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체크] ③ 학교 비정규직 처우개선 논란 검증

한국에서 평균 퇴직 연령은 49.4세, 연간 노동시간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이다. 정시에 퇴근하고 정년보장이 되는 직업은 ‘특권’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맨다. 학교에는 조리사, 조리실무사, 교무실무사, 사서 등 많은 비정규직이 근무한다. 과거 ‘일용잡급직’이라는 명칭으로 분류되어 40~50만원의 낮은 임금을 받고 10개월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맺는 경우도 많았으나 무기계약직 전환(일부 제외), 교육감 직고용제로 고용안정을 보장받으면서 인기 있는 직업이 되었다.

그럼에도 매년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20일에도 총파업에 나선 이들은 △정규직과 비교해 차별적인 임금 및 수당 개선, △예외 없는 무기계약 및 상시근무 전환, △교육공무직 법제화, △급식실 작업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파업이 실시되자 <연합뉴스>(‘학교비정규직 파업에 급식·돌봄 차질...학부모들 ’발 동동‘)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은 학교 급식과 돌봄 업무 중단,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는 학부모들의 불만, 직장맘의 불편 등 주로 ‘교육 소비자’ 입장에서 기사를 보도했다.

학교 비정규직의 총파업으로 학교업무가 중단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될 때마다 조롱과 비난이 쏟아진다. 학교 비정규직의 요구조건이 많이 받아들여졌고, 무엇보다 상당수가 무기계약직의 형식으로 고용보장이 됐는데도 끊임없이 불만과 요구를 쏟아낸다는 시각이다. 2018년 <오마이뉴스>가 ‘물 한잔도 못 마시는 조리실... 생리대 갈 시간도 없이 일한다’라는 기사를 내보내자 “앉게 해주니까 이제 눕게 해달라고 한다” “저 자리 못 들어가서 안달이다” “고작 한 끼 인데 뭐가 힘드냐”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들의 요구가 이미 상당부분 수용됐다는 주장도 있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2019년 7월 4일 기자들과 만나 “용어부터가 잘못이다. 비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이다”라고 말했다. 네이트판에는 ‘인국공 사태 기억하시나요? 이번엔 공무원을 해달라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문재인 정부가 학교 비정규직이 파업을 할 때마다 요구사항을 다 들어준다는 내용이었다. <한국경제>는 2019년 7월 4일 ‘1호봉 9급 교육공무원보다 학교 1년차 조리사가 월급 더 많아’라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단비뉴스>는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가 실제로 세간의 인식만큼 개선됐는지, 계속되는 이들의 파업이 ‘집단 이기주의’라고 할 만큼 무리한 것인지 검증했다. 대규모 파업을 보도하는 언론 기사에는 학교 비정규직의 요구와 그 이유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데다 이들의 요구가 “떼쓰면 다 들어준다”고 할 만큼 관철된 것인지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충북도내 학교에 근무하는 조리실무사 2명과 이상덕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북지부 사무국장을 인터뷰했다.

1. 비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이다 → 절반의 사실

청와대의 핵심 관계자는 2019년 7월 4일 기자들과 만나 “용어부터가 잘못이다. 비정규직이 아니라 무기계약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학교 비정규직이 무기계약직인 것은 아니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2011.11.28.)」을 발표하면서 “비정규직 활용은 불가피하다”며 비정규직을 줄이는 것이 아닌 ‘처우수준 개선’이 목적임을 밝히고 있다. 이 대책은 상시·지속적 업무종사자에 대해 개인별 평가를 거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리고 전환 예외 사유를 두었는데, 2009년부터 도입된 영어회화 전문강사, 스포츠 강사 등을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전환 대상자는 ‘근로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전환이 된다’고 규정했지만, 민주노총 울산본부에 따르면 계약이 만료된 후 전환을 앞두고 ‘학생 수 감소’ ‘무기계약 회피’ 등을 이유로 해고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더라도 정규직으로 보기 어렵다. 2012년 1월에 발표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에서는 “무기계약직 전환은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므로 전환 자체가 보수인상을 수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규직 공무원의 경우 호봉제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매년 기본급이 인상된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은 연봉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1년차와 20년차의 기본급이 동일하다.

