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망 튼튼한 국가는 순항...금융과 부동산 거품에 원죄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유럽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인데요. 유럽의 사정이 계속 나빠진다면 우리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궁금합니다.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우리 경제는 외풍에 너무 약합니다. 금융과 실물 양쪽에서 대외의존성이 너무 높아서, 선진국 시장에 무슨 문제가 터지면 굉장히 큰 영향을 받는 것이죠. 우선 수출의존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53%나 됩니다. 특히 주력업종인 정보기술(IT), 자동차, 조선 등이 선진국 경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유럽 위기가 악화되면 선진국 시장으로의 수출이 타격을 입고 국내 실물 경기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금융계가 유럽계 자금에 많이 의존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만일 유럽계 은행이 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대출금을 회수한다면 우리 은행들의 외화 자금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또 유럽위기는 주식과 외환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유럽투자자들이 증시에서 자금을 한꺼번에 뺄 경우 주가폭락, 원화환율급등 등 금융시장 불안과 함께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도 자극할 수 있습니다.

김: 그렇다면 먼저 수출 분야의 타격은 현재 어느 정도인가요.

제: 전반적인 경상수지 자체는 흑자가 지속되고 있지만 대유럽 무역수지는 이미 상당한 타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후 10월까지 4개월간의 실적을 보면 무역수지 흑자가 약 11억 달러로, 전년 동기의 49억 달러에 비해 약 38억 달러나 감소했습니다. 특히 10월의 대 EU수출은 지난해 10월 대비 20.3%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초 FTA가 되면 무역흑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했던 기대와 완전히 거꾸로 간 것이죠. 만일 유럽위기가 장기화한다면 특히 수출관련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외풍에 약한 경제, 수출과 금융 흔들려 중소기업에 직격탄

김: 국내에 유럽계 자금은 얼마나 들어와 있나요.

제: 은행부문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국제결제은행(BIS)의 최근 보고서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주요 24개국으로부터 빌린 외화부채 약 3500억 달러 중 유럽계 자금이 약 54%인 1880억 달러에 달한다고 집계했습니다. 다른 통계로는 40% 정도라는 얘기도 있으니 대략 40~50%로 볼 수 있겠습니다. 그 중 프랑스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자금이 특히 많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의 재정위기가 악화돼 유럽은행들이 해외지점의 자금회수에 나서면 우리 은행들에 대한 대출을 걷어가면서 국내 자금사정 악화로 연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단기외채 비중이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던 2008년 9월에 총외채 대비 51.9%였던 것에서 올해 3월말 현재 38.4%로 줄었기 때문에 외환위기의 우려는 그만큼 낮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은행들의 단기외채 관리, 만기 조정과 함께 자금 도입선 다변화, 즉 유럽에 편중된 차입을 일본이나 중동 지역으로 돌리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김: 유럽 재정위기가 우리나라 기업들의 자금 사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제: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기업 자금사정 진단 및 시사점’ 보고서를 냈는데요, 이미 지금까지의 유럽재정위기 영향으로도 실물경기 하락과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영업활동, 재무활동과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지표가 일제히 악화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금융기관들이 대출을 까다롭게 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는데, 금융기관들의 중소기업대출태도지수는 지난 2분기 22에서 4분기 13으로, 대기업대출태도지수는 13에서 3으로 하락했다고 합니다. 지수가 낮을수록 대출에 소극적이라는 얘기입니다. 중소기업들의 대출연체율이 2009년 12월 1.09%에서 2011월 10월 1.83%로 높아졌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유럽재정위기가 지속되면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영업활동을 통한 돈벌이가 원활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인데, 자금을 어느 정도 쌓아두고 있는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특히 클 것으로 보입니다. 
 
김: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 각국이 겪고 있는 문제는 결국 국가부채가 너무 많아져서,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상환하기가 어렵다는 것인데요, 우리나라는 그런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제: 우리나라도 최근 국가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우려가 큰 상황입니다. 아직 국내총생산대비(GDP) 국가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평균에 비해 낮은 편이어서 위험수위는 아니라는 분석이지만, 공식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숨겨진 채무가 많고, 전반적으로 부채 증가의 속도가 빨라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내년에 약 43조 3천억 원 규모의 국고채 만기가 돌아옵니다. 정부는 우선 내년에 81조원인 국고채 발행한도의 절반 이상을 만기분 상환에 쓸 예정이어서 문제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국고채 만기액이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어서 상환 여력을 미리 확충하고 조기 상환 등을 통해 만기를 분산시키는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김: 국가 부채가 이렇게 늘어나는 것은 정부가 사업을 많이 하기 때문인가요?

제: 네, 4대강 사업 등 많은 사업을 벌였고, 지난 2008년과 2009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정 지출을 늘린 탓도 있습니다.

제조업 외면하고 거품 키운 나라들, 위기에 뿌리채 흔들

김: 유럽 여러 나라들이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지게 된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장하준 교수가 이런 지적을 했습니다.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제조업을 경시하고 허황된 금융허브 정책을 추구하거나 부동산 거품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할 경우 어떤 재앙이 닥치는 지를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아일랜드의 경우가 제조업을 버리고 무리하게 금융 중심의 성장 정책을 추진하다가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무너졌고, 영국도 취약한 제조업을 방치한 채 금융 중심의 성장을 추구하다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또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 재정위기에 빠진 대부분의 나라가 저금리 시대에 부동산 거품을 키우거나 방치해서 위기를 자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독일 스웨덴 핀란드 오스트리아 등 제조업 강국들은 금융위기에 별로 타격을 입지 않았고 실업률은 오히려 낮아진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까지 ‘금융 허브 전략’을 추구했고, 여전히 부동산 부양에 애를 쓰는 우리 정부가 교훈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김: 영국 그리스 스페인 등 여러 나라들이 재정위기 탈출을 위해 긴축을 하는 과정에서 국민적 저항도 만만치 않은데요, 유럽의 경제개혁 과정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제: 경제개혁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와 토론이 빠질 경우 어떤 문제를 겪게 되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유럽의 재정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대형 은행 등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구제금융을 쏟아 부은 탓이 가장 큽니다. 그런데도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연금 삭감 등 일방적인 복지지출 축소로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려다 국민적 저항에 부딪치게 된 것이죠. 국민적 토론과 합의가 없는 정책추진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보여주는데, 우리나라의 한미 FTA 논란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이 ‘퍼주기 복지’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하는데, 이건 엉터리 분석입니다. 지금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스페인 등은 유럽에서 가장 복지가 취약한 나라들입니다. 복지의 ‘설계’가 잘못된 측면은 있지만 지출이 많았다기보다 보다 탈세를 방치하고 감세를 하는 등 세금을 제대로 못 걷은 게 근본적인 문제였습니다. 반면 독일 스웨덴 등 유럽의 진짜 복지국가들은 금융위기 속에서도 안정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튼튼한 사회안전망이 지속적 성장의 토대가 돼 주고 있다는 것도 ‘저출산고령화’ 시대를 맞은 우리가 주의 깊게 봐야할 부분입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12월 7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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