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추천 좋은 기사] CBS 씨리얼의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

온 사회가 Z세대를 주목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청소년기를 보낸 Z세대는 미래를 주도할 세대로 여겨진다. 기업은 Z세대의 특성을 분석해 그들을 공략할 상품과 광고를 만들고, 기성세대는 Z세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러나 그들의 삶과 미래를 고민하는 이는 드물다. CBS 뉴미디어 <씨리얼>은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를 통해 Z세대를 선택적으로 이해하는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지난해 6월부터 넉 달 동안 보도된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는 청소년기 빈곤과 양극화 문제를 다루며 Z세대의 가려진 삶을 조명했다. 

뉴미디어의 시선이 닿은 곳

현재 28만여 명이 구독하는 <씨리얼>은 '청춘맛'을 지향하며 시작한, CBS의 뉴미디어다. 채널 운영 초기에는 한국 청년의 현실을 풍자하는 2분 이내 영상을 주로 제작했다.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를 기점으로 '정치인 3분 강의' '100초 정치수업' 등 시리즈 콘텐츠를 연재하며 한국 사회를 청년의 시선으로 조명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해설 시리즈, 제19대 대선후보의 청년 정책을 듣는 '이불 속 인터뷰' 등 청년과 정치를 잇는 콘텐츠도 제작했다. 이후 성폭력 피해자, 자살 유가족, 아동학대 생존자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이야기를 전하며 의제를 확장했다.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는 주류 담론에서 소외된 청소년을 주목한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지 않는 청소년, 가난을 짊어진 청소년 등을 만나 그들이 겪는 불평등을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한국 사회의 공정 문제를 청소년기부터 짚어보자는 문제의식도 담겨있다. 한국PD연합회는 "지난 몇 년 동안 끝없이 반복됐던 능력주의와 공정 담론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콘텐츠"라는 심사평과 함께 이달의 PD상(2021년 9월)을 시상했다. 또한, 이 보도는 민주언론시민연합 선정 이달의 좋은 기자상(2021년 7월)을 받았고 지난해 11월에는 언론 민주화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에 주는 민주언론상에서 사진·영상부문 특별상도 받았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가 "그릇된 능력주의에서 벗어나 누구에게나 고르고 판판한 세상을 향해 나아갈 밑돌"이 되었다는 심사평을 전했다. ⓒ 씨리얼 유튜브 갈무리

특성화고 학생 이야기가 쏘아 올린 기획

'용돈 없는 청소년'의 시작은 2020년 11월 <씨리얼>이 보도한 '특성화고 학생들이 정부에 따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실을 알린다. 졸업 후 취업 보장이라는 홍보를 믿고 특성화고에 진학했지만 교육 과정은 부실했고 전공과 무관한 곳에 취업해야 했다. '고졸'이라는 사회적 편견과도 맞서야 했다. 코로나19로 취업난은 더 심해졌다. 해당 영상은 보도 당시 40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현재 조회 수는 92만 회에 이르고 댓글은 5000여 개가 달렸다. 영상을 본 많은 청소년이 댓글로 본인의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이메일로 자신의 사연을 보냈다. 

