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추천 좋은 기사] 인디애나폴리스스타의 요양 산업 탐사보도 ‘CARELESS’

<인디애나폴리스스타>(인디스타)의 기자 토니 쿡은 인디애나주의 공공요양 시설에서 유독 죽음이 자주 발생하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탐사보도 전문 기자 팀 에반스, 데이터 전문 기자 에밀리 홉킨스 등과 팀을 꾸려 2019년부터 취재를 시작했다. 그들은 인디애나주 간호 인력의 총 근무시간이 50개 주 가운데 최하위권인 48등이지만, 어떤 주보다도 많은 ‘메디케이드’(Medicaid) 추가 지원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메디케이드는 요양이 필요한 저소득층에게 미국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공동으로 재정을 보조하는 제도다. 가장 많은 지원금을 받는데도 요양 환경이 열악하다는 것은 어딘가로 돈이 새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탐사기획 시리즈 ‘CARELESS’의 부제가 ‘인디애나는 수십억 달러의 메디케이드 지원을 받는데, 왜 미국에서 가장 열악한 요양 시설을 가지고 있을까?’인 이유다. 

▲ 2018 회계연도에 미국 각 주가 받은 메디케이드 추가 기금액을 시각화한 자료다. 인디애나주는 10억 달러에 가까운 지원을 받아 미국 전체 추가 지원금의 30%를 차지했다. ⓒ indystar

<인디스타>의 ‘CARELESS’는 자금 흐름을 추적해 인디애나에 만연한 죽음의 요양 산업을 드러냈다. 탐사보도팀의 스티브 버타 팀장이 토니 쿡 기자에게 돈의 흐름을 쫓아보라고 조언한 것이 시작이었다. 오랜 취재를 통해 기자들은 요양원들이 추가 지원금을 활용해 돈을 벌었고, 요양원 거주자들은 적절한 지원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간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이 보도는 ‘탐사보도 기자 및 편집자 협회’(Investigative Reporters & Editors·IRE)에서 그해 탐사보도물 중 가장 우수한 보도물에 주는 IRE 메달(IRE Medal)을 2020년에 수상했다. 

돈을 쫓아 찾아낸 ‘그들만 사는 세상’

<인디스타>는 ‘CARELESS’ 시리즈를 2020년 3월부터 12월까지 9개월에 걸쳐 보도했다. 주로 인디애나주의 공공 요양 시설의 실태를 드러내는 데 천착했다. 주요 기사는 다섯 편이다. 1회는 요양원 거주자가 겪은 피해를 전하며 요양 시설에 쓰일 공공 기금이 주립 병원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2회는 메디케이드 기금 사취로 기소된 5명 외에도 20명이 계획에 가담했다는 내용을 다뤘다. 3회는 그 계획에서 요양원 건물 임대 등 핵심 역할을 했지만 기소되지 않은 인디애나주의 부동산 부자 롭 뉴의 악행을 보도했다. 4회에서는 지방 공립병원 경영자들 또한 기금 전용으로 수백만 달러를 챙겼다는 내용을 담았다. 5회는 인디애나주 요양 시설의 개혁 실패가 3000명의 코로나 사망자를 만들었다는 점을 분석했다. 

특히 메디케이드 지원금을 요양원에서 병원으로 전용하는 과정을 추적해 보도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주 정부, 지방 공립병원, 그리고 연방 정부까지 얽힌 복잡한 과정인데, <인디스타>는 이 과정을 키워드와 함께 네 단계로 간추렸다. 

“첫째, 선불금(Up-Front Money) 단계다. 지방 공립병원이 자기 요양원에 있는 환자 수에 맞춰 인디애나주 정부에 돈을 제공한다. 인디애나주 정부는 이 돈을 활용해 연방 정부로부터 메디케이드 추가 기금을 유치한다. 둘째, 지원금(Medicaid Money)단계다. 주 정부가 병원으로부터 받은 돈을 투입할 때마다 연방 정부는 배가 되는 액수를 지급한다. 주 정부가 1달러를 투입했다면, 연방 정부는 2달러를 요양원에 보낸다. 셋째, 만질 수 없는 돈(Untouchable Money) 단계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의 돈이 요양원으로 가고, 그 돈은 회계연도 내내 요양원의 계좌에 남아있다. 병원과 요양원 사이의 합의 계약은 보통 이 돈의 사용을 제한한다. 넷째, 병원에 돈 보내기(Money to Hospital)이다. 회계연도 말이 되면 애초에 병원에서 지급한 돈과 연방 정부의 돈은 어떤 감독도 없이 요양원 계좌에서 지방 공립병원으로 옮겨진다.”  

