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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경쟁, 선거 후 ‘꽝’은 곤란
여야 앞 다퉈 재벌개혁 등 공약...법과 제도로 뿌리내리게 해야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2년 02월 01일 (수) 22:22:13 김동현 기자 pacesetter85@gmail.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서 재벌개혁 등의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논란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우선 ‘경제민주화’란 어떤 개념인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독재’에 반대되는 개념이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경제민주화’란 경제적 기회와 성과를 소수가 독점하지 않고 국민 전체가 고루 나누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대기업 등 소수가 경제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독점하지 말고,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민 노동자 등 모두가 합당한 몫을 가질 수 있게 하자는 것이죠. 경제민주화의 요소로 ‘공정한 경쟁’, ‘의사결정과정의 고른 참여’, ‘분배 정의’가 꼽히기도 합니다. 한나라당에서는 지난 87년 개헌 당시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넣는데 기여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재벌개혁 등을 주도하고 있고, 민주통합당에서는 지난해 신설된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의 유종일 위원장이 작업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리 헌법 119조 2항이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불리는 데,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즉 균형 성장과 적정 분배를 위해 국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헌법 119조 강조하는 김종인 유종일이 각각 주도

김: 이와 관련해서 각 당에서 제시한 정책들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우선 한나라당을 살펴볼까요?

   
제:
한나라당의 경우 당 강령 1조에 ‘경제민주화 실현’을 새로 명시했고, “공정 경제를 바탕으로 복지와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비즈니스 프렌들리’와 ‘747 공약’을 앞세워 외형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추진한 것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성장률 대신 고용률, 즉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을 경제정책의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겠다는 의지도 보였습니다. 관련 정책으로는 ‘출자총액제한제가 폐지된 후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이 심해진 것에 대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것, 대기업의 하도급횡포 근절을 위해 공정거래법을 강화하겠다는 것,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엄단하고 중소기업적합업종을 보호하겠다는 것 등을 제시했습니다.  
  
김: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어떤 정책을 내놓았습니까? 

제: 민주당은 우선 재벌개혁 정책을 구체화했습니다. 지난 2009년 폐지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켜서 10대 재벌의 덩치 불리기를 규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기업이 계열사에 고의적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경우 배임죄 등으로 형사처벌까지 하겠다, 법인세법 등을 개정해서 재벌의 계열사 확장에 대해 세금 부담을 늘리겠다는 것 등이 포함됐습니다. 민주당은 또 비정규직이 줄어들 수 있도록 동일가치노동에 대해 동일임금을 보장하도록 하는 방안, 정리해고의 남용을 규제하는 방안 등 노동보호정책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과세강화 등 부자증세와 보편적 복지 확충 등 다양한 정책을 2월 말까지 잇달아 내놓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민주당과 차별화해서 10대 재벌별로 ‘맞춤식 개혁방안’을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김:
민주당이 제시한 재벌개혁 방안 중에서 ‘재벌세’가 논란이 됐는데, 이건 어떤 얘기입니까?

제: 유종일 위원장이 거론한 것인데, ‘재벌세’라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의 경제력 집중 행위에 대해 과세를 강화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면 재벌기업이 자회사 주식에 대해 배당을 받았을 때, 이 배당수익에 대해 앞으로는 법인세를 물리겠다는 것, 또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아 다른 회사에 출자했을 때, 지금은 대출금 이자를 비용으로 처리해주지만 앞으로는 이에 대한 세금을 다 물리겠다는 내용 등입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에서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세금을 신설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지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환영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극심한 양극화 원인 재벌, 미룰 수 없는 개혁대상으로 부상

김: 최근 들어 이렇게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되고 재벌정책이 쏟아지는 배경은 뭐라고 봐야 할까요? 

제: 우선 시기적인 배경을 찾자면 오는 4월에 총선, 즉 국회의원 선거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겠습니다. 지난해 10.26 재보선 등에서 ‘1% 부자와 대기업을 위해 99%가 소외되는 경제구조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민심이 확인됐다고 볼 수 있는데, 정치권이 표, 즉 민심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합을 벌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배경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그로 인한 민생의 피폐가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재벌은 배 터져 죽고, 서민은 배곯아 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수의 경제력 독점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확산됐습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4년 동안 30대 재벌 계열사 수가 791개에서 1150개로 359개나 늘었고, 이 중 10대 재벌의 자산총액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8년 55%에서 2010년 75%로 늘었습니다. 이들 대기업들이 불공정한 방법으로 하청중소기업과 노동자를 착취하고, 자영업자의 일감까지 뺏었기 때문에 양극화가 극심해진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재벌개혁 등 경제민주화가 정치권이 외면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된 것이죠.

김: 사실 우리나라 재벌의 경제력 집중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데요, 여러 정권에 걸쳐 개혁 논의가 있었지만 나아지지 않고 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엔 이런 문제가 없나요?

   
제: 자산 규모나 계열사 수만 따지면 우리나라 재벌보다 큰 글로벌 기업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 재벌들처럼 총수일가가 소유지배권을 배타적으로 행사하면서 이른바 ‘황제 경영’을 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 분야까지 잠식하고, 정치 경제는 물론 언론과 사법영역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군은 적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 중에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삼성그룹과 가끔 비교되는 게 스웨덴의 발렌베리그룹입니다.  이 그룹이 스웨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 경제에서 삼성의 비중보다 큽니다. 그런데 발렌베리 가문은 그룹의 경영권만 상속하고 소유권은 공익재단에 귀속시켜서 회사의 이익이 스웨덴의 전체의 사회복지에 쓰이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스웨덴 사람들은 이 가문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해요. 반면 삼성은 편법불법 논란 속에 자산과 경영권을 대대로 상속하고, 차명계좌와 탈세, 노조탄압, 산업재해은폐 등 물의를 일으키고 있으니 상당히 대조적이라고 하겠습니다.  

김: 시장의 자유와 경쟁을 강조하면서 대기업 편을 들었던 한나라당까지 재벌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이런 공세에 대한 재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제: 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긴데, 겉으로는 ‘소나기를 피하고 보자’는 태도로 비칩니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들이 빵집까지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하니까 곧바로 삼성, 현대차, LG, 롯데그룹이 빵집, 순대, 청국장, 카페 등 자영업자 영역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죠.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폭탄을 맞을지 모른다고 계산한 것 같습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이나 재벌과세 강화가 논의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익명의 인사들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실효가 없어 없앤 출자총액제도를 왜 부활시키나’ ‘정부가 개입하면 기업가 정신과 투자의욕을 낮춰 경제 활력이 더 떨어진다’ 는 등의 불평을 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선의'에 기대는 동반성장은 지속 불가능

   
김: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가 다분히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선거가 끝난 후에도 지속될 것인지 하는 회의적 시각이 없지 않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여야가 경쟁적으로 재벌개혁,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것은 선거 때문이든 아니든 우리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숙제 하나를 열심히 한다는 신호이므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과거 정권에서 반짝 개혁을 추진하다 ‘도루묵’이 된 전철을 밟을 위험이 있습니다. 그래서 꼭 필요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정책을 정교하게 설계해서, 탄탄한 지지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또 현정부가 내놓은 동반성장대책처럼 대기업의 ‘선의’에 호소할 것이 아니라, 법과 제도로 정책이 확고히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게 필수입니다.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대기업이 거의 독식하고 있는 경제적 기회와 이윤이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민, 노동자들에게도 돌아가게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 소득피라미드의 맨 아래쪽에 있는 사람들도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이런 기대를 잔뜩 가졌다 실망하는 일이 다시는 없길 바랍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2월 1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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