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영화 '우리 손자 베스트'

2016년 5월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에 높이 3미터(m)인 하얀색 손 조각상이 설치됐다. 조각상 손가락은 ‘ㅇ’과 ‘ㅂ’을 그리고 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를 상징하는 손 모양이었다. 당시 홍익대학교 4학년 홍기하 씨가 만든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라는 조형물이었다. 조형물은 설치하자마자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홍 씨는 입장문에서 “사회에 만연하게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에 실체를 부여하고, 논란과 논쟁의 발생을 의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각상은 설치 이틀 만에 시민 세 사람에 의해 파괴됐다.

▲ 2016년 5월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에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라는 하얀 손 조각상이 설치됐다. 조각상은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를 상징하는 손 모양을 하고 있었다. ⓒ <KBS>

일베는 특정 지역과 여성, 소수자를 혐오하고 고인을 모욕하는 일을 놀이처럼 즐기는 인터넷 커뮤니티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를 모욕하고 가족까지 불법 촬영하여 게시판에 올리기도 했다. 2014년 9월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투쟁을 할 때, 이들을 조롱하려고 일베 이용자 500여 명이 유가족 근처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은 일은 유명하다. 많은 시민이 일베의 반사회적 행위에 분노했고, 2018년 1월 일베를 폐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3만 넘는 시민으로부터 지지받았다.

일베는 배척하고 폐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너 일베지?’라는 말은 욕설처럼 쓰인다. 홍익대 정문의 일베 조형물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당연했다. 과연 배척하고 폐쇄하면 일베가 저지르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일베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2016년 김수현 감독이 연출한 <우리 손자 베스트>는 이 질문에 응답한다. 그는 불편하고 불쾌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대신 정공법을 택한다. 20대 일베 이용자를 영화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일베 이용자의 반사회적 행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관객은 불편하고 불쾌한 일베의 세계로 초대된다.

‘너나 베스트’ 이용자와의 불쾌한 만남

교환(구교환 분)은 20대 백수다. 영화는 교환이 고시학원에 찾아가는 신(scene)으로 시작한다. 교환은 9급 공무원 8주반에 등록한다. 강의실이 넓은 것을 확인한 교환은 안내 데스크로 돌아가 소방공무원 단기반으로 바꿔 달라고 말한다. “제가 원래 꿈이 소방수인데”라며 반을 바꾸는 명분을 만든다. 진심은 다음 대사에 나온다. “소방 단기 이거는, 강의실이 9급 공무원보다 좀 작겠죠?” 교환은 작은 강의실을 원하는 눈치다. 몇 분이 지나고 교환은 다시 안내 데스크를 찾는다. 교환은 환불을 요구한다. 담배를 피우러 나간 자리에서 아는 동생을 만났고, 그 동생이 피시방을 가자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 교환이 아는 동생을 만난 뒤 고시학원 안내 데스크로 돌아가 환불을 요구하는 장면. “사람 목숨이 달린 일입니다”라며 명분을 만든 뒤 직원에게 “환불 신청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정정당당하게”라며 짜증을 낸다. ⓒ 인디플러그

교환은 ‘너나 나나 베스트(너나 베스트)’ 이용자다. 영화는 일베를 너나 나나 베스트로 표현했다. 너나 나나 베스트는 두 번째 신에 등장한다.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던 교환은 옆자리로 시선을 돌린다. 옆자리에 앉은 남성은 경찰이 물대포로 시위를 진압하는 보도 사진을 보고 있다. 사진을 쳐다보던 교환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교환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나오는 내레이션을 녹음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낄낄거리며 영상을 편집한다. 시위대가 진압당하는 화면에 “차벽 산성 협곡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학살 중입니다” 같은 게임 내레이션을 삽입한 영상이다.

영화는 교환이 너나 베스트에서 벌이는 행위를 교환의 여동생 미선(이봄 분)의 대사로 구체화한다. 미선은 아버지(김중기 분)에게 교환을 “지 여동생 팬티 입고 자는 거 인터넷에 올려놓고 하루 종일 조회 수 세고 있던 새끼”라고 욕한다. 교환이 세월호 유가족 단식하는 곳에 가서 선글라스 쓰고 춤추고 애국가를 불렀다는 것도 이른다. 말없이 자신의 방에 들어간 교환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음성을 합성한 노래를 틀어놓고 ‘민주화’ ‘좌빨’ 등의 단어로 악플을 단다. 교환이 너나 베스트에 음란물을 올리는 장면과 교환의 아버지가 교환의 너나 베스트 게시물을 확인하는 장면은 일베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영화는 글자와 음성으로 일베 이용자가 말하는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다.

