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7기 공약이행 점검] ① 이상천 제천시장

2022년 새해, 우리 사회가 두 번의 큰 선거를 앞두고 있다. 3월 9일 치르는 제20대 대통령선거와 6월 1일 실시되는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다. 대통령선거 후보들은 지난해 말부터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공약을 내놓고 있다. 정견을 밝히고, 검증도 받고 있다.

반면 지방선거는 아직 누가 나설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대선이 끝난 뒤에나 후보가 확정되고 공약이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그때 가서 지난 지방선거 공약의 이행 상태를 살펴보고, 후보로 나선 사람들의 공약을 검증하고 토론할 시간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단비뉴스>는 신년 기획으로 <단비뉴스>가 있는 제천시와 인접한 단양군을 대상으로 민선 7기 단체장들의 공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기사들을 준비했다. 지난해 가을 몇 달에 걸쳐 현장을 취재하고, 공약 이행에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공약 이행이 잘 된 것은 그대로 평가하고, 성과가 모자라거나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거나 주의할 부분이 무엇인지 제시해보려고 노력했다. 시리즈 마지막에는 두 단체장에 대한 인터뷰 기사도 준비했다.

앞으로 지방선거 일정이 진행되면 <단비뉴스>는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도 정밀 점검해, 집중적으로 보도할 계획이다. 제천, 단양 지역은 물론 충북도지사 후보의 공약도 현실성이 있는지, 꼭 필요한 정책인지 면밀하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편집자주)

[민선 7기 공약이행 점검] 연재 기사 보기
 이행률 높지만, 주요 성과는 '아직'
 단양군수, 선거 공약 얼마나 지켰나?
 기대와 우려 속, 내년 '첫 삽' 뜬다
 보건의료원은 짓는데... 전문의 확보는? 
⑤ 100% 이행?... '지연·축소'된 관광공약
⑥ 제천 단양 출산장려금 확대, 효과는?
⑦ "못 지킬 약속 안 해, 공약 삭제는 반성"
⑧ 
"공약 제외한 것도 대부분 추진"

지난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민선 7기로 당선된 이상천 제천시장. 4만 표를 얻어 득표율 58.7%로, 경쟁자였던 자유한국당 남준영 후보의 2만 2천 표보다 두 배 가까운 지지를 받아 가뿐히 당선됐다. 지방선거를 10여 일 앞둔 TV토론회에서 이 시장은 27년 공직생활 경력을 앞세웠다. 무엇보다 공약의 타당성을 비교해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민선 7기 임기 말인 현재, 이 시장이 내세운 공약이 얼마나 실현됐는지 살펴봤다.

임기 말까지 ‘도심 활성화’ 속도

이상천 시장은 6.13지방선거 당시 5대 핵심 공약을 내세워 체류형 관광과 이를 통한 도심 활성화를 민선 7기 시정 방향으로 제시했다. 제천시 남쪽 외곽 청풍호에 집중된 관광객을 도심권으로 끌어들여, 쇠락한 시멘트 공업도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었다. 5대 핵심 공약에는 제천시 청전동 의림지뜰에 대규모 농경문화 테마파크를 짓는다는 ‘드림팜랜드’ 조성 계획과 이곳을 방문할 관광객이 숙박할 수 있는 리조트를 의림지 근처에 만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2016년 제천시 명동에 있던 동명초등학교가 천남동으로 이전하면서 남은 빈터에 세명대학교 제2캠퍼스를 조성해 도심 상권을 살리는 계획과 2011년 중단된 의림지 겨울축제를 부활하고, 국제음악영화제를 도심에서 개최하는 내용도 핵심 공약이다. 핵심 공약 마지막인 제천문화재단 설립도 재단이 크고 작은 모든 지역축제를 주관하게 해 도심 활성화 구상의 하나로 제시됐다.

