하겠다.
 


* 이 글은 오마이스타 이정민 기자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중인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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