▲ 교환의 아버지가 회사 사무실에서 교환의 너나 베스트 글을 확인하는 장면. 교환은 국요한이라는 닉네임으로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글을 올렸다. 영화는 이보다 더 선정적이고 혐오스러운 교환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 인디플러그

불쾌함을 더 하는 ‘어버이 별동대’ 회원

교환이 정수(동방우 분)를 만나며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정수는 영화 안에서 극우 성향 보수단체 ‘어버이 연합’을 표현한 ‘어버이 별동대’에서 활동하는 70대 노인이다. 영화 속 정수의 행위 역시 적나라하다. 정수가 등장하는 첫 시퀀스는 정수와 어버이 별동대 회원 세 명이 종로 탑골공원에서 노인 여러 명을 폭행하는 장면이다. 폭행을 자행한 이유는 그들이 ‘빨갱이’이기 때문이다. 어버이 별동대 회원 가운데 한 명은 그들을 연행하러 온 경찰에게 ‘빨갱이’를 잡아가지 않는 경찰을 대신해서 손을 봐주었다고 대꾸한다. 절정은 경찰차에 타기 전 정수가 뱉는 대사다. “이 대한민국을 빨갱이 종북 새끼들이 접수하게 놔두려고 그래?”

정치 성향을 차치하더라도 정수는 교환만큼 불편하고 불쾌한 인물이다. 정수에게 폭력은 일상이다. 정수가 등장하는 두 번째 시퀀스에서 정수는 종로 낙원상가에 있는 한 술집에 들어간다. 그가 술집에 들어서서 하는 첫 행동은 폭행이다. 정수는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박카스 아줌마’ 숙희(박명신 분)의 머리를 때리고 숙희는 넘어진다. 그의 폭력은 영화 내내 계속된다. 정수는 그가 하던 국립서울현충원 근처 육교에 모래를 쌓아 놓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를 파내는 ‘퍼포먼스’에 항의하는 시민도 폭행한다. 정수가 카페에서 국가 유공자 메달을 받기 위해 ‘나라사랑유공자 보훈처’에서 나온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 숙희가 찾아오자 다시 폭력을 행사한다. 정수는 술에 취해서 자신을 찾아온 숙희 때문에 국가 유공자 메달을 받지 못할까 봐 전전긍긍한다. 정수는 메달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 정수가 숙희를 밖으로 끌고 나가는 장면. 정수가 숙희에게 행하는 폭력에는 거리낌이 없다. 영화는 정수가 숙희에게 손찌검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 인디플러그

정수를 닮는 교환에 불쾌함은 절정을 향하고

흥미로운 건 교환과 정수가 현실에서 보여주는 행동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다. 교환은 현실 세계에서 무력하다. 동생 미선이 교환의 행태를 아버지에게 말했을 때, 교환이 할 수 있는 행동은 ‘민주화(일베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게시물이 비추천을 받거나, 안 좋은 일을 당할 때 사용한다) 당한 아들이 아버지를 응원합니다!’라는 포스트잇을 방문에 붙여 놓은 채 집을 나서는 것뿐이다. 교환은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성우로부터 고소당했을 때도 무력하다. 게임 내레이션을 활용해 진압당하는 시위대를 조롱하는 영상을 만든 교환은 그를 고소한 상현(김상현 분, 실제 ‘리그 오브 레전드’ 성우)을 경찰서에서 만난다. 상현의 요구에 따라 교환은 경찰서에서 자신이 쓴 글을 큰소리로 외친다.

“관심병 종자, 막장 문화, 어떤 대가를 추구해서라도 무조건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 그게 우리의 전유물이냐. 헐, 팩트를 들이대라고. 팩트를 들이대라고. 지금 당장 티비를 켜서 예능 프로그램을 10초만 봐 봐라. 자기 비하와 상대방 모멸 빼면 웃기는 게 뭐 있냐.”