이후 <씨리얼>은 대학 입시의 경로를 밟지 않는 청소년에 관한 이야기로 주제를 확장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일하는 청소년'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일하는 청소년’에서 '용돈 없는 청소년'으로 다시 한번 주제를 바꿨다. <씨리얼>은 청소년기에 생계를 위해 일하거나, 채무를 떠맡거나, 아픈 가족을 돌봤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은 청소년기부터 가난을 짊어져야 했다. 이들은 또래의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학원에 갈 수 없고, 독립된 공간에서 공부할 수 없고, 대학에 진학할 수 없었다. 눈앞에 놓인 생계 위기를 어떤 식으로든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빈곤에 처한 청소년에게 용돈을 비롯한 교육 환경, 문화 경험 등 사회적 자원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과 청년을 의미하는 '영케어러' 4명이 모여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 씨리얼 유튜브 갈무리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는 총 6회로 구성됐다. 1회에서는 일하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18살부터 식당 주방, 항만, 공장 등에서 일했던 청년과 14살 때 주유소에서 노동을 시작한 청년이 나왔다. 그들은 ‘어린 나이’라는 정체성을 억누르며 돈을 벌었다.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내일을 살 수 있는 환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2회에서는 청소년 시절 채무 경험이 있는 청년들이 출연했다. 이들은 부모의 사망으로, 지인에게 사기를 당해서 채무를 졌다. 주어진 하루는 빚을 갚기 위한 노동으로 채웠다.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어도 그저 꿈으로만 간직해야 했다. 3회는 가난한 예체능계 학생들의 경험을 담았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했고 예체능 분야에 관한 꿈을 포기하길 권유받았다. 5회에서는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과 청년이 자신들의 경험을 공유했다. 이들은 간병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의미를 나눈다. 4회와 6회에서는 현직 교사, 작가, 연구자 등 전문가가 출연해 청소년기라는 생애주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당사자와 당사자를 잇다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는 당사자 인터뷰를 중심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았다.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소개하는 '청소년 네트워크 가이드'를 만든 것이다. 이 가이드는 밥·주거, 문화·예술, 생태·환경, 공간 등 주제별로 청소년이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을 소개한다. 모임을 지역별로 분류해 제공하기도 한다. 경제적, 지리적 조건과 관계없이 청소년이 사회적 자본을 누릴 방법을 고민한 결과다. <씨리얼>은 이 가이드를 배포하기 위해 웹소설 캐릭터 테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이 테스트는 간단한 심리테스트 형식으로 자신의 성격과 비슷한 웹소설 캐릭터를 알 수 있다. 테스트 마지막 화면에 청소년 네트워크 가이드로 연결되는 버튼이 있다.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고민한 홍보 방식이다. 웹소설 캐릭터 테스트에는 현재까지 24만여 명이 참여했다. 

<씨리얼>은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 내용을 한데 모아 오디오 다큐멘터리로도 제작했다. 지난해 9월 21일 <CBS> 라디오에 방송된 오디오 다큐멘터리는 약 51분 분량이다. 기존에 유튜브에 올렸던 영상을 순서대로 이어붙인 것이 아니라 오디오 다큐멘터리 특성에 맞게 재구성했다. 성우의 내레이션이 더해지고 내용과 관련된 효과음과 음악이 추가돼 유튜브 영상과 다른 인상을 준다. 당사자의 이야기가 음성으로만 전달되니 내용에 더 집중하게 된다. '용돈 없는 청소년' 시리즈는 영상, 청소년 네트워크 가이드, 라디오 등 다양한 경로로 청소년기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우리 사회 의제로 엮는다.

▲ '용돈 없는 청소년' 오디오 다큐멘터리. ⓒ 씨리얼 유튜브 갈무리

<씨리얼>은 댓글, 이메일, 설문조사로 청소년의 삶을 들여다봤다. 청소년이 가난과 불평등을 홀로 감당하는 사회가 공정한지 물었다. 보이지 않았던, 보려 하지 않았던 청소년의 존재를 드러내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앞으로의 삶은 달라져야 한다며 청소년 네트워크 가이드도 만들었다. Z세대가 자주 이용하는 플랫폼에 맞는 형식으로 뉴스를 제작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이를 유통했으며, 이들의 삶과 미래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했다. 언론의 미래는 미래 세대의 가려진 삶을 조명하는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 기획이다.


세상에는 좋은 기사들이 있다. 저널리즘의 이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기사다.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여전히 언론에 희망이 있음을 증명하는 기사이기도 하다. 기자는 그런 기사를 꿈꾸고, 독자는 그런 기사를 기다린다. <단비뉴스>는 2000년대 이후 국내외 주요 기자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기자와 독자에게 두루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기사를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주)

편집: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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