▲ 2018년 6.13지방선거 당시 시청 브리핑룸에서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이상천 시장. 체류형 관광으로 잿빛 시멘트 도시 이미지를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 <KBS>

민선 7기 전체 42개 공약 이행률은 지난해 기준 90%다. 하지만 5대 핵심 공약만 따지면 77%다. 이 시장 취임 직후 겨울축제를 열고, 이듬해 제천문화재단도 설립하면서 두 공약은 이행률 100%를 달성했다. 하지만 대규모 개발이 필요한 나머지 3개 공약은 아직 진행 중이다. 2027년 개장 목표인 드림팜랜드는 민선 7기 안에 실시설계를 마쳐, 다음 시장이 취임한 이듬해인 2023년 착공할 계획이다. 의림지뜰 전체 면적의 4분의 1인 47만 제곱미터를 개발한다. 연구용역을 통해 제천시가 추산한 예상 관광객은 연간 99만 명, 예상 순수익은 연간 100억 원이다.

의림지에서 1km 떨어진 비룡담저수지 근처 제천시청소년수련원 부지에 짓는 의림지 리조트는 지난 4년 동안 마땅한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사업을 진척시키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 사업을 희망하는 민간기업 두 곳이 나타났다. 제천시는 다음 달 250객실 규모 리조트를 지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동명초 부지에도 ‘제천예술의전당’과 지상 5층 규모 세명대 제2캠퍼스, 1만여 제곱미터 크기 시민광장 등 세 개 시설이 민선 7기 임기가 끝나는 올해 상반기 안에 착공할 계획이다.

이상천 시장은 도심 활성화를 위해 여러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지난달 28일 단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임기 첫해인) 2018년 제천시가 정부 공모 사업을 통해 350억 원을 확보했는데 2021년에는 2천 44억 원을 공모로 확보했다”며 “이렇게 확보한 공모사업비 등을 활용해 역세권과 서부시장 등 도시재생사업에도 2026년까지 4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제천시립미술관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제천시 문화의 질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지만, 그건 두 번째 이유”라며 “관광객이 시내로 들어오게 하는 동선 확보를 위해서가 첫 번째”라고 덧붙였다.

▲ 옛 동명초 부지(좌)와 ‘제천예술의전당’ 조감도(우). 6.13지방선거 당시 이상천 시장은 이곳에 세명대 제2캠퍼스를 만들어 “공강 때 1천 명이 (시내를) 다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도심은 세명대로, 세명대는 도심으로’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 제천시

‘133% 달성’에도 인구감소 못 막아

‘출산축하금 확대’ 공약은 이행률 100%를 넘어 133%를 달성한 이상천 시장의 주요 성과다. 지난해인 2020년 1월 1일부터 출생한 아이에게 적용되는 ‘3쾌한 주택자금 지원사업’이다. 첫째를 낳으면 1,500만 원, 둘째는 1천만 원, 셋째는 4천만 원까지 주택자금을 지원한다. 둘째는 2년 동안 4회, 셋째는 4년 동안 8회 분할해 지급한다. 사업 시행 1년 만에 421명에게 13억 원이 지원됐다. 기존 출산축하금과 임신축하금, 셋째 아이 아동양육비 등 관련 복지사업을 모두 통폐합해 만들었다. 제천시는 출산 장려 정책을 주거 안정 대책으로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했다고 스스로 평가한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비슷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출산축하금이 단순한 복지혜택을 넘어, 정책 취지대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지는 미지수다. 제천시는 민선 6기 때도 출산축하금을 지급해왔지만 합계출산율은 2012년 1.405를 기록한 뒤 꾸준히 떨어져 2020년 1.014까지 내려왔다. 3쾌한 주택자금 지원사업이 실제로 출산율을 증가시킬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제천시는 공식 서면답변을 통해 “출산율 상승은 일자리와 교육, 문화 인프라와 보육 정책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야 한다”며 “주택자금지원사업 단 하나만으로 인구가 늘어나기는 쉽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최근 KTX-이음 개통으로 수도권과 접근성이 강화되고 제천시 제3, 4산업단지에 기업 투자가 늘고 있어 청년층 인구 유입이 기대되는 호기”라고 말했다.

