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지자체장 공약이행 점검] ④ 단양군 보건의료공약 점검

충북 단양에서 중증 응급 환자는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을까? 사실상 어렵다. 단양에는 응급의료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단양에서 유일하게 응급의료기관을 운영했던 단양서울병원은 적자가 누적돼 2015년 4월부터 휴업한 끝에 문을 닫았다. 임시방편으로 단양군립노인요양병원에 응급시설을 마련했지만 역부족이었다.

2018년에 공개된 질병관리본부 자료를 보면, 2017년에 단양군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 46명 중 단 1명만 생존했다. 2015년 기준, 치료가 제때 이뤄졌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망 발생 비율인 '치료 가능 사망률'은 단양이 71.1이다. 전국 평균은 50.4로, 충북 평균 58.5와 비교해도 훨씬 열악하다. 고령 인구도 많아 인구 특성에 맞는 보건의료 정책도 필요했다.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단양군의 65세 이상 노년층 인구 비율은 약 32%로, 초고령화 사회를 구분하는 UN 기준 수치인 20%를 훌쩍 넘겼다. 

이런 의료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류한우 단양군수는 ‘단양군의료원 설립’과 ‘치매전문병동·치매안심센터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일단 의료원을 짓겠다는 공약은 보건소에 일부 입원 기능이 추가된 보건의료원으로 축소해 추진되고 있다. 단양군보건의료원이 문을 열면 응급의료 여건은 일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의 확보, 중증환자 의료 시스템 부재 등 여전히 남아있는 숙제도 있다. <단비뉴스>는 민선 7기 단양군수의 보건의료공약이 어떻게 이행됐는지 돌아보고,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의료원 재정 부담 놓고 ‘줄다리기’

▲ 단양군보건소 뒤편 단양군보건의료원 부지. ⓒ 최은솔

단양군보건의료원은 지난해 11월 착공해 2024년 개원할 예정이다. 단양군보건소 바로 옆인 단양읍 상진리 84-17 일원의 1만㎡ 터에 짓는다. 의료원을 짓겠다는 공약이 보건의료원으로 축소된 가장 큰 이유에는 재정 부담 문제가 있었다. 

당초 류한우 단양군수가 후보 시절 5대 공약 중 하나로 제시한 단양군의료원 건립 공약은 국비와 군비가 각각 50%씩 투입되는 430억 원 규모의 사업이었다. 단양군립노인요양병원에서 수행하던 응급의료 기능도 넘겨받아 지역 거점 의료기관을 지으려는 구상이었다. 단양군의료원 건립과 더불어 도립 충주의료원 단양분원을 유치하는 방법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군립의료원은 명칭 그대로 군이 지어 재정을 부담하는 종합병원 규모의 지방의료원으로, 병상 수도 100개 내외, 많게는 300개 이상이다. 2016년에는 전국 최초로 정선에 군립병원이 지어졌고, 공공의료원으로는 진안군의료원이 있다. 두 병원 모두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어 도립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광표 단양군의회 의원 역시 단양군의료원이 지어지면 발생할 적자를 매년 10억 원가량으로 예상했다. 

2019년 2월,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도립 충주의료원 단양분원 설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 지사는 민선 7기 취임 직후 ‘2019 정부예산 확보 추진 상황보고회’에서는 “단양의료원 건립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발 빠르게 추진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해 10월, 행정안전부 충청북도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 지사는 “(단양의료원 문제는) 예산이 500억 원이 넘는 대규모가 돼 규모를 조정하는 단계에 있다고 봐 달라”며 사실상 난색을 표했다. 인구가 3만여 명에 불과한 단양에 도립의료원을 설치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충북도 실무부서 의견도 있었다.

여기에 보건복지부가 “지역 공공의료기관으로 의료원을 건립할 경우에는 제천권을 아우르는 300병상 규모로 건립하거나, 보건의료원을 건립할 경우에만 지원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단양군의료원 대신 단양군보건의료원을 짓기로 방향이 바뀌었다. 

단양군보건의료원의 역할은?

▲ 2024년 개원할 단양군보건의료원 조감도. ⓒ 단양군

보건의료원은 주로 의료 시설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을 책임지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이다. 보건소에 입원진료 기능을 더한 것으로, 보건소와 같이 1차 진료를 담당하며 간단한 수술 정도가 가능하다. 

응급 의료 여건도 일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시로 운영 중인 단양군립노인요양병원 응급실은 ‘응급의료기관 외 의료기관(응급의료시설)’으로, 정식 응급의료기관은 아니다. 단양군립노인요양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요양병원 응급실에는 초음파 진단기, 심장제세동기, 심전도 측정기와 응급 약물 정도만 구비된 환경으로, 병원 소속 의사가 당직을 서면서 간단한 진료를 맡는다. 이 때문에 응급 처치가 불가능해 다른 지역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 119 통계에 따르면 2019년에는 2113명, 2020년에는 1875명이 제천, 충주, 원주 등 다른 지역으로 전원됐다. 단순히 응급의료시설만 있다고 중증환자의 응급 처치를 감당할 수는 없다는 의미이다.

