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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계절, 데이터가 민심을 말한다
[단비현장] 2021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
2021년 10월 29일 (금) 16:23:05 현경아 남윤희 임효진 정승현 이주연 기자 nyckyuq@gmail.com

국내외 언론계의 데이터저널리즘 성과를 돌아보는 ‘2021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 컨퍼런스’가 지난 27일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열렸다. 데이터저널리즘코리아(대표 권혜진)와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센터장 황용석)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 등이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는 데이터저널리즘을 활용한 선거보도, 데이터저널리즘 기술 적용방법, 구체적인 보도사례 등에 관한 강연이 이어졌다.

언론 경영자도 데이터저널리즘 수용방법 고민

이규연 <JTBC> 대표는 ‘데이터저널리즘의 계보와 그 미래에 관한 소고’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언론사 경영자 입장에서 데이터저널리즘을 어떻게 수용할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데이터저널리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로이터연구소의 자료를 인용하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이 5년 이내에 저널리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규연 대표이사가 기조강연에서 데이터저널리즘의 미래를 전망하고 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이 대표는 “코로나19가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이에 맞춰 언론사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코로나가 언론에 내준 숙제이며 기회”라고 지적했다. 그는 “알고리즘, 메타버스, 빅데이터를 기사와 어떻게 융합해 나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라며 “데이터저널리즘이 방송을 만드는 방식을 바꿀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혜연 <뉴욕타임스> 그래픽팀 부편집장은 ‘선거에 관한 비주얼 스토리 만들기’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시각적 스토리를 성공적으로 만드는 핵심 중 하나는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라며 ‘프레이밍’을 강조했다. 그는 “이 스토리의 가장 날카로운 프레밍이 무엇이냐를 통해 이 스토리가 다른 스토리보다 어떻게 돋보일 수 있느냐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2006년 <뉴욕타임스>에 합류한 그는 2018년 미국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 때 그래픽부문을 담당하면서 데이터와 시각적 콘텐츠를 인상적으로 결합해 주목받았다.

   
▲ 영상으로 참여한 박혜연 <뉴욕타임스> 그래픽팀 부편집장이 ‘선거에 관한 비주얼 스토리 만들기’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여론조사의 품질을 감시하는 기자와 교수

<MBC> 탐사보도팀의 장슬기 기자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종희 교수는 ‘아카데미와 저널리즘이 만났을 때: 여론조사를 조사하다’의 강연에 함께 나섰다. 박 교수와 함께 <여론M: 여론조사를 조사하다>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장 기자는 “베이글과 커피처럼 아카데미와 저널리즘도 단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신속성을 추구하는 언론사에서 정확성과 객관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여기기 쉽기 때문에, 학계가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며 동조했다.

장 기자는 대통령 국정수행평가, 정당지지도, 대선주자 선호도 등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수집하고 박 교수는 이를 분석한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가 기관별로 큰 차이를 보이면서 ‘언론사의 속셈이 반영됐다’ ‘정치적 공작이다’ 등의 비난까지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윤석열 후보에 관한 여론조사는 자동응답기(ARS) 조사와 전화면접 조사가 최대 20%까지 차이가 난다. 장 기자와 박 교수는 여론조사 기관의 성향과 여론의 추세를 고려해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고 실제 민심에 가장 근접한 여론조사 값을 추출한다. 여론조사를 읽는데 필요한 리터러시(문해력)를 올리는 게 목적이라고 장 기자는 설명했다.

   
▲ 장슬기 기자와 박종희 교수가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타파> 연다혜 기자는 ‘선거 보도 사례: 투표구별 투표 성향 분석’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유권자의 표심 변화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 기자는 지난 4월 ‘득표율 1.9%, 누가 성평등 후보를 찍었나’ ‘서울시장 투표구별 득표 격차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최대’ 등의 보도를 통해 20대 총선(2016년)과 비교해 서울시장선거(2021년)에서 전체 표심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약 25%가 움직였음을 보여주었다. 

또 ‘성평등 후보’ 5명이 6% 이상 득표한 투표구가 총 12곳인데 그 중 11곳이 대학을 끼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냈다. 연 기자는 <뉴스타파>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상세주소 데이터를 입수하고, 투표구 별로 선거결과를 확보했기에 이같은 보도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수익구조 위기 시대에 대안이 될 인터랙티브

