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정경유착,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등 진상 규명 절실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올해는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전 세계 금융계가 크게 출렁거렸습니다만, 국내 금융계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올 한 해 국내 금융계의 5대 이슈를 꼽는다면 어떤 것들을 들 수 있을까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굉장히 많은 일로 충격 받고, 분노하고 마음 졸이기도 했던 한 해였습니다만, 우선 16개사의 영업정지와 예금인출사태를 낳았던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또 900조 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를 뺄 수 없겠죠. 이와 함께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론스타의 대주주적격성 시비도 한 해 내내 시끄러운 사안이었고, 농협을 포함한 금융회사들의 전산장애와 개인정보유출 사고도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마지막으로 영세자영업자들과 카드회사간의 수수료 분쟁도 기억에 남는 이슈입니다.  

저축은행, 내년에도 추가 퇴출 사태 나올수 있어

김: 먼저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돌아볼까요? 이미 16개 저축은행이 문을 닫았고 이 중 몇 곳은 시중은행에 팔리기도 했는데요, 추가로 퇴출되는 저축은행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하죠?

제: 그렇습니다. 지난 1월 삼화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된 것을 시작으로 9월까지 16개 저축은행이 퇴출됐고, 현재 금융감독원이 6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자구노력 진행 상황을 점검 중인데요, 그 결과에 따라 내년 초에 추가로 퇴출되는 곳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무더기 퇴출사태가 빚어진 것은, 아시는 것처럼 저축은행들이 서민금융기관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팽개치고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큰 돈을 벌어보려다가,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사업이 부실화된 탓이 가장 큽니다. 그런데 부실경영내용을 더 들여다보니까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마구 불법대출을 해주고, 리베이트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금융당국자와 정치인을 매수해서 감독과 규제를 벗어나는 등 엄청난 비리가 드러났습니다. 검찰수사에서 대통령의 친인척까지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졌고요.

김: 저축은행 문제가 이렇게 곪아터지게 된 데는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도 많더군요.

제: 맞습니다. 사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운 영세자영업자와 서민층을 대상으로 지역밀착형 금융을 하라는 게 설립 취지입니다. 소액 예금과 대출이 중심이기 때문에, 원래 일반은행에 비해 예금보장한도도 낮고, 한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는 대출한도도 적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정부가 금융규제를 완화하면서 저축은행의 예금보장한도를 은행과 똑같은 5천만 원으로 올려주고, 동일인 대출한도도 대폭 높여주고, 저축은행끼리의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것도 장려하면서 외형 성장위주의 경쟁 풍토를 조성했죠. 그러면서 법에 정해진 감독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았을 텐데, 금융감독원 간부출신이 저축은행 감사로 가는 등 유착관계가 생기면서 감독도 엉터리로 했습니다. 저축은행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정치인이 검사를 피할 수 있게 감독당국에 로비를 하기도 했고요. 결국 저축은행 사태는 정치인과 금융관료,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유착이 낳은 대형 금융스캔들이고, 그 진상은 아직 철저한 규명이 필요한 상태라고 하겠습니다.  

가계부채, 양적 증가와 함께 '상환 능력 악화'가 문제

김: 다음으로 가계부채 얘길 해볼까요. 올해 내내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위기의 뇌관이라는 걱정이 많았는데,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제: 지난 3분기 말, 즉 9월말 현재 금융권의 가계부채 총액은 전분기보다 약 16조원 늘어난 892조 5천억 원으로 사상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가계대출 잔액과 신용카드 같은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부채가 거의 900조원에 육박했다는 얘기입니다. 단순히 가계부채가 늘고 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계의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빚이 늘어 부채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가계의 연평균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비율은 150%를 넘어섰는데, 이는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미국의 숫자보다 나쁜 상황입니다. 지금 유럽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내년 경제 상황도 좋지 않은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요, 만일 정부가 지금 억지로 떠받치고 있는 부동산가격이 내년에 본격적으로 떨어지고 물가를 감안한 가계의 실질소득도 위축되면 본격적인 가계부실이 발생하고, 이것이 금융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김: 가계부채 문제가 이렇게 심각해진 원인은 뭐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뭘까요?  

