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회 이야기 : 지난달 8일, 나는 50만 원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하며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비트코인 시세가 가파르게 상승하자 나는 50만 원을 추가로 입금하여 여러 알트코인 ‘단타’에 나섰다. 하지만 큰 성과 없이 손해만 보았고 곧 크게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친구의 추천으로 또 다른 알트코인을 매수하며 ‘대박’을 기다렸다.

1회 매수 버튼을 누르다
2회 알트코인 단타 거래에 뛰어들다

FOMO 증후군, 도지코인을 만나다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소외불안증후군, 고립공포증 등으로 번역할 수 있다. 즐거운 일, 더 나은 선택지, 좋은 기회 등을 자신이 놓치고 있거나 그것에서 배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한다. 마케팅 분야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이지만, 최근엔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정서와 태도를 설명할 때에도 쓰인다. 

지난달 16일, 친구의 추천을 받아 매수했던 ‘메타디움’은 하락세를 보였다. 매수 나흘 동안 계속 내리막이었지만 그것보다 더 큰 불안이 있었다. 다른 코인에 투자를 하고 싶었다. 여전히 많은 코인이 상승세에 있었다. 메타디움에 묶인 돈이 아쉬웠다. 잠시 가격이 낮아졌을 때 더 매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친구의 꾐에 넘어가 50만 원을 추가로 들여 264원에 메타디움을 추가로 매수한 상황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도지코인’이 눈에 들어왔다. 몇 주 전부터 뉴스를 통해 도지코인의 등락 소식을 접하고 있었다. 차트를 살펴보았다. 상승세가 심상치 않았다. 잠시 발만 담그고 나와도 제법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투자를 망설이는 동안에도 차트는 끝없이 우상향했다. 나만 기회를 놓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들었다. ‘FOMO 증후군’의 전형적 증상을 내가 겪고 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결국 도지코인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16일 오후 1시 무렵, 50만 원을 추가로 입금했다.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지 열흘도 채 되지 않았는데, 출자금은 5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늘어났다. 

도지코인은 과거에도 상승세를 보였지만, 4월의 상승세는 광풍에 가까웠다. 특히 4월 중순 도지코인의 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 배경엔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의 트윗이 있다. 15일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에 “달을 향해 짖는 도지”(Doge Barking at the Moon)이라고 포스팅했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일론 머스크가 도지코인의 가치를 상승시킬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도지코인은 당일 47.1%, 다음 날 104.8% 급등했다. 

도지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발행량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다. 초기엔 생산량을 1000억 개로 고정했지만, 이후 제한이 사라졌다.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어 채굴이 진행될수록 자연스럽게 희소성이 높아지는 비트코인과 다르다. 별다른 기술적 특장점도 없다. 그에 따라 오랫동안 매우 낮은 수준의 가격을 유지했다. 지난 1월 초 만해도 1도지코인은 10원 대에 머물렀다. 내가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지난 달 8일의 최고가도 80원에 불과했지만 기사를 작성하는 5월 12일 현재 도지코인의 시세는 600원 대다. 

일론 머스크가 많은 암호화폐 중에서 하필이면 왜 도지코인에 우호적인지는 알 수 없다. 암호화폐 생태계 내에서 비트코인이 ‘중심적’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단순히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여 자신의 말 한마디에 수많은 돈이 오가는 현상을 즐긴다는 분석도 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었지만, 나 역시 다른 투자자와 똑같은 선택을 했다. 합리적으로 분석하여 이해하려 들지 않고, 그저 현실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이번에는 더욱 신중을 기했다. 처음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알트코인 단타를 시도했던 때보다 조심스러웠다. 암호화폐 투자 입문자인 내가 봐도 도지코인 열풍은 비상식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도지코인 매수를 마음먹었지만 곧장 결행하지 못했다. 하루 종일 도지코인의 시세를 확인했다. 그러다 16일 저녁 7시 48분 드디어 도지코인을 매수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처음 매수하는 순간, 도지코인의 개당 가격은 350원이었다. 2분 뒤 352원에 매도했다. 7분 뒤 366원에 다시 매수했다. 상승세가 급격했다. 이날 마지막으로 매도한 20시 36분까지 도지코인 매수와 매도를 18번 반복했다. 수익이 적더라도 단타로 거래하는 것이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오랫동안 보유해서 높은 수익을 기대하기엔 도지코인의 등락 폭은 너무나 컸다. 

작은 시세 차익이지만 한 번의 거래를 제외하곤 모두 이익을 보았다. 7승 2패.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익은 3798원에 불과했다. 8시 21분 매수했던 도지코인 시세가 6분 사이 6% 이상 하락하여 본 손해가 컸다.

밤 10시 30분 무렵, 도지코인의 가격은 540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도지코인을 처음 매수했던 시점에서 50% 이상 올랐다. 하지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시 투자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나 빠르고 큰 도지코인의 가격 변화를 따라가는 일은 너무 힘들었다.

도지코인의 기원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제작했다. 이들이 도지코인을 발행한 이유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탈중앙적 거래 시스템 구축과는 거리가 멀었다. 대신 급부상하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풍자적 성격이 강했다. 개(dog)를 뜻하는 이름인 ‘도지’(doge)는 인터넷 밈(meme)에서 비롯되었다. ‘doge'는 ’dog‘를 일부러 잘못 쓴 것인데, 한국에서 ’멍멍이‘를 ’멍뭉이‘ 혹은 ‘댕댕이’로 표현하는 일부 누리꾼들의 말장난과 유사한 뉘앙스라고 볼 수 있다.