2. 9급 공무원보다 월급이 많다 → 대체로 거짓

<한국경제>는 2019년 7월 4일 ‘1호봉 9급 교육공무원보다 학교 1년차 조리사가 월급 더 많아’라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공무직 조리사와 교육행정직 9급의 급여를 비교했다. 하지만 업무가 다른 직종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고, <단비뉴스>는 동일노동을 하는 공무직 조리사와 9급 조리직 공무원의 급여를 비교했다. 임금 체계가 달라 수당, 승진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점을 미리 밝혀둔다.

<단비뉴스>는 2011년에 충북의 한 고등학교에 입사해 9년차에 접어든 조리실무사 이 씨의 급여 명세서를 입수했다. 2021년도 기준 기본급은 184만 원, 근속수당 31만 5천원, 위험수당 5만 원, 식대 14만 원, 가족수당 4만원을 합치면 약 238만 5000원이다. 세금과 각종 공제를 제외하면 더 낮아진다. 방학 중 비근무자로 1년에 3개월은 무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로 받는 월급은 100만 원 중반에 불과하다.

▲ 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조리실무사 이 씨의 급여명세서. 공제내역의 교직원공제회비는 저축과 대출원금상환 목적이기 때문에 이를 제외하고 월급을 계산하면 약 219만 원으로 볼 수 있다. 방학 중 비근무자로 1년에 3개월 정도는 월급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100만 원 중반이다. ⓒ 남윤희

비교대상인 9급 조리직 공무원의 월급 명세서는 직접 공개한 블로그에서 찾았다. 이 공무원은 신규 임용 시 민간 경력 8년 2개월을 인정받았고 현재는 10호봉이다. 본봉은 222만 8000원, 식대 14만 원, 직급보조비 14만 5000원, 기술정보수당 2만 원, 기술정보가산금 3만 원, 위험근무수당 5만 원, 시간외 근무수당 8만 7980원, 겸임수당 5만 원을 합치면 세전 280만 2980원이다. 본봉의 60%를 명절수당으로, 근무연수에 따라 본봉의 0~50%를 정근수당으로, 등급에 따라 190만~280만 원의 성과상여금을 받는다. 만약 8년 2개월을 민간이 아닌 ‘공직’에서 근무했다면 이미 승진이 되어 더 높은 급여를 받는다. 조리직 공무원은 호봉제 적용을 받고 승진의 기회가 있기 때문에 해마다 본봉이 높아지고 이에 비례해 수당을 받는다.

이처럼 같은 일을 하고 경력도 비슷한 9급 조리직 공무원과 공무직 조리실무사의 월급 격차는 100만 원 이상의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공무원보다 공무직이 월급이 많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

3. 떼쓰면 다 들어준다 → 대체로 거짓

대규모 파업은 2012년 11월 9일 처음 이뤄졌다. 당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단체 교섭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국립학교에 근무하는 학교비정규직의 사용자는 학교장이다”라고 주장하며 교섭을 거부했다. 이에 시도교육청 앞에서 파업을 진행했다. 노조의 요구는 호봉제 도입, 최소한의 수당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 교육감 직고용으로의 전환, 교육공무직 법제화다.

첫 번째, 호봉제 도입 요구와 관련, 학교 비정규직은 2004년 이전 ‘일용잡급직’으로 분류되어 일당제의 적용을 받았다. 그러다가 2004년 이후 ‘학교회계직’으로의 명칭의 전환(강사 제외)과 함께 연봉제의 적용을 받고 있다. 연봉제는 연차가 쌓여도 기본급이 인상되지 않기 때문에 근속년수가 늘어날수록 정규직과의 임금 차이가 커진다. 이들의 호봉제 도입 요구는 비현실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시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립환경과학원, 국가인권위원회 등 여러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었다.

