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개> 전윤찬 피디에게 듣는 영화 흥행 비법은?

"사람들이 영화 피디에 대해선 잘 몰라요. 감독이 눈치 봐야 할 사람이 바로 피디인데 말이죠. 그들이 '노!' 하면 끝이에요. 피디도 제작자거든요. 영화에 관여를 얼마나 하느냐 차이지만 피디가 직접 영화감독을 섭외하기도 해요. 90년대 중반까지 피디는 '막일 하는 사람' 이런 인식이 있었지만 실은 피디는 영화 전반에 대해 가장 이해가 깊은 엘리트랍니다. 요즘 스태프들은 연출부를 가려고 하지, 제작부를 기피하곤 해요. 제작부는 촬영·조명·동시녹음 등을 다 알아야 합니다. 하면서 얻는 게 많죠. 하다못해 분장과 의상까지 다 알아야 해요. 그래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지시할 수가 있으니까요. 영화 전반을 알고 돈을 쥐고 있는 게 바로 제작부죠."

영화 제작에 대한 열정적인 장광설을 털어 놓던 바로 이 사람. 전윤찬 피디를 만났다. 대중들에겐 생소한 이름이라 생각할 법 하지만 올해 화제 작품 중 하나였던 영화 <풍산개>의 흥행 몰이를 일군 일등 공신이다. 연출을 전공해 감독을 꿈꾸기도 했던 전윤찬 피디는 한때 직업군인으로 살면서 삶의 회의를 느끼면서 지인들의 권유로 현재의 피디로 방향을 전환한 경우였다. 

 

▲ 영화 풍산개의 제작진인 전윤찬 프로듀서가 3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오마이스타와 인터뷰를 하며 영화 제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윤찬 프로듀서는 올해 열린 제48회 대종상영화상 시상식에서 기획상 후보에 올랐다. ⓒ 이정민

"영화 하는 게 힘들어도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에너지를 주고 삶을 사는 거 같더라고요. 함께 공부했던 동생들의 작품을 프로듀싱 하다 보니 애들이 '감독의 재능이 없는 건 아니지만 프로듀싱 할 때 재능이 빛나더라'고 하곤 했어요."

알고 보니 전윤찬 피디는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마디로 현장형 피디였다. 게다가 지금껏 맡은 작품들에서 한 번도 손해를 보지 않았던 '숨겨진 흥행 피디'이기도 했다. 그가 지금까지 작업했던 굵직한 작품은 총 세 편. 신재인 감독의 <신성일의 행방불명>(2006), 김영남 감독의 <내 청춘에게 고함>(2006), 전제홍 감독의 <풍산개>가 바로 그것이다.

"프로듀서가 굉장히 돈 많고 폼 나는 직업인 줄 아는데 고단하고 써야할 돈이 많은 직업이에요. 초기에 투자 받지 못하면 피디들이 비용을 다 물기에 리스크 크죠. 그간엔 소규모 영화들의 컨설팅을 맡으면서 생활해왔어요. 그러다 2010년 여름에 김기덕 필름에서 <풍산개>를 제의 받았죠. 다 맡겨달라고 조건을 걸었습니다. '내 방식에 터치를 하지 말라'고요. 김기덕 감독님이 바로 '오케이!' 했어요."

최근까지 <풍산개>, 김기덕·장훈 감독 관련 이슈에서 그의 이름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지만 정작 그는 김기덕 감독과는 깊은 인연이 없던 터였다. <풍산개>를 맡기 전까지 말이다. 전윤찬 피디 역시 "만약 <풍산개>가 김기덕 감독 영화였다면 망설였을 거다"라고 덧붙였다. '스타일리시한' 김기덕의 작업 방식 때문이었다. 여튼 <풍산개>는 김기덕 사단의 주축 멤버인 전제홍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전윤찬 피디는 전 감독과 함께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 마케팅·홍보비까지 포함된 총 제작비 5억, 김기덕과 돈독했던 당시 장훈 감독이 맡았던 영화 <영화는 영화다>의 3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이었다. 

제작비 20억 이하의 비밀...쓸데없이 빠져나가는 돈 줄이는 그만의 비법

지금껏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전윤찬 피디는 "제작비는 최대한 20억, 그 이상을 넘는 작품은 안 한다"면서 제작비에 대한 상한선을 그었다. "대중과 친숙한 작품을 하고 싶다"면서도 툭하면 수십억을 넘는 국내 영화 제작 현실을 고려할 때 다소 무모한 선언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다른 이유가 있기라도 한 걸까.