▲ 상현은 교환에게 자신이 쓴 글을 큰소리로 읽으라고 시킨다. 상현은 자신이 경찰서 정문을 나설 때까지 소리가 안 들리면 합의가 없다고 말한다. 교환이 일어나서 큰 소리로 읽자 경찰서 직원이 서류철로 교환의 머리를 때리는 장면. ⓒ 인디플러그

정수는 현실에서 행동한다. 정수가 등장하는 첫 신에서 정수는 탑골공원 노인을 폭행한다. 낙원상가 술집에서는 숙희를 때린다. 영화 중반부, 장례식에 참석한 정수가 해병대 전투복을 입은 남성과 술잔을 기울이다가 상을 뒤엎는다. 모두 현실에서 행동하는 정수의 특징적인 모습이다. 교환과 정수가 영화에서 보여준 첫 일탈은 두 사람의 차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교환의 첫 일탈은 시위대가 진압당하는 영상에 게임 내레이션을 합성하여 너나 베스트에 올리는 장면이다. 그는 게시물을 온라인이라는 가상공간을 이용하고, 영상과 음성이라는 이미지를 활용한다. 반면에 정수의 첫 일탈은 탑골공원에서 행사하는 폭력이다. 그는 실재적이다. 

영화는 교환이 정수에게 영향을 받아 현실에서 자신을 표현하기 시작하는 변화를 그린다. 흥미로운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교환과 정수가 만나 낙원상가 술집에서 팔씨름하는 장면이다. 교환은 술집에서 정수를 만나 자신이 세월호 유가족 단식투쟁을 조롱하는 자리에 있었음을 밝힌다. 정수도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을 확인한 둘은 급속도로 친해진다. 정수와 팔씨름을 하는 교환은 처음에는 어색하게 팔씨름에 임하지만, “힘 좀 써봐”라는 정수의 말에 소리 내어 웃으며 힘을 낸다. 이 웃음소리는 교환이 피시방에서 영상을 합성할 때 냈던 낄낄거리는 웃음소리와 다르다. 교환은 현실에서 힘을 쓰며 처음으로 희열을 느낀다.

▲ 낙원상가 술집에서 교환과 정수는 서로 같은 성향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친해진다. 감독은 그들의 첫 교류로 팔씨름을 택했다. 현실에서 행동하는 정수가 현실에서 무력한 교환에게 “힘을 써봐 임마”라고 말하는 장면은 상징적이다. ⓒ 인디플러그

흥미로운 두 번째 장면은 국립서울현충원 근처 육교에서 교환과 정수가 모래를 쌓아 놓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를 파내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장면이다. 이 시퀀스에서 정수는 항의하는 시민을 먼저 때리지만 이내 시민의 반격에 얼굴을 맞으며 제압당한다. 지켜보던 교환이 시민에게 달려들지만 교환 역시 얼굴을 맞으며 제압당한다.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환은 정수에게 말한다.

“기분이 되게 이상해요. 제가 원래 누구를 때려본 적이 없거든요. 맞으니까 막 기분이 좋아요. 변태인가.”

영화 중간에 있는 이 시퀀스 이후로 교환은 일탈을 현실로 확장한다. 정수처럼 숙희에게 폭력을 행한다. ‘좌파 연예인’이 나오는 토크 콘서트에 테러를 가할 계획을 세우고 준비한다(선수를 빼앗겨 실행에는 옮기지 못한다). 자신을 고소했던 상현을 폭행하고 납치까지 한다. 교환이 현실 세계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행동하게 된 건 정수로부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수는 교환을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호출했다. 영화 안에서 정수는 교환과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무언가를 한 유일한 인물이자 교환에게 현실의 희열을 느끼게 해준 유일한 인물이다. 영화는 교환이 변화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관객의 불편함과 불쾌함은 절정을 향한다.

불쾌함을 해소하지 못한 결말

20대 일베 이용자가 주인공인 영화에 두 가지 반응이 예상된다. “감독이 일베야?”라거나 “일베 비판하는 영화야?”라거나. <우리 손자 베스트>는 두 질문이 모두 틀렸다고 답한다. 영화는 교환과 정수에게 서사를 부여하면서도 그들의 행위를 옹호하지 않는다. 영화는 교환의 가족이 해체된 모습을 그리지만, 가족의 결핍이 교환을 너나 베스트 이용자로 만들었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정수 역시 가족 안에서 힘없는 인물이다. 그는 친손자에게 쩔쩔매고, 아들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아파트 정문 앞에 개소주를 놓고 간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상황이 정수를 극우단체 회원으로 만들었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 영화는 정수와 그의 가족 사이 관계를 통해 정수의 ‘강함’이 헛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수가 아파트 출입구 인터폰을 통해 며느리에게 개소주를 놓고 간다고 말하는 장면. ⓒ 인디플러그