▲ 제천시 3쾌한 주택자금 지원사업 홍보물. 주택자금 대출을 받지 않는 사람은 대신에 지역화폐 ‘모아’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전국 최초 주택자금 무상지원정책’으로 홍보하고 있다. ⓒ 제천시

반면 농촌에 귀농인을 끌어들여 지역소멸 위험을 극복해 보겠다는 ‘권역별 귀농귀촌 정주센터 설립’은 더디지만 성과를 내고 있다. 귀농 동호회처럼 농촌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이 소규모 전원주택을 지으려 하면, 시는 진입도로와 가로등, 상수도 설치 등 마을 기반을 조성해주는 사업이다. 입주자 대표가 제천 이외 지역에 1년 이상 산 가정을 최대 10가구를 모아 제천시에 마을 조성을 신청해야 한다.

수요가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2019년 관련 근거 조례 제정 뒤 신청자가 매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9년 11월 부산지역 한 고등학교 동창생으로 구성된 7가구가 사업을 신청해 이듬해 초 송학면 시곡리 ‘가온마을’에 입주를 마쳤다. 2020년에는 제천시 덕산면 한겨레작은집건축학교 수강생들이 아예 제천에 정착하겠다며 수산면 수곡리에 ‘자크르마을’ 설립을 신청했다. 지난해에는 평택과 안산시 등 경기도 남부지역 퇴직 교사들을 중심으로 백운면 덕동리에 ‘약초마을’을 만들겠다며 이주를 희망했다. 마을 이름은 신청자들이 정한다.

자크르마을과 약초마을은 올해 안에 완공될 예정이다. 제천시는 다음 달 신청자를 또 공모한다. 이미 두세 곳이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다음 달 공모까지 완료하면 제천시가 목표한 40가구 유치를 100% 달성하게 된다. 현재 공약 이행률은 60%로, 공약사업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는 표면상 드러난 수치다. 제천시는 입주자들이 귀농을 중간에 취소해 지원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주택 공사율이 70%를 넘어가야 마을 기반 시설을 조성해준다.

▲ 가온마을 전경. 사진 가운데 보이는 진입도로를 제천시가 조성했다. ⓒ 조한주

제천시는 ‘귀농인의 집’도 지난해 말부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수산면 대전리에 있는 폐교를 허물고 개인 텃밭을 갖춘 단독주택 10가구를 만드는 사업이다. 귀농귀촌 정주센터와 달리 일단 비어 있는 마을을 만든 뒤, 입주민을 받는 식이다. 아직 입주 희망자를 확보한 것은 아니지만 임대료를 무료에 가깝게 낮추면 귀농인을 모집할 수 있을 것으로 제천시는 기대한다.

장애인 복지는?… 성과 있지만 ‘부족’

민선 7기 공약 이행 성과는 복지 분야에도 여럿 있다. 제천시는 장애인과 노인복지시설 등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 개선을 위해 900여 명에게 2019년부터 매월 5만 원씩 복지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10년 이상 근무자는 10일 동안 유급 안식휴가를 주고 대체 인력을 지원했다. 두 사업에 들어가는 사업비는 연간 6억 원 수준이다. 아파트 유휴 공간 등에 설치하는 방과후돌봄 사업인 ‘다함께돌봄센터’ 설치는 공약 이행 검토 초기 1개소를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8개 설치로 목표치를 크게 높였다. 지난해 3월 이미 목표를 달성했지만 올해 초 건립되는 하소동 시민문화타워 안에 1개소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공약 이행률은 106%다.

장애인 복지 분야 공약도 충실히 이행됐다. 하지만 공약 이행률과 별개로 장애인 복지 수요를 충분히 만족한 것은 아니다. 제천시는 시설 거주 장애인의 자립(탈시설)을 위해 외출이 자유로운 공동생활가정을 기존 2개소에 더해 올해 한 곳을 더 설치한다. 그동안 장애인 거주 시설은 시내와 동떨어진 위치에 지역사회와 단절된 채 폐쇄적으로 운영돼 전국적으로 인권침해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같은 공간에 수십 명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중증도가 덜한 장애인에게 활동 보조가 집중되고 중증도가 높은 장애인일수록 방치될 우려도 컸다. 평균 거주기간도 최소 10년에서 30년에 이른다.

