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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포를 막으려면 선출하면 된다
[상상사전] ‘선출되지 않은 권력'
2021년 05월 05일 (수) 20:50:23 유지인 기자 jinyoo524@naver.com
   
▲ 유지인 기자

권력은 상대방을 복종시키는 힘이다. 만인이 평등한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누군가 권력을 행사하려면 정당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선거가 존재하는 이유다. 하지만 선거가 민주주의의 능사가 될 수는 없다. 선출된 소수가 권력을 남용하지 않고, 민주주의가 다수에 의한 폭정이 되지 않도록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삼권분립은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정파성을 띠거나 선출된 권력을 함부로 흔드는 상황은 삼권분립에 위배된다. 

추진력이 붙은 듯하던 여권의 검찰개혁이 다시 주춤해진 걸 보면 검찰 권력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한 손에 쥔 수사권과 기소권은 자체 방어를 하는 데도 위력적이다. 검찰은 직제상 행정부에 속하면서도 기소 담당 기관으로서 사법부에 준하는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처럼 검찰을 사법부에 두는 나라도 있다. 오늘날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분립은 상식적인 원리로 여겨진다. 하지만 정작 삼권분립 이론의 창시자인 몽테스키외가 사법부 권력을 경계했다는 점은 간과된다. 그는 사법부 권력을 ‘비가시적이고 없는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시민들이 법보다 재판관의 권력을 두려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본 것이다. 그는 재판관직을 사안에 따라 다른 인물로 선출하도록 하고, 그 권한을 시민에게 부여했다. 

몽테스키외의 지적처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시민의 자유를 위해 제한된 권력을 가져야 정당하다. 그러나 사법부가 정치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는 게 오늘날 현실이다. 사법부의 정치적 영향력이 비대해질수록 민주주의는 위협받기 마련이다. 소통과 참여를 통한 의사조율 과정이 사법부 판단에 맡겨지면서 정치는 비생산적인 일이며 온갖 범죄의 온상이라는 그릇된 인상을 대중에게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언론이 확증편향적 뉴스로 정치와 사법부의 결탁에 복무한다면 시민들은 공적 담론장마저 상실한다. 

   
▲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은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해 막강한 권력을 장악한다. ⓒ 연합뉴스

선출되지 않은 소수 관료가 막강한 국가 권력을 소유한 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능력주의에 기반한다. 능력주의는 능력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노력의 과정에서 개인이 처한 사회 구조적 불평등에는 침묵한다. 경쟁에 참여할 수도 없는 사람들에게 “그건 네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말하는 게 능력주의의 이면이다. 학창시절 ‘전교 1등’을 하고 어려운 고등고시를 통과한 사람이 시민의 자유에 봉사할 것이라는 믿음은 착각이다. 부모의 경제력이 자녀의 학력에 끼치는 영향은 서울대 입학생의 52%가 강남 3구 출신이라는 통계가 보여준다. 언론이 순댓국 먹는 검찰총장 모습을 중계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엘리트 관료의 특권의식을 역설적으로 시사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다. 모든 국민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한계로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면, 적어도 공직자는 국민 정서에 공감하는 사람들로 구성해야 한다. 법의 독립성은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 정의를 구현하는 데 목적을 둔다. 삼권분립의 장막 뒤에 권력의 카르텔을 구성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기만하는 일이다. 오늘날 사법 판단과 국민 법 감정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국민이 판사를 직접 선출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판사가 당선의 유불리에 따라 잘못된 판결을 내리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이 특권의식에 갇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더 큰 결함이다. 배심제 또한 사법체계에 국민이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대폭 강화해야 한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유희태 PD 

[유지인 기자]
단비뉴스 청년부, 소셜전략팀 유지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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