행사 2부 ‘데이터저널리즘의 기술과 방법론’에서 첫 연사로 나온 주재선 스피치로그 대표는 뉴스데이터 분석방법 및 활용에 관해 설명했다. 뉴스에서 인물의 발언을 추출해 시간과 흐름, 매체와 기자, 발언자를 중심으로 분석하면 발언자의 메시지 파워, 이슈의 영향력과 흐름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자료를 토대로 ‘인물 사전’도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인혜 <한국일보> 미디어플랫폼팀 차장은 ‘데이터저널리즘과 인터랙티브 기획’ 발표를 통해 신문사 내에서 기획자의 역할을 설명했다. 기획자는 지면계획안을 확인하고 기자와 취재 및 기사 방향을 논의한다. 이를 바탕으로 작업 일정과 구현 방법, 기사와 차별화할 방안 등을 결정한다. 기본작업이 끝나면 화면안(스토리보드)을 구성한다. 이어 추가 취재와 시각화에 필요한 자료 정리, 검수와 피드백 과정을 거쳐 출고한다. 기사를 내놓은 후엔 일주일 동안 반응을 살피며 오류를 수정하는 일이 이어진다. 박 차장은 “콘텐츠 제작과정에서 사용자는 무엇을 궁금해 할지, 기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모바일 환경도 고려했는지 등을 질문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직군 입장에서 데이터저널리즘과 인터랙티브를 소개하는 발표도 있었다. 김유진 <경향신문> 데이터저널리즘팀 기자는 “데이터 분석 결과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결국은 웹 공간 인터랙티브 뉴스 형태라고 생각한다”며 ‘여기서 발이 빠지면 내 탓입니다’ 보도를 소개했다. 김 기자는 “인터랙티브 공간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지하철역을 선택하고 시각화해서 볼 수 있다”며 “이것이 수익구조 위기를 말하는 시대에 수준 높은 저널리즘, 솔루션저널리즘을 지향하고 구독자들을 유인하는 장치가 된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김유진 기자가 인터랙티브 기사의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SBS> 탐사보도2부 안혜민 기자는 마부작침 데이터저널리즘 뉴스레터 서비스를 소개했다. 안 기자는 마부작침팀에서 만든 기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데도 사람들이 봐주지 않는다는 고민이 있어 뉴스레터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마부작침은 2020년 2월 처음 뉴스레터를 발송하고 지금까지 두 차례 개편했는데, 현재 <마부 뉴스>란 이름으로 젠더나 환경 등 감수성의 ‘간극’이 있는 주제를 데이터로 설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성차별 ‘젠더 데이터’로 드러내

3부 ‘데이터 저널리즘 보도사례’에서는 먼저 이한빛 <중부일보> 디지털뉴스부 기자가 ‘빅데이터로 본 대선주자’ 보도를 소개했다. 이 기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활용해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에게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등을 보도했다. 그는 인쇄·방송매체 뿐 아니라 모바일, 포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여러 플랫폼에서 쏟아지는 정보 가운데 언급량과 연관어 등 계량화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뉴스를 분석했을 때 시민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중앙 언론에 비해 적은 인력과 수단을 극복하기 위해 분석·통계 기술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데이터 저널리즘을 구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윤아 <한겨레> 젠더팀 기자는 ‘젠더 데이터 공백’을 추적하는 데이터 저널리즘 사례를 소개했다. 최 기자는 영국 여성운동가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의 저서 <보이지 않는 여자들> 서평을 쓰면서 ‘젠더 데이터 공백’이라는 개념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젠더 데이터 공백은 남성을 기본값으로 설계된 데이터나 인식 때문에 여성이 불이익이나 위협을 당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그는 한국의 젠더 데이터 공백을 메우고 싶다는 생각에 ‘젠더 데이터, 빈칸을 채우자’를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 채용과 출산, 산업안전 분야 등에서 발생하는 ‘젠더 데이터 공백’을 설명하는 최윤아 <한겨레> 기자. ⓒ 한국언론진흥재단

최 기자는 지난 7월부터 젠더 폭력, 채용 성차별, 출산휴가, 산업안전 등의 영역에서 지워진 젠더 데이터를 발굴해 보도하고 있다. 데이트 폭력, 가정 폭력과 같은 젠더 폭력은 실제 발생하는 것에 비해 사회에 잘 드러나지 않는 ‘암수 범죄’로 꼽힌다. 지난해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서 집계한 가정폭력 112 신고 건수는 19만4150건이지만, 경찰청 범죄통계 건수는 5만277건 뿐이었다. 최 기자는 “나머지 14만여 건은 가정 폭력이 가정만의 문제라는 사회적 인식 탓에 입건되지 않는 식으로 사라지는 젠더 데이터 공백”이라고 분석했다. 데이터의 ‘빈칸’을 인식해야 보이지 않는 차별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채용 성차별 문제에도 젠더 데이터 공백이 있었다. 최 기자는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장에서 만난 지원자는 다 여성이었는데, 합격자는 남성이 많다’는 말을 하지만, 이를 증명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증명할 사실상 유일한 데이터가 2018년 7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가 내놓은 지침인 ‘면접 성비 데이터’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기관 10곳 중 4곳이 면접 성비 데이터에 관한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이를 보도했다. 그 결과 10월에 ‘공공기관 채용 공정성 점검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최 기자는 이 보도를 기자로서 가장 효능감을 크게 느꼈던 순간으로 꼽았다.

