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로그인 회원가입
2020.10.1 목
> 뉴스 > 지역 > 핫이슈 | 핫이슈
     
'나랏말싸미' 서로 다를 때 '가나다 전화'
우리말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특이한 콜센터
2012년 01월 03일 (화) 19:53:01 안세희 기자 seheea@danbinews.com

"아픈 거 빨리 낳길 바래..."

인터넷 공간에서 화제가 됐던 유머 '구(ex)남친' 시리즈의 일부다. 늦은 밤, 이별한 남자들이 옛 연인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내용을 정리해놓은 이 시리즈는 절절한 이야기들이 군데군데 틀린 맞춤법으로 적혀 있어 보는 이를 폭소케 한다.

   
▲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가나다 전화'는 국어를 전공한 전문 상담원들이 국어에 관한 모든 궁금증을 풀어주는 국어생활 종합상담실이다. ⓒ 안세희

맞춤법 오류는 명확한 의사 전달을 방해하는 것은 물론 좋지 않은 인상을 남긴다. 상대방의 맞춤법 실수에 호감이 사라졌다거나,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경험담도 자주 들려온다.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기본적인 맞춤법이 틀린 이력서는 치명적인 감점 요인이 된다고 밝힌다.
 
그렇다면 갑자기 특정 문법이 헷갈리거나 단어의 올바른 쓰임이 궁금할 때는 어떻게 하면 될까? 인터넷이나 사전을 검색해도 충분치 않을 때는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가나다 전화'를 이용해 보자. 쉽게 말해, 국어 콜센터다.

맞춤법부터 전반적인 국어생활까지... 가장 많은 질문은 '띄어쓰기'

   
▲ 가나다 전화는 서울시 강서구 방화3동에 위치한 국립국어원 내에 있다. ⓒ 안세희 

1991년에 문을 열어 작년에 20주년을 맞은 '가나다 전화'는 국립국어원에서 운영하는 국어생활 종합상담실이다. 전국 어디서든 1599-9979(국어친구)로 추가 비용 없이 연결이 가능하며, 국어를 전공한 전문 상담원들이 즉시 답변해준다.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나 점심시간인 12시부터 1시까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루 평균 200∼300건의 상담을 접수·처리하고 있으며 이용자가 많은 시험기간엔 400건을 넘어가기도 한다. 국어를 사랑하고 아끼는 시민들의 전화가 가장 많고 방송인, 언론인, 교사, 출판업계 관계자, 작가, 학생 등 직업적으로 올바른 국어습관이 중요한 이들의 전화도 자주 걸려온다.

맞춤법, 띄어쓰기, 부호, 표준어, 외래어, 로마자 등을 포함해 표현, 어원, 순화까지 전반적인 국어 생활에 대한 상담이 모두 가능한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은 '띄어쓰기'로 상담 업무의 약 30%에 달한다.

한 이용자가 '올리브즙'의 띄어쓰기를 묻자 올리브즙은 붙여 쓰는 것이고, '즙'은 먹을 것을 나타내는 명사 뒤에 붙어 '농축액'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명쾌한 답변이 돌아온다. 그러나 이렇게 간결 명료한 질문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간혹 곤란한 질문이 들어오기도 한다.

학교 시험 문제의 정답을 놓고 학부모가 전화하거나, 부부가 다툼 도중 전화를 걸어 '검증'을 요구하는 등의 경우다. 원칙만 설명하는 것이 방침이라 그대로 설명을 하지만 상담원 입장에서는 난처하다. 어떤 이용자는 왜 친척 호칭이 남성중심이냐고 따지기도 했다고. 그 외에도 무턱대고 민원을 접수한다거나 국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엔 관련 부서로 전화 연결을 해 준다.

"짜장면이 표준어 된 날 함께 짜장면 먹으러 갔어요"

   
 ▲ 가나다 전화 상담원들의 책상에 붙어 있는 표준어 규정 ⓒ 안세희 

가나다 전화에서 근무하는 전문 상담원은 네 명이다. 모두 국어를 전공했고, 국어를 사랑하는 마음에 즐겁게 업무에 임하고 있다고. 상담원으로 일을 시작한 지 1년 된 최경은(30) 씨는 국어를 아끼는 사람들의 전화가 반갑고 기분이 좋다.
 
"국어를 사랑하는 '애국 시민'들과 통화하면 정말 반갑죠. 저 역시 한글 파괴를 보면 마음이 너무 아픈데, 그러한 세태에 대해 말씀들을 하시면 공감되죠. 영어 철자 하나 틀리면 비웃는 분위기인데 왜 올바른 한글 사용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지 모르겠어요. 안타깝지요."

