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명예훼손에 관한 모범사례

설리번 사건

설리번 사건은 인종차별문제가 사회 전반적으로 표출되던 1960년대 초에 일어났다.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라 (Heed Their Rising Voices)"라는 제목의 1960년 3월 29일자 <뉴욕타임스>의 전면광고가 문제의 발단이었다. 지속적인 흑인민권운동을 전개하기 위한 기금을 조성하자는 광고였으나, 허위사실을 포함해 문제가 됐다. 

특히 알라바마 주 몽고메리 시의 설리번 경찰서장은 자신이 하지 않은 일이 <뉴욕타임스> 광고에 나옴으로써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설리번의 주장은 대체로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고 실무자도 급한 상황에서 사실을 확인하지 않았고 광고주인 흑인 인권단체와 주도자를 존경해 그대로 실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알라바마주 대법원은 뉴욕타임스에 50만 달러를 물어내라고 판결했다. 진보적 언론사는 천문학적 배상으로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두드린 대법원이 허위가 포함된 사실에 대해서도 언론은 부분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판결문을 대표 집필한 브레난 대법관은 "자유로운 토론에서 잘못이 들어간 언사는 불가피하다. 표현의 자유가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숨 쉴 공간'을 가지려면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다. 엄청난 배상액을 인정할 경우 언론은 두려움과 소심으로 굴복할 것이라고도 평가했다.

지난 12월 26일 정봉주 전 의원이 2007년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등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징역 1년형을 받아 수감됐다. 수감되던 날, 정 전 의원은 비비케이 사건에 대해 "1964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만장일치로 뉴욕타임스의 손을 들어준 설리번 사건과 유사하다"며 "우리가 1960년대 미국보다도 못한 사회에서 살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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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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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협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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