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주민 피해보상'에서 주민은 어디로?

[앵커]

충북 제천과 단양, 강원 영월에 있는 시멘트공장과 관련한 주민 피해, 며칠 전에 살펴봤었죠.

이들 주민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놓고 몇 년째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금을 부과할 거냐, 기금을 조성할 거냐를 놓고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건데, 조속한 피해 보상과 환경 개선을 원하는 주민들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제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이 지역자원시설세 부과 대상에 시멘트를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지역자원시설세는 특정 자원을 이용해 이익을 얻는 기업 때문에 피해를 보는 공장 인근 주민에게 보상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 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이미 화력이나 원자력발전을 하거나 지하자원을 캐는 기업이 내고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시멘트산업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것이어서 ‘시멘트세’ 법안이라고 불립니다.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시멘트세 법안이 업계의 거센 반발로 무산된 뒤 세 번째 도전입니다.

법안이 통과되면 시멘트 업체는 시멘트를 1톤 생산할 때마다 세금을 1000원씩 내게 됩니다.

전체 세수는 연간 520억여 원으로 시멘트공장이 밀집한 강원도에 276억 원, 충북에 177억 원이 배분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세금은 시멘트공장이 있는 시군에 65%, 광역 자치단체에 35%가 배정됩니다.

[전도성 / 충북도청 세정팀장 : "분진이나 석회 이런 것들 때문에 그 진폐증 뭐 이렇게. 그거를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먼저 좀 살펴봐야 해요. 건강 검진을 해줘야 하던가, 치료해준다든가, 병원을 짓는다든가 이런 것을 위해 재원이 필요한 거지요."]

시멘트업계는 이미 시멘트 주원료인 석회석을 채굴할 때 지역자원시설세를 내고 있어 이중과세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금을 철회하면 피해를 주장하는 지역주민에게 직접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기로 했습니다.

지난 2월에는 충북과 강원 지역 국회의원 4명과 7개 시멘트 회사 대표가 모여 시멘트를 1톤 생산할 때마다 500원씩 내서 연간 250억 원 규모의 지역발전기금을 조성하기로 협약까지 맺었습니다.

시멘트공장이 있는 지역마다 기금관리위원회를 구성해 기금의 70%는 공장 반경 5km 이내 지역주민에게 지원하고, 나머지 30%는 공장이 있는 시군이 운용을 맡는다는 내용입니다.

[한찬수 / 한국시멘트협회 홍보협력팀 부장 : "세금은 이중과세이고, 이미 연초에 지역 국회의원하고 기금을 조성해서 기금운영관리위원회를 통해 지역에 직접적으로 지원하자는 방안을 갖다 저희가 협의를 해서 MOU도 체결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중과세라는 시멘트 회사들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시멘트 생산과 석회석 채광은 별개 공정으로, 세금을 매기는 목적과 대상이 다르다는 겁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시멘트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지역 국회의원들과 시멘트 회사들이 기금 조성에 합의한 직후인 지난 3월,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모여 시멘트세 입법을 위한 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시멘트 회사들이 내기로 한 기금은 투명성을 보장할 수도 없고 법적 강제성도 없다는 이유에섭니다.

[김광표 / 단양군 의원 : "지금 논의되고 있는 기금은 법정 기금이 아닙니다. 이건(기금) 시멘트 회사가 내다가 내지 않는다고 해도 어떤 제약을 가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반대로 시멘트세를 법으로 만들어 놨을 때는 회사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내게 되어 있습니다.“]

시멘트세 입법을 놓고 줄다리기만 벌써 7년째입니다.

시멘트세든 기금이든, 실제로 피해를 보는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설명도 없이 논란만 계속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옵니다.

[이명휘(70) / 단양군 도담리 이장 : "기금으로 했을 때하고 시멘트 시설세를 도입했을 때하고 비교해서 주민들한테 공청회 한다든지 설명회를 한다든지 피해 주민들한테는 세금을 가지고 어떻게 지원하고 혜택을 줄 건지 이런 구체적인 세부계획서가 하나도 없잖아요."]

여론이 엇갈리면서 지난 2월에 맺은 지역발전기금 협약의 세부 사항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세금이냐 기금인지 가닥을 잡는 것과 함께, 재원이 마련되면 공장 인근 주민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해줄 것인지 실질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단비뉴스 최태현입니다.

(편집 : 최태현 기자 / 촬영 : 강훈 기자, 김대호 PD / 그래픽 : 김대호 PD, 최태현 기자 / 앵커 : 최태현 기자)


편집 :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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