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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한 민생 틈타 대부업 고금리 만끽
‘러시앤캐시’ 등 4개 업체 이자제한 위반 영업정지 방침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2011년 12월 21일 (수) 21:55:25 구슬이 기자 nyx009@naver.com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 등 대부업계의 선두주자들이 어제(20일) 강남구청으로부터 영업정지 사전통지서를 받는 동시에 형사고발됐습니다. 구체적으로 뭐가 문제가 됐나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법으로 정해진 금리보다 많은 이자를 받은 게 문제였습니다. 현재 대부업체들이 고객에게 돈을 빌려주고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연 39%가 최고한도인데요,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 그리고 러시앤캐시 계열인 ‘미즈사랑’과 ‘원캐싱’ 등 모두 4개 대부업체는 일부 고객들에게 이보다 높은 이자를 적용해서 약 30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이들 업체는 이렇게 해명합니다. 대부업 법정 최고이자율이 지난 7월 44%에서 39%로 인하되기 전에 돈을 빌린 고객들이 만기까지 못 갚은 경우 기한을 연장해주면서 연체금리를 받은 것이라고요. 그러나 조사를 담당한 금융감독원은 이들이 고객에게 만기 통보도 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연체처리도 하지 않았다면서 핑계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김: 이들 대부업체들은 연 39%를 넘는 이자를 받은 게 문제가 됐다고 하는데요, 사채업자들은 연 100%가 넘는 이자를 받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그런 경우는 왜 단속을 안 하나요?

   
제:
그렇게 높은 금리를 받는 사채업은 다 불법이고 단속 대상인데, 현실적으로 단속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대부업체는 쉽게 말해 ‘등록된 사채업자’라고 할 수 있고, 사채업자들은 ‘미등록 대부업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행 이자제한법은 미등록 대부업자(사채업자)가 돈을 빌려주거나 개인끼리 돈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연 30%를 넘는 이자를 적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을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수도 있게 돼 있습니다. 반면 등록된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정부의 규제를 받는 대신 연 39%까지 이자를 받을 수 있게 해줍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사채업자들이 법망을 피해서 영업하고, 개인들이 급박한 상황에서 돈을 쓰는데다 이자제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엄청난 고리대에 시달리면서도 신고도, 단속도 잘 이뤄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혹시 지금 사채를 쓰고 고금리 독촉을 받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우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6개월 영업 정지 가능, 급전 필요한 서민들 사채에 의존하는 상황 올 수도

김: 이번에 적발된 대부업체들은 언제부터 얼마나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나요?

제: 현행 대부업법에는 이자제한조항을 어겼을 경우 6개월 영업정지라는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고, 형사처벌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도 있게 돼 있습니다. 이번에 내려진 조치는 일단 금융감독원이 적발한 내용에 따라 관할 행정관청인 서울 강남구청이 영업정지를 사전통보하고 해당 업체의 소명을 받는 절차입니다. 내년 1월 6일까지 대부업체들이 회신한 내용을 봐서 위법행위가 분명하다고 판단되면 내년 1월 중 영업정지조치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업정지가 내려지면 해당업체들의 신규대출은 정지되지만 기존 대출의 원리금 상환 업무는 계속됩니다. 그런데 해당 대부업체들이 영업정지처분에 불복해서 행정소송을 내게 되면 소송절차가 끝날 때까지 영업정지는 유보됩니다.   

김: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는 대부업계 1,2위를 차지하는 큰 회사들이라고 하는데, 이들 회사가 영업정지를 당하게 될 경우 서민들이 급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차질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 그리고 미즈사랑과 원캐싱까지 4개 업체가 전체 대부업계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7% 가량 된다고 합니다. 지난 6월말 현재 총 115만여 명에게 3조 5천억 원 가량을 빌려주고 있다고 하네요. 따라서 이들이 6개월씩 영업정지를 당한다면 서민들이 급한 자금을 융통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면 대부업체에서 급전을 빌리지 못한 사람들이 불법적인 사채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가 있겠죠. 금융당국은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의 가계대출을 활성화하고 은행권의 새희망홀씨대출, 미소금융 등 서민대출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김:
그런데 저축은행 같은 서민금융회사들의 가계대출을 활성화하겠다고 한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닌데, 이게 잘 안 됐기 때문에 대부업체들이 그렇게 커진 것 아닐까요?

