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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추억이 있는 ‘7080 놀이터’
[맛있는 집, 재밌는 곳] (1)제천 '먹구대학교'
2010년 06월 20일 (일) 15:41:06 구세라 기자 koopuha@danbinews.com

“오늘도 우리 대학교에 입학한 학생 여러분께 신청곡 띄웁니다.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 충북 제천에는 대학 총장님이 학생들을 위해 손수 음식을 만들고, 음악까지 틀어주는 곳이 있다. 마이크를 타고 총장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8개 남짓한 테이블로 퍼지는 이곳은 바로 제천 유일의 중장년 음악 감상 공간, ‘먹구대학교’다.

‘먹구대학교’는 하소동 현대아파트 단지 앞에 있다. 평범한 건물 2층에 자리 잡아 겉보기엔 일반 호프집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독특한 이름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8년 전 처음 문을 열었을 때, ‘마트 앞에 대학교가 생겼다’는 소문을 듣고 확인하려고 찾아 온 사람들도 있었다. 일단 한 번 들른 손님은 음악과 추억을 버무려 주는 독특한 정취에 빠져들고 만다. 음악 DJ가 총장이 되고, 손님이 학생이 되는 상황이 재미있어 엉덩이를 붙이고 앉는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7080 세대의 음악에 취해, 처음 본 사람들과도 허물없이 어울리게 된다.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기타와 LP판, 군용가방이 눈에 띈다.ⓒ구세라
먹구대학의 천장에는 검은 LP판들이 지그재그로 붙어 있고, 그 사이에 기타가 드문드문 걸려 있다. 벽에는 ‘미워도 다시 한 번’등 옛날 영화 포스터와 70년대 ‘아로나민 골드’ 광고지 등이 붙어 있다. ‘해외파견 병아리 감별 연구생 모집’ 등 전단지들도 흥미롭다. 테이블에 앉으면 이곳을 방문했다가 남긴 손님들의 글귀와 명함이 유리 탁자 밑에 가득하다. “사랑하는 부인.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낯간지러운 고백도 이곳에선 용기를 낼 수 있다.

먹구대학의 분위기는 카멜레온처럼 바뀐다. 잔잔한 포크 음악이 흐를 때는 저마다 꿈꾸는 표정이 되다가, 흥겨운 트로트가 흐르면 하나둘 일어나 춤을 추기도 한다. 생일을 맞은 손님이 있으면 축하 노래 속에 낯선 사람들도 손뼉을 치고 환호해 준다.

단골손님 이길우씨(42, 직장인)는 먹구대학교를 ‘소통의 길’이라고 말한다. “오늘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신청했어요. 중장년은 어디 가서 마땅히 즐길 곳이 없는데,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죠.” ‘그 섬에 가고 싶다’와 ‘봄날’의 작가 임철우씨도 “여기서 노래를 들으면 시간이 정지되는 것 같다”며 가끔 들른다고 한다.

             
▲못난이 삼형제 앞으로 턴테이블이 보인다. ⓒ구세라

음악은 컴퓨터에 저장해 둔 파일을 재생한다. 한쪽 벽면을 차지한 4천여 장의 LP판은 손님이 신청할 때만 특별히 틀어준다. CD도 1400장 가량 되지만 LP판과 함께 고스란히 디지털 음악파일로 옮겨져 있다. 더 좋은 음질로 손님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비가 내리는 저녁, 먼지 쌓인 LP판이 한번 씩 지지직 소리를 내며 돌아갈 때면, 먹구대학교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묘한 조화를 이룬다.

오래된 영상도 먹구대학교가 특별한 곳이 되는 데 한몫을 한다. ‘보니엠’, ‘아바’, ‘스모키’ 등 ‘그 시절’의 해외 아티스트 영상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그들의 음악은 많이 들어봤지만 공연 영상은 접하기 힘들었던 중장년들이 신기해한다. 맥주 한 잔에 분홍빛 훈제 칠면조 한 점을 입에 넣으며, 음악과 영상에 빠져들면 하루의 피로가 순식간에 날아간다. 옛날 광고 영상과 뮤직비디오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물 걱정을 마세요~”하는 ‘한일자동펌프’와 ‘진로소주’, ‘브라보콘’, ‘포니2’ 등의 광고 영상은 ‘맞아 맞아’ 하며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비교적 최신 그룹인 ‘웨스트 라이프’의 뮤직비디오는 중년 여성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먹구대학 총장은 제천의 스타

먹구대학을 차리고 스스로 총장이 된 김기성씨(44)는 예전에 제천시 봉양읍 노목계곡에서 여름마다 라이브 카페를 운영했다. 하지만 한철 반짝하는 장사에 한계를 느꼈고, 시간이 갈수록 정착하고 싶다는 생각이 커져 결단을 내렸다. 어려운 형편 때문에 대학에 가지 못한 아쉬움은 ‘먹구대학교’라는 이름에 담았다. 평소에 한 장 두 장 모아 온 LP판과 디지털 음악자료는 신설 대학의 큰 자산이 됐다. 옛날 출석부, 어항, 항아리, 못난이 삼형제, 통기타, 복조리, 다양한 그림 액자 등 그가 하나하나 모아온 소품들도 멋진 실내 장식이 됐다.

   
▲먹구대학교 총장 김기성씨 ⓒ구세라

김씨의 음악 소개는 옛날 음악다방 DJ처럼 부드럽기도 하고, 요즘 가요 프로그램의 MC처럼 유창하기도 하다. 준비된 대본은 없지만, 손님들이 신청하는 다양한 곡과 신청 사연이 자연스럽게 대본이 된다.

그는 가끔 지역 음악행사에서 진행을 맡기도 한다. 지난해엔 제천 한방축제에서 ‘울고 넘는 박달재’ 공연을 진행했다. 제천에서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은근한 지역 스타다. 취지가 좋은 무대에는 돈을 받지 않아도 기꺼이 가서 선다.

그는 밤에 ‘먹구대학교’의 총장이자 DJ이자 요리사가 되고, 낮 시간에는 누나가 운영하는 ‘시인과 농부’라는 식당에서 일한다. 먹구대학 일은 혼자만으론 힘들어 아내가 돕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 두 딸은 바쁜 엄마 아빠를 잘 이해해주고 힘을 주는 응원단이다. 그래서 김씨는 오늘도 어떤 요리와 노래로 먹구대학생들을 즐겁게 해 줄지 신명나게 구상할 수 있다. 오늘 밤도 먹구대학 강의실엔 ‘아바’의 멋진 화음과 함께 7080의 추억과 낭만이 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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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도령 (119.XXX.XXX.241)
2010-06-28 23:48:41
제천에 중장년쉼터 먹구대학교 저도 입학햇습니다 구세라 기자님 기사보고서요...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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