‘지방소멸’을 데이터로 드러내다 

2021 데이터저널리즘어워드 수상작을 소개하는 순서에서 <KBS창원> 심층기획팀 이형관 기자는 다큐멘터리와 인터랙티브 기사 ‘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의 취재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시골 마을에 가서 할머니들이 안타까워하는 모습들 담고 거시적인 통계로 마무리하는 공식의 기존 보도로는 사람들이 지방소멸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현상 보도 위주가 아닌 심층 보도 위주로 가기 위해 지방소멸의 현주소가 어떤지, 원인이 무엇인지, 대안이 무엇인지를 데이터를 토대로 살펴봤다고 덧붙였다. 

   
▲ ‘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 보도 과정을 소개하는 이형관 기자. ⓒ 한국언론진흥재단

이 기자는 “인터랙티브 기사 페이지에서 입체적인 스토리텔링을 위해 마우스 스크롤이나 클릭 등 독자가 반응할 수 있는 부분을 살려 설계하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지도의 변형을 통해 통계데이터의 특징을 표현하는 카토그램 지도였다. 인구수가 많은 지역의 면적 크기는 늘어나고 인구수가 적은 지역은 줄어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기자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지역 언론에서도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이용한 작품들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스쿨존 너머’를 보도한 <시사IN> 변진경 기자는 ‘데이터, 그리고 데이터 속의 사람’에 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변 기자는 2007년부터 2020년 사이에 발생한 만 13세 이하 아이들의 교통사고 날짜와 장소, 사고유형, 가해차종, 피해자 연령 등이 담긴 엑셀파일을 가지고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 했다고 말했다. 시작은 현장이었다. 그는 엑셀 뭉치들을 들고 최근에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난 곳에 무작정 갔고, 우연히 데이터 속 한 아이를 직접 만났다. 변 기자는 “데이터만 보고는 그 아이와 상황을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 실제 데이터 속의 아이를 만난 이후 데이터 하나하나를 가지고 상상해 보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변 기자는 자동차 블랙박스의 시선이 아닌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모습을 구현하려 했다. 실제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 구글 글래스(안경형 영상 촬영장비)와 액션캠을 착용하고 길을 걷게 해 튀어나오는 자동차를 담아냈다. 그리고 드론 영상, 360도 가상현실(VR) 영상과 증강현실(AR) 콘텐츠 등을 다양하게 구현했다. 그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나면 데이터는 강력해진다”고 강조했다.

   
▲ ‘스쿨존 너머’ 인터랙티브 페이지에 담아낸 영상들을 소개하는 변진경 기자. ⓒ 한국언론진흥재단

워싱턴 ‘K스트리트’에서 로비회사들 자료 입수 

<MBC> 기획취재팀 남재현 기자는 “일본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배제 조치가 1년이 지났음에도 계속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면서 ‘일본, 로비의 기술’ 취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워싱턴DC의 중심가인 ‘케이(K)스트리트’에 있는 500개 로비전문 회사 중 일본이 접촉한 회사들을 골라냈다. 취재팀은 위안부피해자나 강제동원노동자 등 한일 간 이해가 첨예하게 맞부딪히는 이슈와 관련된 로비계약서와 로비활동보고서 290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분석된 문건들은 인터랙티브에 모두 공개했고, 주요 문서들은 한글로 번역했다.

   
▲ 일본, 로비의 기술’ 인터랙티브 페이지에 공개된 로비계약서와 로비활동보고서를 보여주는 남재현 기자. ⓒ 한국언론진흥재단

한편 컨퍼런스에 이어진 제4회 한국데이터저널리즘 어워드 시상식에서는 <한국일보>의 ‘농지에 빠진 공복들’ 취재팀이 데이터기반 탐사보도상을, <경향신문>의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문재인 정부 싱크탱크’와 <KBS>의 ‘소멸의 땅, 지방은 어떻게 사라지나’가 데이터 시각화상을 받았다. 데이터저널리즘 혁신상은 <시사IN>의 ‘스쿨존 너머’, 오픈데이터상은 <MBC>의 ‘일본, 로비의 기술’, 주목할 만한 데이터저널리스트상은 <MBC> 기획취재팀 장슬기 데이터전문기자가 받았다. 특별상은 시민참여형 데이터저널리즘 프로젝트를 시도한 <동아사이언스>의 ‘우동수비대(우리 동네 동물원 수비대) 프로젝트’에 돌아갔다. 

   
▲ 제4회 한국데이터저널리즘 어워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한국언론진흥재단

편집: 현경아 기자

[현경아 기자]
단비뉴스 소셜전략팀장, 지역사회부 현경아입니다.
소중히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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