두 번째, 최소한의 수당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했던 이유는 정규직과 달리 명절상여금, 성과상여금, 식대 등을 지급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차별적 처우‘를 근로기준법에 따른 임금, 정기상여금, 명절상여금 등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 그 밖에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에 관한 사항이라고 규정한다. 또한 2011년 11월 28일 고용노동부가 확정·발표한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개선 가이드라인」에는 기간제·단시간·파견 근로자에 대해 ’식대, 피복비, 경조사비, 건강 검진비, 명절 선물 등 기본적인 복리후생 지급에 있어서 불합리하게 차별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

세 번째, 과거 학교 비정규직은 1년마다 학교장과 근로계약서를 체결했다.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0개월 쪼개기 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이 교육감 직고용을 요구했던 이유는 학교장의 자의에 의한 해고와 구조조정 위협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마지막으로 교육공무직법 제정을 요구했던 이유는 시도교육청의 처우개선 의지와 노조의 교섭에 따라 시도별로 처우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들의 요구는 얼마나 받아들여졌을까. 교육감 직고용으로의 전환만 시행되었을 뿐 호봉제 도입이나 최소한의 수당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해달라는 요구, 교육공무직 법제화는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첫 파업 직후 국회는 학교 비정규직의 호봉제 신설을 위한 예산인 808억 원을 교육부 일반회계에 편성하기로 합의했으나 여야 합의로 전액 삭감되었다. 학교에 근무하는 11만 명의 무기계약 노동자에게 월 5만 원 가량의 호봉 인상을 위한 예산이었다. 2013년 4월 당시 민주통합당은 처우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경에 404억을 추가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국회 교육문화위원회에서 추가경정 예산안이 통과되었지만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 소위원회에서 교육부의 반대로 부결되었다.

그 후에도 매해 파업이 실시되었다. 2019년 7월 3일에는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중 9만 명이 총파업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는 정규직의 80% 수준인 공정임금을 약속했다. 노조는 전 직종 기본급 6.24% 인상을 통해서 비정규직의 평균 급여를 최저시급에 맞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근속급과 명절휴가비, 정기상여금 등 복리후생비에 있어서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 교육공무직 법제화도 요구했다. 교육당국은 1.8% 인상(약 3만 원)과 근속수당 1000원 인상을 제안했고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올해 10월 20일 총파업에서 학교비정규직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적 임금 및 수당 개선, 예외 없는 무기계약 및 상시근무 전환, 교육공무직 법제화, 급식실 작업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비정규직법 적용으로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는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았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3월 “공무직 노동자에게 복리후생비를 동일하게 지급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하지만 정부의 2022년 예산안에는 명절상여금 20만 원 인상만이 반영됐다. 그동안 정부는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개선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따라서 학교 비정규직은 기존의 요구를 계속 반복해왔다.

학교 비정규직은 급여에 비해 상당히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단비뉴스>는 충북도내 조리실무사 2명과 이상덕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북지부 사무국장을 인터뷰했다. 청주 흥덕구의 모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50대 조리실무사 이모씨와 동료 5명이 폐암 수술을 받았다. 환기시설이 매우 열악해 매캐한 가스를 흡입할 수밖에 없었지만 교육청으로부터 산재로 인정받지 못했다. 급식실 천장의 후드를 청소하려면 허리 높이까지 오는 가마솥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데 가마솥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때문에 떨어져서 척추에 금이 간 사람도 있었다. 기름에 찌든 솥을 청소하기 위해 독한 약품을 사용해야 했다. 치료를 받느라 정년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조리실무사 2명이 117도의 고열에서 튀김 요리를 하고 있다. 창문이 매우 작고 위쪽에 설치되어 있어서 환기가 잘되지 않아 매캐한 연기를 그대로 들이마시고, 몸에 화상을 입기도 한다. ⓒ 남윤희

두 조리실무사는 “급식실 업무는 숙련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에, 연차가 낮은 조리사는 자주 다치고 많이들 그만 둔다”고 입을 모았다. 숙련이 필요한 일임에도 호봉제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1년차와 20년차의 기본급이 동일하다. 이 씨는 “퇴직이 3년 정도 남은 현실에서 (파업의 결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해도 얼마나 누리겠느냐”며 “앞으로 입사하게 될 젊은 사람들이 부당한 일을 겪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이 비정규직 없는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파업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위의 내용을 종합하면

정리하자면, 청와대 관계자의 “비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이다”라는 발언은 ‘절반의 사실’로 판정했다. 9급 공무원보다 교육공무직의 임금이 더 많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학교 비정규직이 떼를 쓴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이를 종합할 때 학교 비정규직에 대한 일련의 보도와 댓글에 대해서는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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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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