제천시내 중증장애인은 4천여 명, 이 가운데 230여 명이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제천시가 지원하는 공동생활가정은 단 한 곳으로, 같은 공간에 입주자 4명이 들어간다. 목표 자체를 장애인 4명 지원으로 잡았기 때문에 올해 초 사업을 시행하면 곧바로 공약 이행률 100%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 말에 국비 지원을 받고서야 사업을 추진한 것에 대해 제천시 장애인 복지 담당자는 “국비로 할 수 있는 사업을 시비로 추진하게 되면 꼭 필요한 다른 사업에 사용할 수 있는 시의 예산이 줄어들 수 있어 국비나 도비 확보가 가능한 사업은 가능한 이를 확보해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제천시는 이 사업에 국비와 도비 1억 3천만 원을 지원받고 시 예산은 7천만 원을 지출한다.

이 사업이 온전한 ‘탈시설’과는 거리가 있다는 한계도 있다. 장애인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활동가는 “공동생활가정을 탈시설로 보려면 입주하는 장애인 개인이 소유권을 가지고 계약하는지, 주거 기간이 영속적이라 주거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1:1 인력지원과 24시간 지원체계를 통해 다양한 개별서비스가 가능한지 등의 조건을 고려해야만 자립 생활 개념에 근거한 탈시설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천시의 경우 장애인이 지역사회로 탈시설 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시설 거주인으로 등록돼 있어 자립 생활 경험 제공 정도의 서비스로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 설치될 공동생활가정은 사회복지법인이 소유권을 가진다.

장애인 콜택시 확대 공약도 이행률 100%다. 민선 6기 때 7대였던 차량이 11대로 늘었고 내년에 1대가 더 투입된다. 하지만 제천시내 장애인 콜택시 수는 법정 기준과 전국 평균과 비교해 모두 낮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거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150명당 1대씩 특별교통수단을 갖춰야 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제천시는 장애인 콜택시 26대를 운행해야 한다. 법정 기준에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특별교통수단 운행 대수는 2019년 기준 3천여 대로 법정 대수 대비 보급률은 73.6%였다.

▲ 제천시에서 운행 중인 장애인 콜택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이 2019년 개정되면서 법정 대수 기준이 ‘1급, 2급 장애인 200명당 1대’에서 ‘장애 정도가 심한 장애인 150명당 1명’으로 강화됐다. 제천시 고암동 제천시장애인협회가 차고지다. ⓒ 임효진

당선 뒤 삭제된 공약 16개

정책을 약속해놓고 아예 이행하지 않은 공약들도 있다. 이상천 시장이 당선 뒤 제천시에 제출한 공약은 모두 59개다. 2018년 7월, 제천시는 부서별로 당선자가 제시한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어떻게 실현할지 검토했다. 59개 공약은 일부가 통합되거나 분리되는 과정을 거쳤고, 그 뒤 공약 16개가 사라져 42개로 줄었다. 그해 11월,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시정조정위원회를 거쳐 42개 사업은 큰 변화 없이 그대로 확정됐다.

사라진 공약 16개 가운데 절반인 8개가 현실성 등을 이유로 삭제됐다. 중앙동 주민센터 중앙시장 내 이전, 심뇌혈관질환센터 건립추진, 공공실버주택 도입 확대, 공유경제 활성화 사업 추진, 고등학교 무상급식 지원 및 교복비 지원, 도시숲형 생태학교 유치, 농촌지역 구급대 추가 배치, 환경알림전광판 설치가 그렇다. 나머지 8개는 농가 소득안정 대책 마련, 어린이 보호 교통안전시설 강화 등 일상 업무여서 공약의 의미가 없어 제외됐다.

단비뉴스는 2018년 7월 17일과 31일, 두 차례 이뤄진 공약사업 보고회에서 부서별 검토의견을 담은 회의록을 확보해, 제천시가 어떤 이유로 이들 사업을 제외했는지 확인했다. 우선 추진이 어려워 보이는 사업은 일찌감치 삭제됐다. 중앙동 주민센터 중앙시장 내 이전은 “주민 다수가 반대한다는 의견”이어서 제외됐다. 심뇌혈관질환센터 건립 추진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없어졌다. 심뇌혈관질환센터는 지난해 말 제천명지병원에서 자체적인 노력으로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공공실버주택 도입 확대는 “예산부담 및 여건상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공약에서 빠졌다. 공유경제 활성화 사업 추진은 “시의 여건에 맞지 않다”며 빠졌다.

