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세명대 등 주최 한방국제포럼

세명대와 한국교통대 정밀의료·의료기기사업단이 주관하고 충청북도와 충북바이오 헬스산업협력센터가 공동 주최한 ‘2021 충북 K-한방 정밀의료 국제포럼’이 4월 28일 충북 제천 세명대 학술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방 정밀의료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오전 10시부터 8시간 동안 강연과 토론이 진행됐다. 바이오헬스산업 관계자, 한의학 교수, 한의사, 학생 등이 참여한 이번 행사는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참석자는 오프라인으로 100여 명, 온라인으로는 1천여 명에 이르렀다.

▲ 4월 28일 충북 제천 세명대 학술관 112호에서 열린 '충북 K-한방 정밀의료 국제포럼'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생중계됐다. 화상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한 청중단의 모습이 행사장 대형 스크린에 담겼다. ⓒ 신현우

이날 행사에는 성일홍 충청북도 경제부지사, 이상천 제천시장, 권동현 세명대 총장직무대행, 박준훈 한국교통대 총장 등이 참석하고 유은혜 교육부장관과 김강립 식약처장이 영상으로 축사를 보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축하 영상에서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인재들의 수도권 유입에 따른 지방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공공기관 등과 함께 지역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 장관은 “지역에서 인재를 양성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선순환체계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일홍 충청북도 부지사는 “바이오헬스 산업과 한방, 정밀의료 등이 지역특화사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권동현 세명대 총장직무대행은 “2020년 8월부터 충청북도에 있는 16개 대학이 협력해 ‘글로벌바이오헬스허브충북’ 실현을 목표로 제약바이오, 정밀의료기기 등 지역 혁신사업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팬데믹 이후 변화, K-한방도 적응해야

한방 정밀의료 활성화를 위한 협약식 직후 엔리케 마틴스 포르투갈 리스본 공립대(ISCTE-IUL) 교수와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의 기조 강연이 있었다.

교수이자 내과의사인 마틴스 교수는 ‘맞춤형 디지털 한방(Personalized Digital Korean Medicine)’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맞춤형 정밀의료시대에 한의학의 장점을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틴스 교수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한의학 의료차트를 만들면 지금보다 정교하게 환자의 상태를 기록하고 환자 스스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한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마틴스 교수는 환자들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환경이 오면, 의사의 역할도 ‘자기 치료’를 안내하는 것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길영 부사장은 ‘데이터가 이룬 투명성,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라는 주제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시민들의 삶과 욕구 변화에 관해 강연했다. 송 부사장은 팬데믹 이후 식단이나 건강관리와 관련한 소비 형태에 변화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과거 사치품으로 여겨지던 건강관리제나 운동인들만 섭취하던 단백질보조제 등이 외부 활동 감소에 따른 운동량 부족을 채우는 필수 아이템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송 부사장은 “한방 분야도 이런 흐름과 변화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28일 세명대 학술관에서 열린 ‘충북 K-한방 정밀의료 국제포럼’에서 참석자들이 ‘한방 정밀의료 산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에 서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욱 코스맥스바이오 대표, 권동현 세명대 총장직무대행, 성일홍 충청북도 경제부지사, 박준훈 한국교통대 총장, 이상천 제천시장, 고숙희 대원대 총장. ⓒ 신현우

한방 진료·약제에도 발전한 기술 적용 필요해

기조 강연 이후 모두 6개 세션에서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서도 참석자들이 관심을 가장 많이 기울인 주제는 '한방 정밀의료의 가능성과 과제'였다.

먼저 최동준 식약처 한약제제 지역의약품안전센터장과 김재효 원광대 교수 등이 ‘한방 정밀의료의 현황’에 관해서 발표했다. 최동준 센터장은 한방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약침이나 외용약으로 제형을 확대하고 약제의 표준을 규격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효 교수는 “XR을 활용해 기존 2D 정보를 3D 데이터로 전환하고 메타버스에 적용함으로써 더 정확한 진료와 한의학 교육이 가능해진다”라고 말했다. XR은 확장현실(eXtended Reality)이라는 뜻으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을 아우르는 초실감형 서비스를 말한다.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세계다.

