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체크] ⑥ 주요 언론 농산물 물가 보도 검증

▲ 12월 7일 네이버에 ‘밥상물가’로 검색한 결과로 나온 기사 목록. ‘밥상물가의 비명’ 등 자극적인 제목이 눈에 띈다. ⓒ 네이버 검색화면 갈무리

밥상물가는 기사에 단골로 등장한다. 지난 2일 통계청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를 공개하자 ‘밥상물가 겁난다’ ‘밥상물가 천정부지’ ‘밥상물가의 비명’ 등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가 이어졌다. 농축수산물 물가가 전년 대비 7.6%포인트 올랐다는 점을 부각한 주요매체 보도였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6일 <중앙일보> 기사다. 통계청과 OECD의 3분기 국내 식음료 물가가 전년보다 5% 오른 것을 근거로 ‘밥상물가’가 크게 올랐다고 보도했다. 기사에서는 “가격상승을 주도한 농축수산물 가격이 연말에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했다. 반면 농민단체와 농업전문가들은 이같은 보도로 인해 농산물값이 물가를 올리는 주범으로 몰아간다며 비판하고 있다. ‘밥상물가’로 불리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게 사실일까.

밥상물가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초 대파값이 kg당 5천 원을 돌파하자 ‘금파’ ‘파테크’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지며 관련 보도가 쏟아졌다. 밥상물가가 크게 오르자 대파나 상추 같은 채소를 직접 재배해 먹는 가정이 늘었다는 내용이다. 당시 사회관계망(SNS)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로 #대파 #대파키우기 등 키워드가 들어간 엄청난 분량의 게시물에는 집에서 채소를 재배하는 모습이 담겼다.

▲ 지난 3월 15일 당시 KBS는 파값이 오르자 등장한 신조어 ‘파테크’에 관해 보도했다. ⓒ KBS

‘파테크’ ‘금파’를 부각한 보도는 농축산물 가격이 오르면 전체 물가도 덩달아 크게 뛰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5월21일자 <한국농어민신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보도된 내용 중 ‘물가’를 키워드로 검색하니 연관키워드 1위가 ‘농축수산물’이었다. ‘농축수산물’로 검색하면 1위는 ‘상승률’이다. 즉 대부분의 농산물 보도가 ‘물가상승’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반면, 농민들과 생산자 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정부나 언론이 불명확한 가격 전망과 자극적인 단어로 농산물값에 관한 부정적인 인식을 퍼뜨린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6일자 농민신문 기사에서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부총장은 “농산물은 품목별, 출하시기별로 가격 비교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언론매체가 무분별하게 비교해 왜곡된 보도가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봉석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은 “주요 언론매체가 전반적인 물가 수준과 비교해 농산물값이 비싼 게 맞는지 정확하게 취재, 보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도 밥상물가 오름세가 전체 물가상승을 주도한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농민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언론 보도는 달라지지 않는 상황이다. <단비뉴스>는 언론 보도처럼 농산물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지, 농민단체 주장처럼 품목이나 출하시기에 따라 오르내리는 가격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해서 빚어진 착시현장인지 검증했다.

1. 밥상물가는 정말 올랐나 → 사실

먼저 밥상물가가 올랐는지부터 따져 보자. 물가란 여러 상품의 가격을 묶어 이들의 종합적인 움직임을 파악한 것으로, 여러 상품의 평균적인 가격수준을 나타낸다. 통계청에서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각 가정이 생활할 때 구입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 변동을 알아보고자 작성한 통계다. 기준시점을 100으로 놓고 비교시점 물가의 높고 낮은 정도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A 품목의 물가지수가 105라면 현재와 같은 양만큼 A 품목을 소비할 때 예상되는 총비용이 기준연도인 2015년보다 5% 늘었다고 보면 된다.

