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발언대]

대의민주주의의 민낯을 살펴보자.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소수의 정치 엘리트에 의한 지배를 정당화해주는 제도가 대의민주주의다. 이는 소수의 정치인이 시민 다수를 합법적으로 지배하도록 만들었으며, 개별 유권자의 다양한 요구와 관심은 추상적인 것으로 단순화했다. 정치·경제·국방 등의 중요한 이슈들만 대표자들에게 전달될 뿐, 환경·인권·여성 등 대표자들이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들은 간과됐다. 

우리나라 대의민주주의에서 입법권은 시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독점하고 있다. 시민이 특정한 법률을 원치 않아도, 시민 자신의 자유와 권리가 어떤 법률에 따라 침해되더라도 시민은 어쩔 수 없이 그 법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SNS는 이런 대의민주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더 나은 정치형태를 만들 수 있다.

▲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대표주자인 페이스북. 전 세계 25억 명의 이용자를 가지고 있다. ⓒ Pixabay

SNS는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를 연상케 한다.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능동적으로 정치에 참여한다. 투표에만 의존하던 정치 참여의 영역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제는 시민들 모두가 스피커를 들고 SNS라는 거대한 광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 SNS는 캠페인과 홍보활동, 온라인투표, 전자공청회 등을 통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널리 알릴 수 있게 한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곳에서 나온 논의가 새로운 의제로 떠오르기도 한다. 이처럼 SNS는 소통 기구이고 의견 표출의 통로다. 다수에 의해 선택된 대표에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조력자 구실을 하니 정치권에서 SNS를 잘 활용하면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할 수 있다.

한편으로 SNS의 발달로 기술과 대중민주주의가 결합해 정치를 천박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SNS가 타인의 의견에 쉽게 동조하게 만들어 여론의 흐름을 오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기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선동의 도구로 SNS가 사용될 여지도 있다. 올해 초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지지세력에게 의사당으로 진격할 것을 요구하는 듯한 게시글을 올렸고, 이내 수백 명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들어가 폭력 사태를 유발했다. SNS가 대중민주주의와 잘못 결합하면 민주주의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 

SNS는 정보공유를 민주화했고, 고립된 개인이 빠르고 쉽게 다른 이들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영향은 대중적이며 즉각적이고 매우 광범위하다. 전통적으로 신문·방송 등 기성 언론의 의제설정 기능 상당 부분이 이제 SNS로 넘어갔다. 이제는 영향력 있는 SNS 활동가들이 의제를 설정하면 시민들이 이를 공유하고 정치적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SNS가 가져온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 대의민주주의의 성패는 이제 SNS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편집 : 정진명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