애초 제천시가 할 수 없는 일들도 있어 공약에서 빠졌다. 고등학교 무상급식과 교복비 지원, 도시숲형 생태학교 유치는 지방교육청 업무여서 “시의 결정권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농촌지역 구급대 추가 배치도 마찬가지였다. 기온과 습도, 미세먼지 농도와 오존지수 등을 나타내는 환경알림전광판을 설치한다는 공약이 삭제된 이유는 좀 다르다. ‘안 좋은 대기질이 표출돼 청정이미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 2021년 11월 열린 제천명지병원 ‘심뇌혈관센터’ 기공식. 행사에 참석한 이상천 시장은 “제천은 심뇌혈관 질환 사망률이 높은데, 이에 먼저 대응한 재단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해 12월 준공 예정이다. ⓒ 신현우

공약은 고용계약서, 함부로 손대면 안 돼

공약이 삭제되지는 않았지만 포괄적인 사업이 아주 작은 내용으로 바뀐 것도 있다. ‘신재생에너지로 탄소 ZERO 도시’ 공약은 전기저상버스 2대를 도입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실제 지난 10월 제천시는 전기저상버스 2대를 도입했고, ‘2021년 3분기 공약사업세부추진현황’ 자료에도 이행률 100%로 표시돼 있다. 그런데 이 전기저상버스 도입은 사실 지방선거 1년 전인 2017년 7월 이미 제천시가 충청북도와 도입을 위한 협의를 끝낸 것이었다.

정책 개발을 위한 싱크탱크인 제천연구원을 설립한다는 공약은 제천시청 안에 정책연구팀을 만들어 전문연구원 두 명을 채용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지방연구원법에는 광역지자체나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기초지자체만 연구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에 애초 실현 불가능한 공약이었던 셈이다.

이상천 시장이 예비후보 때 제시한 공약인데 어떤 사정인지 당선 이후 공식적으로 검토도 되지 않은 공약도 있다. ① 소득작물컨설팅·시설지원·판로확대·일자리매칭을 통한 ‘농가소득 1억 프로젝트’, ② 산악회 통행 마을에 ‘특산물 도시락 지원사업’ 통해 소득주도형 관광사업 육성, ③ 농민기본소득제 검토, 그리고 ④ 화학물질제조업체 30여 곳 화학물질 정보 공개 제도화가 그렇게 사라진 공약들이다.

시장 당선 1년 뒤인 지난 2019년 5월에는 제천시 왕암동 화학약품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민주노총은 화학실험을 의뢰한 원청인 LG화학에 영업비밀 뒤에 숨지 말고 어떤 화학물질을 배합했는지 밝히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예비후보 시절 공약한 대로 화학물질 정보가 공개됐더라면 사고 예방이나 수습에 도움이 됐을지, 또 실제로 지자체가 이런 정보를 공개하게 만들 수는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취임 뒤 공약 다수가 이행 대상에서 제외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제천시 이재용 기획팀장은 “민선 5기 공약은 최초 115개 사업을 검토해 50개를 제외했다”며 이에 반해 “민선 7기에서는 공약 대부분이 (그대로) 확정돼 변동 폭이 미미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상천 시장의 공약 실천이 비교적 양호했다는 거다. 이 팀장은 또 “공약은 시청의 실무부서들과 사전 교감 없이 만들다 보니 당선 뒤 공약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당선 뒤 실무부서의 검토를 거쳐 공약을 수정하는 일은 제천시만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답했다.

한국매니패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선출직 공직자는 시민이 고용하는 것”이라며 “공약은 고용계약서”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자가 공약을 선물 보따리로 잘못 인식하다 보니, 실현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은 공약을 내놓는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최종 고용계약서를 승인할 유일한 권한은 시민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약 확정과 이행점검 권한을 지방의회가 가져야 한다”며 “공약관리조례를 제정해 공약 조정과 평가 방법 등을 법규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집: 나종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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