제: 가계부채증가의 근본 원인은 소득양극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익부빈익빈’이 심화하면서 중산층은 부동산투자를 통해 재산을 늘려보려고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았고, 저소득층은 생계자체를 위해서, 즉 전월세보증금 인상분이나 자녀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또 갑작스런 의료비지출로 빚을 지는 경우가 많아졌죠. 여기에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둔화된 기업대출 대신 가계대상 영업을 전략적으로 확대한 영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카드회사들이 신용카드를 쉽게 발급해주고 고금리 카드론을 의도적으로 늘리기도 했고, 캐피탈이나 대부업체들도 공격적인 영업을 했죠. 정부의 저금리정책에도 책임이 있습니다. 물가안정과 대출억제를 위해 금리인상이 필요했지만 경기부양에 집착한 정부가 저금리정책을 고수해 가계부채증가를 방조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만성적 가계부채가 단기간에 해소되긴 어렵겠지만 정부가 카드회사, 대부업체 등의 이른바 ‘약탈적 대출’을 규제하면서, 소득불균형을 해소하고 저소득층의 복지를 강화하는 근본적 처방을 함께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논란, 국정조사를 통해 규명해야

김: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싼 논란, 특히 론스타의 대주주적격성 시비도 현재진행형인데요, 시민단체들은 물론 여야 정치권에서도 국정조사 필요성을 거론하고 있죠?

제: 그렇습니다. 외환은행 매각은 우여곡절을 거쳐서 이달 초 하나은행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의 51.02%를 약 3조9천여억 원에 사는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당국의 최종 승인절차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운동단체들은 론스타가 국내법상 은행을 소유할 수 없는 산업자본임이 명백하다면서 ‘금융당국이 관련법에 따라 론스타의 대주주적격성을 심사하고, 외환은행 매각 원천무효 결정을 내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 등의 주장은 론스타가 일본에서 대규모 골프장사업을 하는 등 산업자본임이 명백하기 때문에, ‘금융주력기업만이 은행을 소유할 수 있다’는 국내법을 위반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난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살 당시 금융위원회가 심사를 엉터리로 했다는 사실이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폭로되기도 해서, 여야 정치권도 ‘론스타 국정조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원회는 외환은행매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론스타는 이미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가 인정되기도 했는데요, 이런 의혹들에도 불구하고 론스타가 약 5조원의 순익을 챙겨 이른바 ‘먹튀(먹고 튀기)’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의 행정, 사법, 입법체계의 총체적 무력성을 확인하는 일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 지난 4월의 대형사고에 이어 이달 초에도 일어났던 농협의 전산장애는 ‘과연 믿고 금융거래를 해도 되겠나’ 하는 불안감을 갖게 했는데요, 농협 외에도 이런 저런 전산장애와 개인정보유출 사고가 우리를 놀라게 했죠?

제: 네. 농협은 자산규모가 280조원, 고객 수가 3천만 명에 이르는 큰 조직인데요, 지난 4월에 전산장애로 금융거래 기록이 사라지고 업무가 마비되는 사고가 일어난 데 이어, 5월과 12월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과연 믿고 거래해도 되나’ 하는 불안감이 커졌습니다. 농협 사고를 조사해 보니 담당직원들이 가장 기본적인 보안절차도 지키지 않았고, 정보기술 및 보안부분에 투자가 너무 소홀했다는 문제점 등이 드러났습니다. 농협 외에도 지난 4월 현대캐피탈의 고객 175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것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 금융소비자들을 놀라게 했죠. 우리가 정보기술에서 앞서간다고 자찬할 때가 아니라 취약한 보안 관념을 강화하고 관련 투자와 관리시스템을 강화해야한다는 과제를 확인시켜 준 사건들이었습니다.

김: 음식점 주인들이 가게 문을 닫고 결의대회를 하러 나갈 만큼 영세자영업자들의 카드수수료 문제도 뜨거운 쟁점이 됐는데요.

제: 그랬죠. 현행법상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강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가 너무 비싸 수지를 맞추기 어렵다며 음식점과 옷가게 등 영세자영업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섰습니다. 카드수수료를 현행보다 대폭 깎아줄 것을 요구한 것이죠. 당국이 이런 요구를 1만 원 이하 소액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려다 소비자반발로 무산되기도 했고요. 결국 당국과 업주들의 압력에 카드회사들이 수수료율을 약간 인하하는 쪽으로 타협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카드사들이 소비자들의 신용카드 마일리지 혜택 등을 줄이겠다고 나서서 ‘매년 막대한 순이익을 내는 카드사들이 조금도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을 사기도 했습니다. 카드수수료 문제는 이제 1라운드가 끝났다고 할 수 있는데, 앞으로도 논란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카드사에 맞서는 자영업자들은 개별적으로 협상력이 약한데요, 이들의 협상력을 집단적으로 보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12월 28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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