이어 인공지능 스타트업 기업 ㈜아크릴의 박외진 대표이사와 신현경 베스티안병원 이사가 ‘한방정밀의료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 대표는 인공지능 기반 한방정밀의료 플랫폼을 이해하기 위해 한방정밀의료에 관한 개념부터 정의했다. 그는 “한방정밀의료란 데이터를 대하는 태도 혹은 철학”이라고 말했다.

정밀의료의 핵심은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하는 것과 방대한 데이터를 개인화해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식 데이터베이스에 인공지능이 더해지면 예측이나 분석이 가능해진다. 박 대표는 “세명대가 한방정밀의료를 위한 서비스 클라우드, 지능형 한의학 센터, 데이터 교육 담당센터 등을 완비한다면 세계 최초의 지능형 한방정밀의료센터로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양방이냐 한방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환자 입장에서 좋은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요소들인 원격, 모바일, 데이터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를 한국 한의학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공지능 등을 활용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에 발맞춰 한의학도 각종 데이터를 정량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박준훈 한국교통대 총장(왼쪽)과 이상천 제천시장이 ‘2021 충북 K-한방 정밀의료 국제포럼’에 참석해 강연을 듣고 있다. ⓒ 신현우

정밀의료에 특화된 한의학, 선결과제는?

‘한방 정밀의료를 위한 선결과제’라는 주제의 세션도 있었다. 발표자들은 한의학이 정밀의료에 특화된 의학 분야이고, 데이터 중심의 정밀의료를 위해 한의학계와 산업계가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첫 번째 발표를 맡은 김현호 주식회사 7일 대표는 정밀의료의 핵심이 인구 집단을 더 잘게 나누어 분류한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집단에서 비교하는 것보다 소규모 집단 내부에서 비교할 때, 개인의 상태를 더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정밀의료를 통해 개인과 집단을 비교하는 기존 의학의 패러다임에서 개인과 개인을 비교하거나 어떤 개체 안에서 스스로 비교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세명대 학생들이 28일 ‘충북 K-한방 정밀의료 국제포럼’에 참석해 발표를 듣고 있다. ⓒ 신현우

이어 발표한 김남권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밀의료를 위해 한의학 표준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전국 한의원의 44%정도에서 전자의료기록(EMR, Electronic Medical Record)이 사용되고 있는데, 서로 다른 EMR 프로그램이 7개 이상 사용되고 있어 데이터의 표준화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태다. 김 교수는 한의학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팀을 꾸려 한의임상진료지침(CPG, Clinical Practice Guideline)을 만드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는 CPG 개발을 통해 한의학 분야 의료의 질을 올리고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 발표자인 진희정 한국한의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제로 진행한 ‘미병도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한의학의 미래에 관해 설명했다. 미병도감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이뤄져 있는데, 이용자 설문을 통해 한의학적 개체 소인을 분류한 후, 이용자의 평소 생활 습관 정보를 넣어 함께 분석하고, 이를 통해 병을 진단하고 한의학적으로 치료한다. 개체 소인은 같은 종이나 개체라 할지라도 생육 조건에 따라 발병의 정도가 다른 성질을 말한다. 진 연구원은 “미병도감은 한의학 정밀의료의 가장 기초적인 연구”라며, “정밀의료의 핵심인 코호트 연구 즉, 다양한 집단에 관한 지속적인 정보를 획득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가 끝난 후 있었던 패널 토론은 고성규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세명대 한의과 대학 본과 1학년 고영웅 학생은 “이번 포럼을 통해 한의학계 주요 현안인 정밀의료에 대해서 심도 깊게 알 수 있어 뜻 깊었다”며 “이 분야를 실제 의료 현장에 접목시키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수적일 것 같다”고 질문했다. 패널로 참여한 고호연 식약처 한약정책과장은 이에 관해 “정책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정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편집 : 이성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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