‘밥상물가’가 오른 것은 사실이다. 밥상물가가 올랐다는 것은 소비자물가지수에서 주로 농축수산물 물가가 오른 것을 의미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7.6% 올랐다. 품목별 인상률을 보면 공업제품은 5.5%, 전기·수도·가스는 1.1%, 서비스는 2.2% 오른 데 비해 인상폭이 크다. 통계청은 최근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수확량이 줄자 채소와 과실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 12월 2일 공개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주요 등락률을 나타낸 표다. 오른쪽 중간에 있는 농축수산물의 등락률이 전년 같은 달보다 7.6% 올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통계청

이렇게 오른 농축산물 물가는 품목에 따라 금방 내려가기도 한다. ‘금파’라 불리던 파값은 올해 4월부터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2월 kg당 2천400원 수준이던 가격은 4월부터 폭락해 6월부터 9월까지 1천200원대로 떨어졌다. 12월 9일 현재는 1천690원으로 9월보다 조금 올랐다.

그렇다면 농산물 가격은 왜 이리 자주 오르내릴까?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일 년 내내 일정한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다. 수확 시기에는 수확량이 많아져 가격이 낮고, 비수확기에는 공급이 줄어 높은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날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태풍, 가뭄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가격이 상승하는 일이 빈번하다. 

농산물은 공급이 조금만 늘면 가격은 크게 떨어진다. 반면 공급이 줄어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공산품처럼 곧바로 생산할 수 없어서 가격이 큰 폭으로 인상된 것처럼 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이번 11월에는 오이 가격이 무려 작년보다 99%, 상추는 72%가 올랐다. 수급불균형으로 일부 품목의 가격이 오르면 전체적으로 엄청 오른 것 같은 착시효과를 일으킨다. 그러나 가격이 하락하는 품목의 경우에도 하락폭이 크다. 파는 작년 같은 달보다 무려 31.2%, 양배추는 38.4% 하락했다. 

▲ 12월 2일 공개된 11월 ‘소비자물가동향’ 속 주요 등락품목의 구체적인 항목이다. 농축수산물 중에서도 달걀이나 오이 상추 가격은 작년 대비 큰 폭으로 올랐지만, 파나 양배추 가격은 크게 내렸다. ⓒ 통계청

2. 농산물값이 급등해서 전체 물가 올랐다 → 대체로 거짓

<중앙일보> 6일 보도에서는 농축수산물이 최근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언급했다. 지난 10월에는 전년 대비 0.2% 상승률을 보이던 농축수산물 가격이 11월에 7.6%나 올랐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여기에 식료품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문가 인터뷰를 덧붙였다.

위 기사 내용대로 농축수산물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려면, 물가지수에서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야 한다. 특정 품목이 물가에 영향을 많이 미칠 경우, 물가지수 상의 ‘가중치’가 높다고 한다. 가중치는 월평균 소비액에서 품목별 소비액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예를 들어 농산물 가중치가 100이라면, 도시 가구가 월평균 1000원 지출했을 때 100원을 지출했다는 뜻이다. 농산물 가중치는 과거보다 감소하고 있다. 불과 30년 전인 1990년 162였던 농산물 가중치는 2017년 65.4로 급감했다. 비율로 따졌을 때, 한 달에 162원 지출하던 농산물 구매 비용이 65.4원이 된 것이다. 반면, 공업제품의 가중치는 333.1이고 집세나 공공서비스, 외식 등 서비스의 가중치는 551.5로 농산물의 5~8배에 이르는 비중을 차지한다. 

▲ 12월 2일 통계청이 공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서 품목별 물가상승 기여도를 원형 그래프로 나타냈다. 농축수산물보다 서비스나 공업제품의 기여도가 훨씬 크다. ⓒ 통계청

이처럼 가중치가 낮은 농산물은 공업제품이나 서비스 이용료에 비해 가계 지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최근 발표한 2021년 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3.71% 올랐지만, 농축수산물 가격이 물가 상승분에 기여한 부분은 0.64%포인트로 전체의 17%에 불과하다(위 그래프 참조). 반면, 공업제품은 1.81%, 석유류는 1.32%, 서비스 1.22%포인트씩 기여했다. 공업제품의 품목별 상승률은 5.5%로 7.6%인 농축수산물보다 낮지만, 기여도에서는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이다.