제: 맞습니다. 원래 대부업은 사채를 양성화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2002년부터 사채업자들을 등록시키고 이자 등 영업규제를 한 것인데요,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신협 같은 전통적 서민금융회사들이 제 구실을 못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대부업이 급성장했습니다. 최근 3~4년 사이 매출액이 2배로 커져 연 8조원에 이를 정도이고, 등록대부업체가 1만5천 개나 된다고 합니다. 반면 대표적 서민금융회사라고 할 수 있는 저축은행은 최근 수년간 가계대출 대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기업형 대출에 열을 올리다가 부실화돼 줄줄이 구조조정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방만한 영업을 방치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부업의 과당 광고와 고리대 영업을 막지 못해 서민들을 곤경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급조한 미소금융, 비리ㆍ능력 부족 등 제 역할 못해

김: 정부가 서민들의 금융 애로를 해소하겠다면서 최근 2~3년간 의욕적으로 추진한 제도가 미소금융인데요, 최근에 이 미소금융을 둘러싼 비리가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죠?  

   
제:
네. 미소금융은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등 제도권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저소득층에게 무담보, 무보증으로 소규모 사업자금을 빌려주고 자활지원도 해주는 금융제도입니다. 방글라데시 등에서 성공을 거둔 ‘마이크로 크레딧’의 한국판이라고 할 수 있죠. 금융권의 휴면예금(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소액예금)과 은행, 대기업의 기부금으로 재원을 마련해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인 대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검찰 수사결과 사업추진을 맡고 있는 미소금융 중앙재단의 한 간부가 2억원 넘는 뇌물을 받고 뉴라이트, 즉 보수계열 인사가 만든 민생포럼 등 2개 복지단체에 70억원이 넘는 돈을 지원해 줬고, 이 인사는 이 중 23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서민’을 내세우면서 미소금융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했는데, 선거 때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보수단체 인사들이 관련 경험도 없는 조직을 급조해서 서민들에게 가야 할 돈을 ‘갈라먹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 미소금융과 관련해서는 이번에 드러난 비리 외에도 운용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지적돼 왔죠?

제: 그렇습니다. 미소금융이 지향하는 ‘마이크로 크레딧’, 즉 소액대출로 서민의 자립을 돕는 사업은 민간단체인 사회연대은행과 신나는조합 등이 지난 2000년부터 시작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9년 이후 미소금융 사업이 정부주도로 대대적으로 진행되면서 이들 단체에 기업의 후원이 끊기고, 미소금융 쪽에서도 적극 지원해주지 않아 자생적인 사업이 위축돼 왔습니다. 또 미소금융의 대출조건이 까다로워 신청자들이 원활히 지원을 받지 못한다든가 미소금융을 담당하는 조직이 창업이나 경영 등을 제대로 지원할 능력이 되지 않아 문제점가 많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미소금융의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고 잘 발전시킬 필요가 있는 만큼, 기존의 민간사업조직과 잘 연계해서 운영의 내실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김: 가계부채가 지난 3분기 말 현재 900조원에 육박하고 있고, 최근 은행 대출이 억제되자 급한 자금을 대부업체에서 빌려 쓰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서민금융과 관련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제: 그렇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여러 금융사에 한꺼번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가 380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또 금융 빚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해 신용회복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도 누적인원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해요.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고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가계 빚 문제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심각한 상태가 됐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미소금융처럼 대출을 쉽게 해 주는 제도도 필요하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서민들이 빚을 안 질 수 있도록 소득과 복지를 확충해주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민들이 빚을 지게 되는 가장 흔한 이유는 전월세보증금을 올려주기 위해서, 급작스럽게 병원비가 필요해서, 등록금 낼 돈이 없어서 등이죠. 이처럼 주거와 의료 교육 등 필수적인 부문에서 보편적인 복지가 확충되면 빚을 질 일이 줄 것입니다. 또 중소기업과 자영업지원 등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금융 면에서도 긴급한 생활안정자금을 장기 저리로 대출해주는 제도가 정부 재정을 통해 확충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12월 21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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