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위기, 중동 불안, 양대 선거가 경제 불확실성 증폭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정부의 경제작전사령부라고 할 수 있는 기획재정부가 어제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보고를 했습니다. “올해 닥쳐 올 복합위험에 대처하겠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떤 의미에서 복합위험이란 용어를 쓴 것일까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미래의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리스크(risk), 즉 위험이 여러 가지라는 의미로 썼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획재정부는 크게 세 가지를 위험 요소로 꼽고 있는데요, 먼저 지난해 내내 문제가 됐던 유럽의 재정위기입니다. 아직 이렇다할 해법이 나오지 못한 채 악화하고 있어서, 새로운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습니다. 또 이란의 핵개발로 중동지역의 정정이 불안해지면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급변동할 가능성도 위험요인의 하나입니다. 국내에서는 올해 4월의 국회의원 선거와 12월의 대통령 선거 등 양대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분출하면서 경제정책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불안 요인으로 꼽힙니다. 

올해 거시정책 최대 목표, 안정 추구 수비적 정책

김: 그래서 기획재정부가 “올해 거시정책의 최대 목표는 위기 대응”이라고 선언한 것이군요. 그렇다면 성장에는 큰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뜻입니까?
 
제: 일단 그렇게 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재정부는 어제 업무보고의 주제를 ‘위기를 이겨내는 경제, 서민과 함께 하는 정책’으로 제시했는데요, 당면한 위험에 철저히 대처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안정에 역점을 두겠다는 뜻입니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747정책’, 즉 연 7%의 성장과 4만 달러의 1인당 소득, 세계 7위 경제로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집권한 뒤, 지난 4년간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장’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성장 위주의 공격적 행보 대신 안정을 추구하는 수비적 정책으로 확실한 전환을 선언한 셈입니다. 재정부는 유럽위기나 중동정세의 변화에 따라 1단계로 시장 모니터링 강화, 2단계로 탄력적인 경기 대응, 3단계로 금융기관 자본 확충과 외화 확보 및 확장적 경기대응이라는 시나리오를 준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기 대응과 함께 서민생활안정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지난해 서민 생활을 어렵게 한 것은 무엇보다 물가 아니었습니까? 물가 대책은 제대로 마련했나요?

제: 재정부는 올해도 원유 등의 수입가격 불안정으로 생활물가 불안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밀가루 등 생필품의 기본관세를 인하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자유무역(FTA) 발효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주류 수입면허업자에게 소비자 직접판매를 허용하는 등 수입품 유통구조도 개선하기로 했습니다. 농산물 비축과 계약재배 확대 등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 기반을 구축하는 정책도 추진하고요.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중요 품목의 가격안정을 담당 공무원이 책임지는 ‘물가실명제’ 도입을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물가불안정은 지난해까지 성장에 집착하느라 저금리를 제 때 정상화하지 못한 것, 고환율정책으로 수입물가가 고공행진하게 만든 것 등 거시정책 실패에 기상과 해외변수 등 통제가 어려운 요소들이 결합한 때문입니다. 이걸 행정력으로 ‘때려잡고’ ‘팔을 비틀어’ 안정시키려다간 시장만 왜곡할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서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서 세제와 금융차원의 대책도 마련됐다고 하던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제: 무주택서민들이 내집을 마련할 때 싼 이자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보금자리론’의 지원 대상이 현재 부부합산 연소득 2500만원이하에서 4500만원이하로 확대됩니다. 올해 총 1조5천억원을 지원한다고 하는군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도 확대하는데요, 대상을 연소득 4000만원이하에서 5000만원이하로 넓히고, 금리는 4.7%에서 4.2%로 낮춰 올해 말까지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서민과 중산층의 재산 형성을 돕자는 차원에서 장기적립펀드에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연간 총급여 5000만원이하 개인이 10년 이상 펀드를 적립하면 납입액의 40%가량을 소득에서 공제해줄 계획이라고 합니다. 연간 최고 240만원이 소득공제될 수 있는데, 장기펀드에 대해서는 수수료도 최소화할 것이라고 하는군요.