농축수산물이 아니라 다른 품목이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 같은 기여도 차이에서 나온다. 기름값이나 공산품 가격 그리고 세금이 오른 것과 비교해보면 농수산물의 오름세는 매우 미미하다는 것이다. 정석윤 농협구미연구원 교수는 전화 인터뷰에서 “(농산물) 소비자 가격이 오른 것은 맞다”면서도 “대파 같은 일부 가격이 오른 품종을 제외하고 종합적으로 따져 보면 농수산물 가격이 전체적으로 올랐다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3. 수입 농산물 가격, 밥상물가에 큰 영향 준다? → 절반의 사실

수입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국내 밥상물가가 오른다는 보도도 있었다. 지난 11월 4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세계식량가격지수를 공개하자, 국내 언론은 곡물 등 농산물 가격지수가 오른 점을 부각한 기사를 썼다. 이 지수는 국제시장에서 거래되는 식품가격 추이를 살피는 데 쓰인다. <매일경제>는 11월 6일 보도를 통해, 국제 곡물가격 급등이 국내 식탁 물가에 큰 영향을 준다고 언급했다. 수입 곡물가격이 10% 오르면 소비자물가를 0.39% 늘었다는 전문가의 발언이 근거였다.

하지만, 수입 농산물 가격이 오른다고 곧바로 국내 농산물 가격이 오르는 건 아니다. 수입물가는 보통 3개월에서 6개월 뒤에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고 한다. 보통 해외 농산물은 ‘선물’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선물은 미래의 특정 시점에 특정 상품을 현재 약속한 가격에 거래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 국제 곡물가격이 올라도 그 곡물 가격은 3개월이나 6개월 뒤 국내 가격에 영향을 주게 된다. 김종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일 통화에서 “예를 들어 밀수입 가격이 10% 올랐다고 해서 당장 우리가 마트에서 사는 밀가루 가격이 10% 오르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입 농산물의 단가가 올라도 전반적인 농산물 가격상승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10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수입단가 상승이 농산물 가격에 미친 영향’은 1.8~2.2%에 그쳤다. 수입단가 상승이 국내 가격에 미미한 영향을 준 것이다. 김종인 농촌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애그플레이션이 있었던 과거와 비교할 때 지금은 재고량이 많은 수준이라서 최근 수입 농산물 가격 상승이 당장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농산물 가격상승이 전체 물가상승을 이끄는 것을 ‘애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결론: 지금의 농산물 가격 보도방식은 적절할까

현장 농민들은 과장된 농산물 물가 보도로 피해를 보고 있다. 서봉석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은 특정 농산물 가격이 폭등했다는 보도가 나오면 정부가 비축된 수입 농산물을 풀어 가격을 곧바로 낮추는 식으로 대응한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물가가 올랐다고 말할 때의 가격은 최종 소비자 가격으로, 실제 농산물 산지 가격과는 차이가 크다”라며 “가격 조정이 일어나면 농민들이 가격 예측을 하기가 어려워져 다음 농사를 어떤 작물로 지을 지 선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마늘 재배농가와 관련 단체는 최근 정부의 물량 풀기로 인한 마늘값 폭락에 저항하고 있다. <농민신문>의 12월 3일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마늘값 안정을 위해 지난 11월 24일 1만t 규모의 외국산 마늘을 들여오기로 하자, 농가와 농협에서 즉각 반발했다. 물가 안정을 이유로 들어온 수입 농산물은 국산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농민신문> 보도에 따르면, 수입 마늘이 도입되면 1kg 도매가격이 4천 원선에 불과해 지금의 국산 깐마늘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 가격 경쟁에서 밀린 국산 마늘 판매가 줄고 가격이 내리면 산지농협의 경영 악화까지 우려된다고 한다.

일정 기간의 농산물 평균 가격을 보도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짧은 시간에 가격이 쉽게 뒤바뀌는 농산물 가격 특성을 고려한 방법이다. 서봉석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은 3일 인터뷰에서 “농산물은 품목별로 최소 3년치 가격을 비교해야 한다”라며 “우리나라 기후를 보면 2-3년을 주기로 장마나 전염병 등의 변수로 흉년이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위 내용을 종합하면

농축산물 가격 변동은 물가지수 변동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으며, 다른 물가에 대한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보고서 ‘농산물 가격의 물가에 대한 영향 평가와 시사점’을 보면, 농축산물 가격 변동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것은 “물가불안심리를 부추겨 경제활동의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나온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일부 기사에서 농산물가격 오름세가 전체 물가를 증가시켰다는 내용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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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남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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