이제 도지코인은 더 이상 익살스럽지 않다. 오히려 암호화폐 시장의 난센스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대다수 암호화폐는 내재가치가 없으며, 가격 상승은 오직 투기를 위한 ‘폭탄 돌리기’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암호화폐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도지코인은 이들이 비판의 사례로 들 만한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특별한 기술적 활용도 없이, 외부 요인에 따라 암호화폐 가격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이다. 외부 요인의 중심에는 일론 머스크가 있다.

도지코인을 향한 일론 머스크의 관심은 2019년 처음 나타난다. 그해 4월 2일 자신의 트위터에 “도지코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암호화폐인지도 모른다. 상당히 멋지다”(Dogecoin might be my fav cryptocurrency. It’s pretty cool.)라는 트윗을 포스팅했다. 이에 화답하듯 도지코인의 공식 트위터도 자신의 소개 글에 “일론 머스크는 우리가 꽤나 멋지다고 생각한다”(Elon Musk thinks we're pretty cool.)고 적었다. 

이후로도 그는 말과 글(주로 트위터)을 통해 도지코인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고, 그때마다 도지코인의 시세는 요동쳤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28일 “도지파더 SNL 5월 8일”(The Dogefather SNL May 8)이라는 트윗이 대표적이다. 그가 미국 <NBC>의 스탠드업 코미디쇼 SNL에 ‘도지코인 아빠’로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0분 만에 도지코인 가격이 20% 이상 상승했다. 

특정 암호화폐에 대한 유명 인사의 호감이나 지지 표현이 곧장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머스크의 트윗 말고, 매수와 매도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신뢰할만한 정보를 어디서 구할 수 있을지, 나는 궁금했다.

도사님과 박사님을 따르는 코린이들

투자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참고하여 투자 정보를 수집한다. 디시인사이드 비트코인 갤러리, 네이버 카페 ‘비트맨’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유튜브 실시간 방송을 통해 정보를 나누는 이들도 많다. 대기업이나 국가기관 등에서 암호화폐를 활용한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 일론 머스크 같은 인플루언서의 발언 등이 시시각각 소개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로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대부분 확인되지 않고 신뢰성이 낮다. 사실과 의견이 혼재되어 있는 것은 물론, 자신의 바람을 사실인 것처럼 꾸며 유포하는 이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엔 암호화폐 관련 오픈채팅방이 즐비하다. ‘코린이(코인+어린이. 암호화폐 투자 입문자)들 놀러 오세요’, ‘코인자유소통방’ 등의 제목을 달고 있는 채팅방이 셀 수 없이 많다. 최대 참가 인원 1500명을 꽉 채운 채팅방도 많다. 방마다 분위기나 규칙이 조금씩 다르지만, 참가자들이 자신의 투자 상황을 보여주며 손해를 토로하거나 출처불명의 정보를 공유하는 식으로 운영되는 오픈채팅방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채팅방의 중심에는 이른바 ‘고수’가 있다. 고수는 암호화폐 투자로 많은 수익을 거둔 사람이다. 자신이 거둔 수익을 캡쳐하여 인증하면 채팅방의 ‘코린이’에게 고수로 인정받는다. 이들은 ‘도사님’, ‘박사님’ 등의 호칭으로도 불린다. 

채팅방에 고수가 등장하면 이용자들은 질문을 던진다. “도지 얼마나 오를까요?”, “스텔라루멘 800층인데 손절할까요?” 등이다. 고수는 즉각 답변한다. “일주일 내로 600 갑니다”, “당장 돈 필요한 거 아니면 들고 계세요” 같은 식이다. 특별한 근거는 없다. 그가 거둔 수익이 곧 그가 하는 말의 무게가 된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나 유튜브 종목 추천 방송이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조직적으로 특정 시간대에 집중적인 매수와 매도로 시세를 조종하거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겨 특정 거래소에 대한 투자를 유도했다가 ‘먹튀’하는 것이다. 최근엔 이러한 유튜브를 활용한 암호화폐 거래소 사기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 1000명 이상, 피해금액도 1000억 원 대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장고 끝에 악수 둔다

알 수 없는 정보가 난무하는 시장에서 나는 마침내 비트코인을 모두 처분했다. 19일 오후 12시 40분, 49만 6,922원에 보유하고 있던 비트코인을 전부 팔았다. 비트코인의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이익률이 낮아지는 것을 넘어 원금에서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열흘 전 50만 원에 매수했기 때문에 3,078원 손해를 보았다. 한때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였던 터라 아쉬움이 컸다.

그 손해를 도지코인에서 회복하려 했다. 마침 이날 내내 도지코인 이야기로 뉴스가 분주했다. 다음 날인 4월 20일 ‘도지데이’를 앞두고 이미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저녁 무렵엔 500원을 돌파했다. 도지데이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도지코인이 1달러를 넘길 것이라 예견한 날이다. 일론 머스크가 14일 트위터에 ‘도지데이’를 언급한 것에서 비롯됐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도지코인 단타를 시도했다. 시장의 기대심리와 불안심리가 혼재된 탓인지 등락은 평소보다 훨씬 자주 바뀌었다. 오후 7시 무렵부터 매수와 매도를 반복했지만 또 다시 약간의 손해를 본 채 매도해야 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었다.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대박’은 없었다. 기대감을 높였던 비트코인도 결국 3천 원 남짓 손해를 보고 매도했고, 도지코인의 광풍 속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남은 것은 100만 원이 투입된 메타디움이었다. 메타디움 역시 20% 이상 하락하여 20만 원 가까이 손해를 보고 있었지만 큰 걱정은 들지 않았다. 곧 오를 것이라는 낙관을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거없는 낙관만큼 위험한 것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회 <대폭락> 편에서는 추가로 매수했던 알트코인 ‘메타디움’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많은 손해를 입게된다. 일시적이고 하락의 폭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가격 하락은 지속적이고 낙폭도 컸다.

편집 : 김정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