정부, 보편적 복지의 단계적 시행 계획

김: 서민 가정에서 가장 애로를 느끼는 부분이 아이들 키우고 교육시키는 데 너무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인데요, 올해 복지 정책도 좀 나아지나요?

제: 그동안 보편적 복지냐 선별적 복지냐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는데, 정부가 일단 보육에 대해서는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가정이 혜택을 보는 보편적 복지로 가겠다는 방향을 확실히 했습니다. 물론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고요. 우선 올해부터 만 0세에서 2세까지의 보육료를 모든 가정에 지원하고, 5세아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도입해 모든 소득계층에 월 20만원씩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애매하게 3,4세가 빠졌습니다만 어쨌든 보편적 보육복지가 본격 확산되는 추세라고 하겠습니다. 또 하나 각 가정의 큰 고민인 대학등록금 문제는 이번에 확실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소득계층에게 등록금 부담을 최대 27% 줄여준다는 내용이 어제 발표에 포함됐지만, 선거 때 공약한 ‘반값 등록금’ 을 현실화하라고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불만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김: ‘최대의 복지는 일자리다’하는 얘기도 있는데요, 사실 많은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고 기존 일자리의 안정성이 높아지면 국가의 복지지출 부담이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이번에 일자리 대책은 어떤 것들이 마련됐나요? 
 
제: 세제를 통해 기업들의 고용을 촉진하는 정책이 포함됐습니다. 기업들의 투자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고용을 창출하는 투자에 대해 세액공제율을 상향조정하기로 했습니다. 투자를 통해 실제로 일자리를 늘린 기업에 대해 지금보다 세금을 더 많이 깎아주겠다는 얘기입니다. 창업을 촉진하기 위해서 2000억원 규모의 청년전용 창업자금을 신설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일단 이런 정책들은 바람직하다고 하겠는데요, 이와 함께 필요한 것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려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공공기관과 대기업들이 앞장서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소모품처럼 손쉽게 해고하는데, 이에 대한 처방이 없습니다. 또 경제정책이 수출대기업 중심이어서 중소기업과 내수산업에서 일자리가 잘 생겨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성찰과 정책전환이 없다는 것도 정부 대책의 한계라고 하겠습니다.    

선거를 인식한 포퓰리즘적 정책 경계해야

김: 올해는 총선과 대선 등 두 차례의 큰 선거가 예정돼 있는데요, 선거로 인해 경제정책이 왜곡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죠?

제: 재정부는 업무보고에서 ‘선거로 인한 포퓰리즘적 정책 요구로 재정의 건전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방어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정부에 비판적인 학자들은 거꾸로 정부가 집권여당의 선거에 도움이 되도록 재정을 편파적으로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어제 업무보고에서 재정부는 올해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 즉 상반기에 저조하다가 하반기에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정부관리대상 사업비의 60%인 165조원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집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4월 총선에 맞춰 집중적으로 자금을 풀고 경기를 부양해서 여당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겠다는 전략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돈이 마구 풀릴 경우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더 자극하는 등 경제체질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요. 특히 주택구입이나 창업지원을 위한 서민금융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과정에서 가뜩이나 심각한 가계부채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 정말 만만치 않은 위험요소와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2012년인 것 같은데요, 국내외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습니까?

제: 최근 제이피모건 등 세계적 투자은행 9곳이 내놓은 2012년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을 평균하면 3.4%로, 우리 정부가 예상한 3.7%보다 낮습니다. 이는 지난 2011년의 성장률, 약 3.8%보다 못한 것이어서 체감 경기가 좋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이들 투자은행은 세계경제 성장률도 2.7~3.5%정도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세계 경제의 양대 엔진이 돼 왔던 미국과 중국도 저조하고, 공동통화를 쓰는 유로존 17개 나라는 평균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2012년 전망에서 올해가 (큰 침체기에 들어서는) ‘세계경제의 암울한 전환점(depressing turing point)’이 될지 모른다고 내다봤습니다. 우리 모두 단단히 각오하고 위험에 대처하면서, 선거에서 바른 선택을 통해 희망을 만들어 나가야할 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1월 4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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