영화는 교환과 정수를 정면에서 비판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두 인물의 일탈을 관찰한다. 영화 후반부에서 정수는 교환에게 자신이 암에 걸렸다며 자신을 도와달라고 말한다. 정수의 부탁에 따라 둘은 국립서울현충원에 가 한밤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교환은 정수의 부탁대로 삽으로 정수의 머리를 내려친 뒤 정수를 현충원에 묻는다. 정수는 “우리 손자 베스트”라는 대사를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가 실제로 죽었는지 관객은 알 수 없다. 영화는 정수 얼굴에 흙이 조금 뿌려진 모습만 보여줄 뿐 정수가 완전히 묻혔다는 단서를 주지 않는다. 관객은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행동을 영화의 시선에 따라 관찰할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신, 광화문 광장에 머리를 빡빡 밀어버린 교환이 이어폰을 꽂은 채 등장한다. “내가 찾은 팩트는 바로 나다”라고 말한 교환은 이내 우스꽝스럽게 춤을 춘다. 교환의 춤은 2분이 넘게 계속된다. 광화문 광장을 지나다니는 시민 사이에서 팔을 흔들며 날뛴다.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교환이 여전히 너나 베스트에서 활동하는지, 그가 반성하고 정신을 차린 것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일베에 대한 옹호와 비판, 둘 가운데 하나를 원하는 관객은 불편하다.

▲ 영화 마지막 신에서 교환은 이어폰을 꽂은 채 광화문 광장에서 어설픈 춤을 춘다. 교환이 여전히 너나 베스트 이용자인지, 아니면 교환이 자기 행동을 반성하는지 영화는 말해주지 않는다. ⓒ 인디플러그

2016년 홍익대 정문에 세워진 일베 조형물처럼 많은 이가 <우리 손자 베스트>를 배척했다. 2016년 12월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씨네21에 기고한 ‘궁극의 인간긍정 영화 <우리 손자 베스트>’에서 영화가 개봉 첫 주에 극장을 거의 잡지 못했고 대기업 멀티플렉스 체인에서 영화를 거부했다고 전한다. 영화는 예술독립영화 체인인 CGV아트하우스에서조차 한 개의 스크린도 배정받지 못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는 추가 투자 제의를 여러 회사로부터 거절당했다. 개봉 당시부터 이 영화를 혐오스러운 영화로 규정하며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다. 영화는 어쩌면 독립 영화라는 대중과 조금 떨어진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일베 조형물처럼 파괴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영화가 의미 있는 이유

“내 기준으로서도 용해되기 어려운 대상이기는 했다. 사회학적으로 접근해 그들 존재에 대한 인과를 규명하는 것이 내 몫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잘못된 방식으로 세상에 자기를 드러내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병든 사람들은 언제나 있어 왔다. 세상이 일베나 어버이연합을 탄생시킨 것이지, 일베나 어버이연합이 세상을 이 꼴로 만든 건 아니잖나.”

<우리 손자 베스트>는 사회의 가장 불쾌한 곳을 겨냥한다. 김수현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설명했다. 2016년 12월 그는 <씨네21>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청년 세대의 절망과 혼란을 짚는 지점으로 일베라는 소재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달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 가치와 기준으로 (일베를) 무조건 지탄하기에는, 너무 많은 10대와 20대가 활동하고 있다”며 “이 역시 지금 젊은 세대가 내는 목소리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들에 대해 더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그들은 이해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거나 “그들이 어떻게 청년 세대를 대변하느냐”고 비판할 수 있다. 일베에 대한 영화의 불분명한 태도도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영화가 일베라는 현상에 정면으로 부딪친다는 점은 중요하다. 2016년 말 이후 일베라는 웹사이트는 몰락했지만, 일베라는 사회 현상은 한국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2019년 일베 이용자 네 명이 안산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으며 모욕했고 헝가리 유람선 침몰 사고 피해자를 조롱했다. 2020년에는 공공장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자인 것처럼 연기하고 이를 영상을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올해 3월에는 일베 이용자가 비대면 수업에 무단으로 침입하여 욕설하고 음란물을 올리며 수업을 방해했다. 이혼 소송 중인 아내를 폭행하고 성관계 사진을 일베 사이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사건도 있다.

일베를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무시하기에 일베는 사회 한 편에 자리 잡아 버렸다. 이들은 어떻게 탄생한 것인가. 사회는 이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소한의 소통을 하려면 일단 서로 마주해야 하죠”라는 김수현 감독의 말처럼, 일베를 빼놓고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건 불가능하다. 사회가 일베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어디까지 수용할 수 있을지,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 고민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들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 손자 베스트>는 일베라는 동시대 현상을 낱낱이 기록했다. 불편하고 불쾌해도 이 영화가 의미 있는 이유다.


편집: 김병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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