한동안 하루 50번 이상 전화하는 이용자도 있었단다. '열심히 공부하는 분께 도움드릴 수 있어 뿌듯했다'는 이들의 대답에서 국어 지킴이의 책임감과 보람이 느껴진다. 자주 전화하는 이용자들과는 가벼운 대화도 주고받는다.
 
한 이용자는 "옛날엔 이웃이라면 집에 있는 숟가락 개수도 알았다. 우리는 매일 통화하는데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하지 않겠냐"며 자신의 신발 치수를 문수로 알려줬다. 이후 그 이용자는 상담원들 사이에서 '11문 아저씨'로 통한다. 지금도 가끔 전화 오는 '11문 아저씨'는 언제나 반갑다고. 전화를 받자마자 대뜸 용건만 말하거나 공격적인 어투로 상담을 해오는 이용자들에게 서운함을 느낄 때도 있지만, 고마움을 표시하고 가벼운 인사를 건네는 한 마디에 상담원들은 힘이 난다.

상담원이 많지 않다 보니 자리를 비우는 일은 쉽지 않다. 잠깐이라도 자리 비우는 동안 걸려오는 전화는 옆자리 동료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부터 근무한 김지숙(31)씨는 목이 아픈 듯 계속 물과 차를 마시며 인터뷰에 응했다. 힘든 것 없느냐는 질문에 "화장실 가는 것도 쉽지는 않다"며 고충을 털어놓지만, "일이 재밌고 나도 공부를 많이 하게 돼 배우는 기쁨도 크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 가나다 전화에서 근무하는 네 명은 모두 국어를 전공한 전문 상담원이다. ⓒ 안세희

최근엔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로 한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나 관련 질문도 덩달아 늘었다. 며칠 전 '훈민정음 창제 후 관료들의 반대가 많았는데, 국권피탈 전까지 400년 동안 역대 임금들의 한글 보호 정책이 어떠했는지 궁금하다'는 질문도 접수됐다. 그런 경우엔 관련 자료집이 있는 홈페이지 주소를 소개한다.

'한글 지킴이'인 이들에게 평소 국어습관은 어떠하냐고 짓궂게 물었다. 짜장면이 표준어가 되기 전 어떻게 발음했는지 묻자 김지숙씨가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솔직히 짜장면으로 발음했어요. 짜장면이 표준어가 된 날 저희끼리 짜장면 먹으러 갔어요."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도 만날 수 있는 가나다 전화

국어 관련 상담은 가나다 전화뿐만 아니라 트위터페이스북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상담원들이 직접 운영하지는 않지만 가나다 전화의 이정미(45) 위촉연구원이 꾸준히 검토하고 관리해나가고 있다.
 
또한, 한국어 담당 상담원을 충원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한글을 배우는 이들이 느끼는 궁금증을 풀어줄 상담원이다. 지난 22일부터 채용이 진행되고 있으며 30일이 접수 마감이다. 그러나 외국어 상담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는다.

   
▲가나다 전화에 접수된 질문내용들. 의미에 해당하는 단어 문의나 표준발음과 외래어에 대한 질문도 접수된다. ⓒ 안세희

올해 가나다 전화가 처리한 상담 건수는 5만5891건에 달했다. 맞춤법이 틀린 영화 자막이 그대로 스크린을 통해 나오고, 외래어와 영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오늘날이지만 한글 지킴이 가나다 전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들의 우리말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고 있다.


 * 이 기사는 2012년 1월 1일자 <오마이뉴스> (www.ohmy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안세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 단비뉴스(http://www.danbi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의견나누기(1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운영원칙] 욕설, 반말, 인신공격, 저주 등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은 글과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올린 글은 통보 없이 삭제합니다.
  
밥상차려 (118.XXX.XXX.29)
2012-01-04 11:40:37
전국 어디서든 1599-9979(국어친구). 예쁜 아가씨가 가르쳐 준다면 매일 통화하며 한글을 속삭이리라~~ㅎㅎㅎ
리플달기
2 0
Follow danbi_news on Twitter

단비뉴스소개기사제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27136)충청북도 제천시 세명로 65(신월동 579)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413호|Tel 043)649-1557
인터넷신문등록번호: 충북 아 00192|등록일 : 2017-11-27|발행인: 이봉수|편집인: 심석태|개인정보관리책임자 : 심석태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석태
Copyright 2009 단비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anbi@danb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