▲ 단양군립노인요양병원 입구. 현재 단양군에 설치된 유일한 응급실이지만, 정식 응급의료기관은 아니다. ⓒ 현경아

장민경 보건의료노조 충북지역본부 조직국장과 강규원 단양군보건소장은 단양군보건의료원이 응급의료기관의 요건을 갖추면 지금보다 지역 응급의료체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단양군립노인요양병원 응급시설과는 달리, 단양군보건의료원에는 인공호흡기와 환자감시장치 등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장비가 기본적으로 설치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국장은 단양군보건의료원이 지어져도 중증환자가 다른 지역으로 이송되는 상황은 여전히 발생할 거라며 의사 수급과 지역 거점 공공병원이 없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보건의료원 지어져도 의료진 확보는 미지수

보건의료원 의사는 대부분 공중보건의사(공보의)다. 공보의는 병역의무 대신 농어촌 등 보건의료 취약지역 또는 보건의료시설에 배치되어 3년 정도 근무한다. 어떤 전공의 공보의가 배치되느냐에 따라 설치할 수 있는 진료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군민들에게 필요한 진료과를 지속해서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강 소장은 <단비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보건의료원에서는) 중증질환까지는 처치할 수 없다"며 "내과와 응급의학과는 (의사를 구해) 필수 진료과목으로 설치하려고 노력 중이나 확답은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소를 보건의료원으로 확대하더라도 진료 기능을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인 셈이다. 

현실적으로 단양군 관내에서 심·뇌혈관, 외상 등 중증응급의료 처치를 받을 수 없다면, 응급환자의 생사를 가르는 관건은 초기 응급처치를 받고 골든타임 내에 적합한 규모의 큰 병원으로 이송되는 데 달렸다. 일반적으로 수술대에 오르기까지의 골든타임은 중증외상은 1시간, 심근경색은 2시간, 뇌졸중은 3시간으로 본다. 

그러나 같은 충북 북부권으로 분류되는 제천에도 아직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권역응급센터인 원주 세브란스기독병원은 단양군청에서 1시간가량 걸리는 거리에 있다. 교통상황이 좋지 않거나 응급환자를 받을 병상이 없으면 그만큼 시간이 지체된다. 단양군보건의료원이 개원하더라도 단양에서 40분 정도 걸리는 제천에 중증응급의료센터나 지역 거점 공공병원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 지난해 9월, 보건의료노조와 정부가 타결한 합의안에는 ‘제천(권) 공공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역 책임의료기관 지정 운영 대상지역으로 제천(단양)을 명시한 것이다. 더불어 올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제천명지병원에 중증응급의료센터와 심뇌혈관센터가 지어지고 있다.

치매병동도 전문의 구하기 어려워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치매국가책임제’의 일환이기도 한 치매안심센터·치매전문병동은 각각 2018년, 2020년에 문을 열어 공약을 100% 이행했다. 단양군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치매 환자와 가족을 위한 보건의료 정책이 필요했다. 단양군의 65세 이상 노년층 인구 비중은 2018년 약 26%, 지난해 11월에는 32%에 이르렀다.

치매안심센터는 조기에 환자를 발견하고, 경증 치매환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관련 사업으로 ‘치매안심마을’을 지정하고, 거리를 배회할 우려가 있는 치매 환자를 읍내에서 발견해 센터로 연계하는 ’치매안심 등불‘ 사업도 진행 중이다. 치매전문병동은 폭력이나 망상 등의 이상행동증상이 심해 입원 치료가 필요한 치매 환자에게 치료·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 단양군립노인요양병원 바로 옆에 42개 병상으로 치매전문병동이 운영되고 있다. ⓒ 현경아

그러나 전국적으로 의사 수급은 여전히 문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치매안심병원으로 인정받은 병원은 전국에 단 4곳뿐이고, 전국공립요양병원에 설치된 치매전문병동 49곳 가운데 15곳에 치매 관련 전문의가 1명도 없었다. 치매전문병동은 앞으로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운영할 것을 고려해 전문적인 치매 진료가 가능한 신경과·신경외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운영팀에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전문교육을 수료한 전문의도 대체 인력으로 인정한다. 

단양군 치매전문병동 역시 의사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단양군 치매전문병동은 노인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가정의학과·소아과 전문의 2명과 간호사만으로 진료를 보고 있다. 구인 공고를 내도 오겠다는 의사가 없는 탓이다. 장영재 단양군 홍보팀장 역시 “(보건의료원과 치매전문병동) 의료진 확보에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2022년 새해, 우리 사회가 두 번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3월 9일 치르는 제20대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실시되는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다.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지난해 말부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정견을 밝히고, 검증도 받고 있다.

반면 지방선거는 아직 누가 나설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대선이 끝난 뒤에나 후보가 확정되고 공약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 가서 지난 지방선거 공약의 이행 상태를 살펴보고, 후보로 나선 사람들의 공약을 검증하고 토론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단비뉴스>는 신년 기획으로 <단비뉴스>가 있는 제천시와 인접한 단양군을 대상으로 민선 7기 단체장들의 공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기사들을 준비했다. 지난해 가을 몇 달에 걸쳐 현장을 취재하고, 공약 이행에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공약 이행이 잘 된 것은 그대로 평가하고, 성과가 모자라거나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거나 주의할 부분이 무엇인지 제시해보려고 노력했다. 시리즈 마지막에는 두 단체장에 대한 인터뷰 기사도 준비했다.

앞으로 지방선거 일정이 진행되면 <단비뉴스>는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도 정밀 점검해, 집중적으로 보도할 계획이다. 제천, 단양 지역은 물론 충북도지사 후보의 공약도 현실성이 있는지, 꼭 필요한 정책인지 면밀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민선 7기 공약이행 점검] 연재 기사 보기
① 이행률 높지만 주요 성과는 '아직'
② 단양군수, 선거 공약 얼마나 지켰나
③ 기대와 우려 속, 내년 '첫 삽' 뜬다
 보건의료원은 짓는데... 전문의 확보는? 
⑤ 100% 이행?... '지연·축소'된 관광공약
⑥ 제천 단양 출산장려금 확대, 효과는?
⑦ "못 지킬 약속 안 해, 공약 삭제는 반성"
⑧ 
"공약 제외한 것도 대부분 추진"

편집: 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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