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반발로 난항하는 동반성장위...‘시혜’ 대신 정공법을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진행자): 동반성장위원회가 거의 1년 가까이 추진해 온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논의가 어제 열린 동반성장위 본회의에서 무산됐다고 하는데요, 어떻게 된 것입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완전 무산은 아니고 보류된 것입니다. 어제 동반성장위원회 본회의에서 이익공유제 도입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었는데요, 대기업측 위원 9명이 전원 불참해서 토론이 안 됐습니다. 그래서 다음달 2일 다시 회의를 열어 최종적인 논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대기업들을 대변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익공유제 관련 내용이 실무위원회에서 전혀 합의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본회의에 상정됐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동반성장위 측은 실무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전경련이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파행이 빚어졌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현재 전경련 측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주장하는 ‘이익공유제’ 대신 ‘성과공유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익공유제논의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보류된 초과이익공유제, 성과공유제보다 훨씬 광범위한 개념

김: 정운찬 위원장이 도입을 주장하는 초과이익공유제와 전경련이 확대하자는 성과공유제는 어떻게 다른 것인가요.

제: 초과이익공유제(profit sharing)는 대기업이 연초에 목표로 정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을 때 협력 중소기업들에게 그 이익의 일부를 기여도에 따라 나눠주어서 동반성장을 추구하자는 것입니다. 기업이 기대이상의 이익을 냈을 때 종업원들에게 성과급을 주는 것처럼 협력기업들에게도 혜택을 주자는 주장이죠. 반면 성과공유제(benefit sharing)는 대기업의 지원으로 중소기업이 기술개발 등에 성공해서 원가절감 같은 성과를 내는 경우, 그 성과를 함께 나누어 갖는 것입니다. 포스코 등 국내 90여개 대기업이 이미 시행 중인 제도이고요. 성과공유제가 대기업이 특정 중소기업과 특정 프로젝트에 대해 제한적으로 이익을 나누는 것이라면, 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낸 초과이익 전체에 대해 모든 협력업체와 이익을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광범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 대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운찬 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고집하는 이유는 뭔가요.

제: 정 위원장은 수출비중이 높은 우리 대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부품업체에 납품단가 인하를 과도하게 요구하는 게 관행이 돼 있다고 지적합니다. 따라서 예상보다 이익이 많이 났다면 그 중 일부를 단가 인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부품업체들에게 나눠주어 기술과 인력개발을 지원하는 게 옳다는 것이죠. 이익공유제는 미국 영국 호주 등 여러 나라에서 활용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에스티엑스(STX)조선해양이 도입해서 성과를 보고 있다는 게 동반성장위의 주장입니다. 참고로 대기업들의 납품업체 단가인하가 얼마나 심하냐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2002년부터 4년간 국내부품업체를 대상으로 단가를 인하한 규모가 3조28억원인데, 이는 같은 기간 이 회사가 낸 영업이익 10조7925억원의 28%에 해당합니다. 특히 단가인하가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02년 23%에서 2005년 49%로 2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대기업들이 협력업체의 희생으로 이익을 낸다는 정 위원장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사실이죠.   

생산과정의 문제는 방치하고 최종 이익만 나눠 가져…근본적 해결책 못돼

김: 그렇다면 재계는 어떤 논리로 초과이익공유제를 반대하고 있습니까. 

제: 기업이 열심히 사업해서 낸 이익을 다른 기업과 공유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반시장적 발상이고, 대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입니다. 또 협력업체들이 과연 이익창출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평가하기 어려워서 초과이익의 적정한 배분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대기업들이 상시적으로 협력업체의 기여도를 평가하기 때문에 핑계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이 반대하는 진짜 이유가 이익공유제를 도입할 경우 파급효과가 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이익공유제를 도입하면 대기업들이 많이 활용하고 있는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들도 이익배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얘기가 대기업 경영자들에게서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김: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요. 

