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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처럼 소비되는 '선거용 담론'
[상상사전] '공정'
2021년 08월 26일 (목) 19:05:06 이예진 PD dlyejin@daum.net
   
▲ 이예진 PD

8월이니 언론사 입사를 준비한 지 만 3년이다. 최종 합격이라는 성과 없이 3년을 지내다 보니 스스로 나 자신을 괴롭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실력이 없다는 사실을 존재 가치가 없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일 때 그렇다. ‘1년을 준비했는데, 2년이나 투자했는데, 3년이 지났는데’라고 나 자신을 핀잔할 때 그렇다. 대개 ‘아쉽게도…’로 시작하는 불합격 통지서를 받으면 자책을 시작한다.

작년 9월 저널리즘스쿨에 입학하고 세상에 안 되는 일은 없다고, 안 된다고 지레 겁먹지 말고, 오늘을 사랑하며 살라고 가르치는 선생을 만났다. 선생의 말이 와닿았다. 그동안 살면서 종종 들었던 말이지만 그 메시지를 받아들인 건 처음이었다. 하면 된다는 규칙이 간절한 상황이기 때문일까? 해도 안 되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걸까? 이유가 무엇이든 취업이라는 명패를 위해 필요한 믿음이었다.

공정은 어쩌면 믿음의 영역이다. 어떤 사람은 ‘하면 되는 사회’를 공정하다고 본다. 어떤 이는 안 돼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회를 공정하다고 여긴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경쟁 승리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는 게 공정이라고 말한다. 한국 사회는 각자 공정을 전도하기 바쁘다. ‘진짜’ 공정은 따로 있다며 서로 다툰다. 모두가 공정을 말하지만 공정을 경험하고 감각한 사람은 소수다.

   
▲ 같은 사다리라도 발판 간격이 다르면 올라가는 속도에서 차이가 난다. 모두가 공정을 말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의미는 제각각 다르다. ⓒ 크라우드픽

과자 회사는 어느 회사보다 소비자들 감각에 예민하다. 과자를 자주 찾도록 하는 비결은 과자 부서지는 소리와 부스러진 과자의 촉감에 있다. 소비자는 두 감각에 쾌감을 느끼면서 과자 한 봉지를 단숨에 비운다. 단, 쾌감이 완벽해선 안 된다. 과자 한 조각이 충분한 쾌감을 전달하면 몇 조각만 먹고 만다는 것이다. 과자 조각들이 약간씩 부족하게 쾌감을 전달해야 자꾸 손이 가는 과자가 된다.

한국에서 공정은 손이 가는 과자다. 사회적 계층이동이 힘든 상황에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공정은 어느 정도 쾌감을 준다. ‘하면 된다’ ‘안 돼도 괜찮다’ ‘이기면 보상받는다’는 담론은 희망을 품게 하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준다. 그러나 공정이 자주 거론되는 건 공정이 주는 쾌감이 어딘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정치는 과자 회사가 아니기에 공정이 자주 불려 나오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시민이 부족함을 느끼는 구체적인 부분을 짚어내 해결해야 한다. 공정 담론이 선거용 간식거리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오동욱 PD 

[이예진 PD]
단비뉴스 미디어콘텐츠부, 청년부, 시사현안팀 이예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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