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떼창'에 음주까지...퍼포먼스로 더 빛난 데미안 라이스 공연

"오랜 기간 친구로 지낸 여자 분이 있었어요. 어느 날 그녀 집에 갈 기회가 있었어요. 그녀의 방은 밤하늘의 별이 훤히 보이는 창문이 있었죠. 많은 얘기를 했어요. 그런데 그녀가 순간 자기 방에서 자고 가라는 거예요. 오호! '매우 친했다지만 그녀를 이성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어쩌지?',...하는 도중 그녀가 씻는다며 화장실로 갔죠. 나도 화장실에 따라 들어가야 하나? 앗, 오해하지 마세요! 전 이빨을 닦았거나 했을 겁니다. 하하! 긴장이 된 건 사실이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녀가 그러는 거예요. '난 동생 방에서 잘게' 오! 이런!"

데미안 라이스, 그는 기타 하나만으로 3000여 명의 관객의 마음을 훔쳤다. 11일 강한 찬바람이 불던 밤이었다. 군데군데 헤지고 구멍이 보이는 어쿠스틱 기타가 서울 잠실 올림픽 공원에 위치한 올림픽 홀을 가득 메웠다.

 

▲ 데미안 라이스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 현대카드

압권...'떼창 퍼포먼스' '음주 퍼포먼스' 길거리 공연은 보너스

다소 우울할 줄만 알았던 그는 '깨알 개그'까지 갖춘 귀여운 아일랜드 아저씨였다. 한껏 멋을 부리고 와도 됐을 것을, 은둔했었다는 소식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는 한껏 정신 없는 일명 '거지머리'를 하고 왔다. 공연 도중 간간이 "헤헤헤, 오우 내 머리!"라며 장난스럽게 던지는 데미안 라이스에 관객들은 여기저기서 '귀엽다', '사랑스럽다', '그래도 나랑 결혼하자'라며 화답했다.

2007년 내한공연이 한번 무산된 과거가 있어서일까. 아시아 여러 국가를 제치고 선택한 그의 첫 내한 공연은 준비된 곡과 함께 앙코르 3곡, 여기에 준비된 여러 무대 퍼포먼스로 꽉 찼다. 오래 기다린 관객들에겐 해후의 순간이었을 법했다.

 

▲배낭 하나, 기타 하나 들고 한국을 찾은 데미안 라이스.  ⓒ 현대카드

"제 예상엔 15명 정도 올라올 것 같군요"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관객들이었다. 데미안 라이스는 대표곡 '볼케이노'(volcano)를 부르기 전 "관객들과 함께 부르고 싶다"며 "희망자는 무대로 올라오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관객 약 100여 명이 1층과 2층 통로를 통해 몰려들었다. 경호원이 겨우 막고 막아 무대엔 약 50여 명의 사람들이 데미안 라이스를 둘러쌌다.

데미안 라이스의 연인이자 음악적 동료인 리사 헤이건과 함께 돌림노래 형식으로 불렀던 해당 곡은 이날 관객들의 참여로 재탄생했다. 데미안 라이스가 직접 관객을 3파트로 나눠 즉석 돌림 '떼창'이 이뤄졌다. 노래 도중에도 일부 관객들은 그의 코앞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관객들 열정에 데미안 라이스는 "오우, 집에 가서 한국인들 미쳤다고 일기에 쓸 거예요"라며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타루'와 함께 와인 마시며 '치어스 달링'

'더 프로페서 & 라 피유 다스'(The Professor & La fille danse), '에스키모'(Eskimo), '델리케이트'(Delicate), 그리고 '엘러펀트'(Elephant) 등 데미안 라이스의 거의 모든 대표곡들이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특히 데미안 라이스는 마지막 곡 '캐논볼'(Cannonball)'에 이르러서는 앰프 연결선을 제거한 상태의 어쿠스틱 연주, 여기에 마이크를 쓰지 않고 노래를 불러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200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같은 아일랜드 출신 뮤지션이자 영화 <원스>로 유명한 글렌 핸사드 역시 같은 퍼포먼스를 한 바 있다.

 

▲ 데미안 라이스의 첫 내한공연이 열린 올림픽 공원 올림픽 홀의 모습. 3000여 명의 관객으로 해당 공연장이 꽉 찼다. ⓒ 현대카드

압권은 앙코르 곡 퍼포먼스였다. 애절했던 '콜드 워터'(Cold Water)로 시작한 앙코르 곡은 자살로 비운의 죽음을 맞이했던 천재 뮤지션 제프 버클리(Jeffrey Scott Buckley)의 '할렐루야'(Hallelujah)를 재해석한 노래로 이어졌다. 여기에 영화 <클로저>의 삽입곡으로 유명한 '블로어즈 도터'(The Blower`s Daughter)로 데미안 라이스는 특유의 감성을 짙게 드러냈다.

특히 데미안 라이스는 마지막 앙코르였던 '치어스 달링'(Cheers Darlin)을 부를 땐 직접 와인을 준비해 한 여성과 한 병을 다 마시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상대 여성은 홍대 인디뮤지션 '타루'였다. 취중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던 데미안 라이스는 무대 소품이었던 벤츠에 잠드는 모습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파리의 어느 길거리를 연상케 할 것이다"던 공연 콘셉트의 대미를 '노숙모드'로 장식한 셈이다.

달랑 배낭 하나에 '진정성' 담아 온 '쌀 아저씨'

매니저도 없이 배낭 하나 메고 한국을 찾은 데미안 라이스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연주만으로도 수 천 명의 관객을 사로잡았다. 순전히 그의 음악이 지닌 진정성 덕이었다.

 

▲데미안 라이스, 그의 음악에 담긴 진정성은 공연장을 찾은 관객을 하나로 만들었다. ⓒ 현대카드

공연을 마친 이후 데미안 라이스는 거리에서 공연의 여흥을 즐기던 관객들 틈으로 달려가 즉석에서 세 곡을 더 불렀다는 후문이다. 알아보고 다가오는 관객에게 직접 초콜릿을 주기도 했다니 역시 '쌀 아저씨(라이스 아저씨)' 다운 모습이었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중인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