제: 정부는 소극적입니다. 정운찬 위원장이 이익공유제 얘기를 처음 꺼냈을 당시 주무장관이었던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현실성이 없다”며 부정적으로 언급했습니다. 또 지식경제부 장관이 바뀐 뒤에도 부처와 청와대 어느 곳도 이 문제와 관련해 동반성장위를 거들지 않고 있습니다. 정 위원장은 “정부가 말만 앞세우고 진정한 동반성장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정치권도 부정적인 분위기입니다. 홍준표 전 원내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도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다고 하거나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성과공유제를 지지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이 문제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는 상황입니다.

김: ‘대기업 중소기업의 상생’과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야권이 왜 초과이익공유제에는 미온적일까요.

제: 초과이익공유제의 취지 자체는 좋지만 이것이 동반성장을 위한 정공법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 단가 후려치기나 기술 탈취를 하고, 또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같은 편법으로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게 사실인데, 생산과정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방치해놓고 최종적으로 발생한 이익을 나눠 갖도록 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대기업의 ‘자율’에 맡겨서 이익공유를 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독점규제법과 하도급법 등 현행법을 적극 적용해서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부당하도급거래 등을 단속하는 게 정공법이라는 것이죠. 잠재적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교수도 이익공유보다는 부당하도급과 기술 탈취 같은 대기업의 횡포를 뿌리 뽑아 거래질서를 바로잡는 게 먼저라고 지적한 일이 있습니다.  
 
재벌개혁과 하도급질서 확립을 위한 적극적인 법 집행 필요

김: 그렇다면 야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초과이익공유제 대신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있나요.

제: 야권에서도 여러 정당별로 정책들이 다르지만 민주통합당의 경우 당내 ‘경제119 위원회’를 통해서 우리 헌법 119조 2항에 규정된 경제민주화 조항에 따라 적극적인 재벌개혁과 중소기업지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재벌이 중소기업 영역까지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하지 못하도록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하고, 계열사간의 일감 몰아주기를 적극 규제할 것,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보호하고 부당 하도급거래를 철저히 단속할 것 등을 주장합니다. 또 중소기업의 공동연구개발 같은 경쟁력 강화 노력을 적극 지원할 것과 탈세 등 재벌의 범죄를 엄단할 것도 촉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법에는 있지만 적극 집행되지 않았던 공정거래 규정이 철저히 적용되도록 해서 재벌의 횡포를 막고, 중소기업의 협상력을 집단적으로 높여주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김: 사실 대기업들이 대외적으로는 ‘단가 후려치기’를 안하겠다고 하지만, 해당사업부의 담당 임원이나 간부들이 나서서 중소기업의 납품단가를 무자비하게 깎고 있지 않습니까.

제: 그렇게 납품 단가를 깎은 실적을 해당 임원과 간부의 보너스, 즉 성과급에 반영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일이 계속되고 있죠. 
    
김: 그런 인센티브 시스템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초과이익공유제는 동반성장위원회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데, 현재 분위기로서는 도입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것 같군요. 그러면 앞으로 동반성장위의 위상은 어떻게 될까요. 

제: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010년 12월 출범해서 이제 1년을 막 넘겼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공익대표들이 함께하는 민간자율합의기구의 성격이어서 처음부터 강력한 정책 추진에 한계를 안고 있었죠. 동반성장위는 그동안 초과이익공유제와 함께 동반성장지수 개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을 추진했는데, 이 중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만이 논란 속에서 약간의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근본적으로 행정적 강제력이 없고 대기업의 자율과 참여, ‘시혜’에 기대는 동반성장위를 통해 대기업의 횡포를 바로잡기는 어렵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지적입니다. 이보다는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가 수출대기업에 편중된 지원 대신 수출과 내수의 균형 발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균형 성장을 도모하는 쪽으로 확실히 전환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금리 환율 등 거시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물론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규제할 수 있는 제도 개혁과 하도급질서 확립을 위한 적극적 법집행이 필요합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1월 18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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