"한국에서 망했다는 영화도 7,80만 관객 수는 갔어요. 어느 정도 영화가 이슈화 되면 보통 거기까진 가죠. 이걸 BP(손익분기점)로 잡을 수 있을 지 않나 생각해요. 총제작비를 4억에서 5억 정도로 보고 마케팅을 한다면 충분히 이익이 나죠. 이런 논리로 제작비 10억 영화는 60만, 15억은 100만, 20억이 들면 보통 110만 관객 이상 손익분기점이죠."

여기까진 평범한 시장 분석이었다. 그러나 핵심은 제작비가 아닌 일정한 관객 수를 바라보고 제작비를 최소화 하는 데에 있었다. 전윤찬 피디는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제작비 수준은 20억을 상한선으로 보고 철저히 그 안에 맞는 작품을 하고자 했다. 이 바탕엔 우리나라 영화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한국 영화의 경쟁력은 할리우드의 장기 제작 시스템도 아니고 일본만의 잘 짜여진 시스템도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영화를 최대한 빨리 찍고 그만큼 빨리 대중과 소통해야 해요. 제작 기간을 효율적으로 줄이는 겁니다. 촬영 이후 후반 작업까지 고려해서 말이죠. 한국 스태프들의 현장 대처 능력이 빠르다는 점을 생각하면 여기에 제작비를 줄이는 노하우가 다 있어요.

보통 영화를 제작하는데 한 달에 적게는 12회 많게는 15회 차까지 촬영을 하는데 <풍산개>는 한 달하고 일주일 만에 25회 차를 찍었어요. 이게 노하우죠. 상업영화를 찍으면 보통 석 달에서 넉 달 정도를 촬영해요. 그런데 블록버스터 영화가 아닌 경우라면 이 기간을 충분히 줄일 수 있습니다."

 

▲ 전윤찬 피디는 신인감독이라도 작품이 좋으면 자신의 돈을 들여서라도 작품을 하자는 주의다. 그가 맡았던 세 편의 영화 모두 그의 돈이 들어가 있기도 했다고. 스태프들에겐 절대 본인의 돈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전 피디 자신은 자신의 돈을 쏟는 우직함이 있었다. 사람이 가장 큰 재산이라고 생각하는 전 피디만의 영화 작업 방식이었다. ⓒ 이정민

제작 기간만 줄이는 게 능사? "핵심은 따로 있다"

적은 예산으로 좋은 영화를 만드는 데 전 피디의 노하우는 바로 제작 기간 줄이기였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었다. 줄인비용 이상의 영화적 완성도가 있어야 대중들에게 선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반 계획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영화 전반뿐만 아니라 후반작업, 그리고 마케팅 포인트까지 철저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감독과 피디가 사전준비, 그러니까 사전 기획 단계를 철저하게 밟아야 해요. 이것만 잘 되면 나머지는 제작팀들이 알아서 합니다. 감독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갈 수 있는 마인드가 있어야 해요. 현장에 앉아서 받아먹기만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감독으로서 '이건 꼭 있어야 한다'고 한다면 피디의 입장에선 '그건 이렇게 대체할 수 있지 않나?' 서로 이런 식으로 타협해가면서 프로듀싱을 해요. 감독도 그만큼 열린 자세가 필요한 거죠. 피디 역시 돈과 사람만 움직이는 게 다가 아니라 '이 시나리오는 내 작품이다' 그리고 심지어는 '감독은 나를 대신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필요해요. 평소 스태프들에게도 '감독은 당신들의 생각을 대신 하는 사람이다'라고 말해요. 그럼 자세부터가 달라지더라고요."

영화 작업 일선에 드러나진 않지만 결국은 나의 영화를 만드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 전윤찬 피디만의 작업 방식이었다. 그와 함께 작업했던 스태프들은 언제 또 작품에 들어가냐고 아우성을 칠 정도라고. 그만큼 영화판을 잘 이해하고 사람을 다룰 줄 안다는 얘기다. "풍산개 들어갈 때 절대 독립영화로 풀지 않겠다"고 했어요. "철저히 상업영화로 풀 것이고 100만원이라도 수익을 내서 꼭 돌려주겠다"고 했죠. 철저한 기획과 열정으로 함께한 이후 결과는? 영화 <풍산개>는 제작대비 열 두 배의 수익,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더라도 서·너배의 수익을 올린 성공적인 작품이 되었다. 


* 이 글은 오마이스타 이정민 기자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재학중인 이선필 기자가 오마이스타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 이 기사가 유익했다면 아래 손가락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불필요)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