메디케이드 추가 기금 조성 방식의 뼈대는 기금의 1/3을 주 정부가 먼저 투입해야만 나머지 2/3를 연방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주 정부의 회계 조작을 예방하고 비용 분담률을 높이려고 채택한 방식이지만, 공공 요양 시설을 소유한 지방 공립병원이 기금 조성과정에 참여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지방 공립병원은 주 정부가 부담해야 할 추가 기금 1/3을 대신 제공하고, 요양원을 통해 연방 정부가 제공하는 추가 기금 2/3를 얻게 됐다. 지방 공립병원 입장에선 일종의 ‘돈 내고 돈 먹기’(pay to play) 게임이 된 것이다. 문제는 주 정부와 지방 공립병원의 유착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인디애나주 정부는 이를 반대하지 않았다. 한 푼도 안 들이고 연방 정부의 돈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인디애나주 분 카운티(Boone County)에 있는 윗햄 공립병원의 최고경영자 레이 잉햄의 연봉표다. 그는 2013년에는 약 5백만 달러를 받았고, 2017년에는 약 8백만 달러를 받았다. 윗햄 지방 공립병원은 2011년부터 주 전역에 40개의 요양 시설을 사들였는데, 병원 수익의 39%를 이러한 요양 시설에서 벌어들였다. ⓒ indystar

인디애나주에 있는 534개 요양원 가운데 93%인 499개 요양원이 22개 지방 공립병원에 속한다. 그들에게 요양원은 병원 재정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지방 공립병원 재정이 살아나면서, 동시에 지방 공립병원 관리자의 연봉도 올랐다. 레이 잉햄은 인디애나 분 카운티(Boone County)에 있는 윗햄 공립병원의 최고경영자다. 그는 2013년 5백만 달러, 2017년은 8백만 달러를 연봉으로 받았다. 2011년부터 주 전역의 40개 요양 시설을 구입해 병원 수익을 크게 늘린 덕분이었다. 이는 미국 의료기업 최고경영자보다도 두 배 많은 액수였다. 

악몽의 요양원

피해는 고스란히 요양원 거주자의 몫이 됐다. <인디스타>의 ‘CARELESS’는 인디애나주의 요양 시설에서 다치고 감염돼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들은 돌봐줄 사람이 없어 악몽 같은 요양원 생활을 했다. 

“최소한 환자당 하루 평균 4.1시간을 지원해야 한다. 인디애나 평균은 3.46시간이었다. 한 직원은 “2시간마다 요양원 환자들의 몸을 뒤집어 주려고 했지만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윗햄 병원에서 한 거주자는 몇 주간 샤워하지 못했다. 끈적한 바닥과 오물 묻은 갈색 벽지, 소변 냄새나는 방에서 살아가야 했다. 또 다른 시설에서는 한 혈당계를 환자 여러 명에게 사용하고, 면허 정지된 간호사가 사람들을 돌보기도 했다. 제대로 된 인력 충원이 없으니 투약 오류도 발생했다. 2019년에는 투약 실수로 한 남자가 병원에 실려 갔다.

▲ 요양 시설에서 숨진 사람들의 가족이다. 왼쪽은 그렉 로빈슨의 아내 캐시 킹이고, 오른쪽은 카렌 짐머맨의 아들 제이 업튼이다. ⓒ indystar

아예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그렉 로빈슨(54)은 엉덩이뼈 골절을 회복하러 들어간 요양원에서 결국 살아서 퇴원하지 못했고, 제이 업튼은 요양원에서 어머니 카렌 짐머맨(77)을 잃었다. 그렉은 엉덩이뼈 골절로, 카렌은 다리뼈 골절로 요양원에 들어갔지만, 관리 소홀과 더러운 위생환경에서 말 그대로 썩어갔다. 그렉은 온몸에 7개의 욕창이 생겼고, 그중 발뒤꿈치의 상처는 뼈가 만져지는 수준이었다. 카렌은 3기 욕창에 요로 감염이 생겼고, 이에 더해 영양실조와 탈수로 병원으로 후송됐다. 둘의 사인은 상처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었다. 

CARELESS: 경솔한, 관심 없는, 전혀 개의치 않는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1976)에서 익명의 제보자인 ‘딥 스로트’(Deep Throat)는 밥 우드워드 기자에게 ”돈을 쫓으라“고 조언했다. 돈을 쫓는 것이 문제의 핵심을 파고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뜻이다. 탐사보도에 관심 있다면 한 번쯤은 들었을 이야기지만, 막상 이를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 

▲ <워싱턴 포스트>의 2년 차 기자 밥 우드워드는 대통령 재선본부의 자금 2만 5000달러가 민주당 당사에 침입한 도둑들에게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 부국장 마크 펠트는 ‘딥 스로트’(Deep Throat)라는 가명으로 그에게 조언했다. 조언은 단순하고 명료했다. “돈을 따라가라.” 워터게이트 특종의 시작이었다. ⓒ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갈무리

<인디스타>의 ‘CARELESS’는 이를 실제로 적용한 탐사보도다. 자금 흐름을 쫓아 인디애나주에 만연한 죽음의 요양산업을 드러내고, 목숨을 경솔하게 다루는 의료진, 자기 의무에 관심 없는 공무원, 타인의 몫을 빼앗고도 전혀 개의치 않는 기업 등을 파헤쳤다. <인디스타>는 요양원 거주자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몫을 받지 못해 죽게 됐다는 이야기를 세상에 끄집어냈다. 모두 돈을 쫓아가며 발굴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기사의 시작과 끝에는 사람이 있다. ‘인디애나주 요양원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고 있다’는 사실이 취재의 출발이었다. 기사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팬데믹에 취약한 요양원 거주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고통 받는 사람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것. 이는 탐사보도가 잊지 말아야 할 정신이다. 


세상에는 좋은 기사들이 있다. 저널리즘의 이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기사다.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여전히 언론에 희망이 있음을 증명하는 기사이기도 하다. 기자는 그런 기사를 꿈꾸고, 독자는 그런 기사를 기다린다. <단비뉴스>는 2000년대 이후 국내외 주요 기자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기자와 독자에게 두루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기사를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주)

편집: 나종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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