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장덕진 교수 트위터 이용자 조사

정부와 여당은 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규제하려고 할까.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SNS 심의전담팀을 구성했고 방송인 김제동씨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투표소 앞에서 이른바 ‘인증샷’을 찍어 트위터에 올린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 서울대학교 장덕진 교수가 트위터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
이런 SNS 규제의 배경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매체 수단을 통제하려 하는 것”이라는 세간의 막연한 추측에 대해 서울대 장덕진 교수(45)가 학술적 뒷받침을 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장 교수는 16일 한국사회학회 후기사회학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인 <트위터 이후의 민주주의(Ⅱ)>라는 논문에서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투표 인증샷 놀이’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경험한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한나라당에 절대 투표하지 않겠다’라는 응답률이 매우 높았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의 SNS 규제 시도에는 상당한 정치적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지난 8~9월 트위터 이용자 2000명을 설문조사하고, 한국의 트위터 이용자 400만명 전체의 네트워크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결과를 보면 ‘투표 인증샷 놀이’에 직접 참여했다고 응답한 이들은 65.4%가 ‘내년 총선에서 절대 투표하지 않을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꼽았다. 반면 인증샷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응답자들은 43.3%만이 한나라당을 찍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는 꼼수다>의 효과도 이와 비슷했다. <나는 꼼수다>를 모두 들어봤고 좋아한다고 응답한 이들 중 86.82%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을 절대 선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나는 꼼수다>를 모른다고 응답한 이들은 50.39%만이 한나라당에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혀 큰 차이를 보였다.

두 현상은 모두 참여도가 높을수록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투표하고 싶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참여도가 높을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들에게 2008년 총선에서 어느 정당을 선택했는지를 물어본 결과 ‘인증샷 놀이’와 <나는 꼼수다> 경험자들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인증샷 놀이’에 참여한 이들의 19.23%가 2008년 한나라당을 선택한 반면, <나는 꼼수다>를 좋아하고 모두 들어봤다는 응답자는 3.1%만이 한나라당에 투표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를 통해 장 교수는 “상대적으로 <나는 꼼수다>가 기존의 반한나라당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효과가 더 강한 반면, ‘인증샷 놀이’는 한나라당 지지층을 반한나라당 성향으로 바꿔놓는 효과가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더 큰 이슈가 된 <나는 꼼수다>보다 ‘인증샷 놀이’가 실제로 더 큰 정치적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장 교수가 <트위터 이후의 민주주의(Ⅰ)>에서 분석한 ‘소셜 선거’ 이론의 특징에 ‘인증샷 놀이’가 더 부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본래 고립돼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투표가 결과를 바꿔놓을 확률이 0%에 가깝기 때문에 투표소에 가는 비용을 생각하면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연결된 유권자들은 투표했을 때 나와 연결된 사람들로부터 오는 칭찬과 인정이 인센티브로 작용하므로 결과와 무관하게 투표를 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 선택이라는 게 ‘소셜 선거’ 이론이다.


* 이 글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졸업생인 황경상기자가 경향신문에 보도한 기사를 전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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