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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조명 속 ‘제2의 인생’을 걷다
[단비현장] 서울 창신동 봉제거리 시니어 모델 패션쇼
2021년 11월 17일 (수) 00:19:32 유제니 기자 jennsis@naver.com

힘 있는 워킹(걸음), 날카로운 눈빛, 당당한 미소. 화려한 조명 아래 평균 연령 60대의 시니어 모델들이 무대를 장악했다. 15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창신동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앞에서 ‘시니어 아트 페스티벌’의 이름으로 열린 길거리 패션쇼. 900여 개의 봉제공장이 밀집한 60년 전통의 봉제거리에 보랏빛 조명이 켜지고 붉게 페인트칠 된 ‘런웨이’로 네 명의 여성 모델이 노래를 부르며 등장했다.

 
여성 시니어 모델들이 화려한 무대로 패션쇼의 막을 열고 있다. ⓒ 유제니

‘댄싱 퀸’ 부르며 화음과 안무도 소화

“신나게 춤춰봐, 인생은 멋진 거야. 기억해, 넌 정말 최고의 댄싱 퀸.”

스웨덴 그룹 <아바>(ABBA)의 ‘댄싱 퀸’을 우리말로 바꿔 부르며 패션쇼의 막을 연 그들은 복고풍 머리모양과 빨강·노랑·파랑의 화려한 의상, 시원한 음색으로 20여 관객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들은 안무와 화음까지 멋지게 소화하며 관객들과 눈을 맞추는 여유도 보였다. 유튜브 생중계를 맡은 촬영팀 등 행사관계자 10여 명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개막 공연이 끝나자 박진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모델들이 런웨이를 따라 워킹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50여 명의 시니어 모델이 가죽 상의, 긴 외투와 페도라(중절모), 흰색 부츠와 은색 손지갑 등 다양한 의상과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모델들은 안정적인 자세로 걸어 나와 카메라 앞에 멈춰선 후 자신감 넘치는 포즈를 보였다. 카메라를 사로잡는 압도적인 시선이 관객의 감탄을 자아내기도 했다.

   
▲ '시니어 아트 페스티벌' 관계자와 촬영팀이 행사 준비를 위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 유제니

한 시간 가량의 런웨이쇼가 끝나자 무대 앞쪽 어두운 구석에서 이든피플의 홍한솔 대표가 땀을 훔쳤다. 이날 무대에 선 50여 명은 모두 서울 성균관대 캠퍼스타운에 예술창업팀으로 입주한 이든피플이 육성한 시니어 모델들이다. 행사 내내 무전기를 통해 모델들의 동선을 챙긴 그는 “시니어 모델들과 청년 모델들이 함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이번 행사까지 기획할 수 있었다”며 “(어르신들이) 잘 따라와 주신 덕에 패션쇼 분위기가 끝까지 좋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무기력한 일상 벗어나 가슴 뛰는 일을 만나다

무대에서 유독 강렬한 카리스마를 분출한 모델 삐삐(활동명) 씨는 63세 나이에도 찢어진 청바지 등 파격적인 의상을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오랜 기간 자영업을 하다 그만 두고 무기력증을 겪으며 괴로워했다는 그는 6년 전 우연히 시작한 모델일로 새로운 삶을 찾았다고 말했다.

“일 그만두고 갑자기 쉬게 되면서 앞으로는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무기력하고 괴로워서 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던 찰나에 우연히 모델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거다 싶었죠. 그 후로는 행복하다는 말을 매일 입에 달고 살아요.”

지난 3월 이든피플에 합류한 그는 패션쇼 전날 실수로 꼬리뼈 골절상을 입었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행사 직전 병원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죽어도 무대에서 죽을 것”이라며 “지금 이 일을 무엇보다 사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자신감 있는 워킹과 당당한 표정으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모델 삐삐 씨. ⓒ 유제니

남성 모델 김세현(56) 씨는 조경업을 하면서 이든피플에서 모델 교육을 본격적으로 받고 있다. 2년가량 다른 회사 소속으로 시니어 모델 일을 하다가 5개월 전 이든피플에 합류했다. 그는 이날 무대에서 일자 청바지와 맨투맨 셔츠로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선보였다. 젊은 시절부터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무대에 서는 일은 여전히 흥분되고 설렌다”며 “늦게나마 가슴 뜨거워지는 일을 하면서 65살까지는 실력을 갈고닦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 서울 창신동 이음피움 봉제역사관 앞 길거리 패션쇼에서 시니어 모델들이 쇼의 마무리를 장식하고 있다. ⓒ 유제니

봉제거리 활성화와 장년층 모델의 도전 지원

이날 패션쇼는 아이스가든, 끌로이킴 등 5개 브랜드에서 의상을 협찬 받아 진행됐다. 모델교육을 맡은 이상혁 이사는 창신동 봉제거리를 활성화하고 시니어들의 제2의 삶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6주 간의 연수를 받고 무대에 선 모델들에게 수료증을 전달하기도 했다.

시니어 아트 페스티벌을 주최한 성균관대학교 창업지원단 캠퍼스타운사업단 사무국의 강나은 매니저는 “입주 경진대회를 통해 선발된 이든피플과 좋은 행사를 기획하게 돼 매우 뿌듯하다”며 “시니어라는 느낌이 전혀 없을 정도로 훌륭한 모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소규모로 진행했는데, 앞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많은 모델분과 행사를 함께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 시니어 모델들의 동선을 챙기는 이든피플 홍한솔 대표(오른쪽). ⓒ 유제니

편집: 김계범 기자 

[유제니 기자]
단비뉴스 지역사회부, 시사현안팀 유제니입니다.
발로 뛰겠습니다. 현장에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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