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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불러낸 행복했던 과거
[미디어비평] '숨어 듣는 콘서트'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2021년 02월 19일 (금) 22:51:56 김병준 PD dend0710@gmail.com

음악은 추억을 기록하는 사진이다. '그 노래만 들으면 그때 그 일이 생각나.' '옛날 그 노래 듣던 때가 진짜 좋았는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음악과 기억은 상관관계가 깊다. 음악이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추억을 회상하면서 우리는 현재보다 과거가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음악을 들을 때면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반응이 절로 나온다. 그 감정은 보편적이다. 과거의 음악이 시대를 넘어 소비되는 이유다.

   
▲ 음악은 오래된 사진처럼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 pixabay

과거의 음악을 이야기하며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TV 프로그램은 이런 감정에 기반하고 있다. 빠지지 않고 TV로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다. 과거가 현재보다 더 좋기만 했을까? 좋은 것만 생각하며 나쁜 기억은 빨리 잊고자 해서 그런 게 아닐까?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무드셀라 증후군’이라 한다. 이 증후군과 관련된, 음악을 매개체로 과거를 회상하는 두 프로그램은,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모습으로 과거를 소환한다.

그 시절 우리는 최고였다

<무한도전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는 2014년 무한도전 특별기획전 때 정준하와 박명수가 제안해 만들어진 특집이다. 1990년대에 활동한 가수를 모아 전성기 모습을 재현했다. 90년대 최고 가수를 무대에 다시 세웠다. 그들은 과거 화려하던 자기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 시절을 이야기하며 다시 활동할 수 있다는 재기 의욕을 보여준 것은 뒤이어 방송된 <토토가2-젝스키스> <토토가3-H.O.T>로 이어졌다.

   
▲ <무한도전-토토가>는 90년대 활동한 톱가수를 무대로 다시 불러왔다. © MBC

이 프로그램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 방송), <응답하라 1994>(2013 방송)부터 이어져 온 90년대 향수 프로그램의 음악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가수들은 90년대로 돌아가 추억에 빠져들었다. 연예계 활동을 하지 않고 세 아이 육아를 하던 S.E.S.의 슈는 “다시 하자”며 “서너 곡 할 걸 그랬나, 이제 또 언제 하지”라며 벅찬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방송 이후 2014년 연말에는 90년대 신드롬이 일어나 90년대 곡들이 오랫동안 음원 차트를 독식했다.

부끄러운 과거지만 좋아해

무대 위에서 화려한 모습을 보여 준 가수들이지만, 주위 사람에게 이 가수 노래를 듣는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노래를 <문명특급>에서는 ‘숨듣명 -숨어 듣는 명곡’, 남들과는 같이 들을 수 없는, 대놓고 듣기에는 조금 창피스러운, 혼자 있을 때만 남몰래 꺼내 듣는 2010년대 명곡이라고 정의한다. 10년 전에 좋아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려웠던, 그래서 혼자 좋아했던 것을 이제는 숨어서 듣지 말고 함께 듣자는 것이다.

   
▲ <숨듣명>은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과거도 우리의 소중한 추억임을 일깨운다. © SBS

제작진은 <숨듣명>에 함께해줄 가수를 섭외하면서 우스꽝스러울 수 있는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가수의 사연도 이야기하도록 했다. 당시 20대 초반이던 한 가수는 회사에서 정해준 컨셉의 노래를 불러야 했던 심정을 이야기한다. 티아라는 ‘yayaya’ 뮤직비디오를 만들 때 가수나 안무가가 반대한 컨셉을 사장의 독단에 밀려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한다. ‘롤리폴리(Roly Poly)’ 활동 때는 의상비로 3000원만 지원받아 의상을 별도로 준비했다며 아이돌 가수 역시 노동자임을 토로한다.

가사의 의미가 잘못 전달되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유키스의 ‘시끄러!!’나 틴탑의 ‘향수 뿌리지 마’의 가사는 연인이 아닌 다른 이성과 바람 피우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사회 문제가 있는 가수 때문에 남에게 말 못 하고 숨어 듣던 노래도 이야기한다. SS501의 ‘UR MAN’을 무대에 올릴 때는 멤버 중 허영생과 김규종 둘만 섭외했다. 진행자 재재의 옷은 과거 빅뱅을 떠올리게 하지만, 빅뱅에 관한 언급은 없다. 과거를 이야기하며 추억을 회상하고자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사회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다시 미디어로 불러들이는 발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두 프로그램 모두 음악을 통해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인다. <무한도전-토토가>는 1990년대 화려하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며 시청자를 과거로 빨려 들어가게 한다. <문명특급-숨듣명> 콘서트는 2010년대에 우리가 좋아했지만, 화려하기만 하지는 않았던 사연을 함께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당당하게 말하기에는 부끄러웠던 이야기를 이제는 함께 할 수 있게 공감대를 형성한다. 

삶은 때론 불행하고 때론 행복하다. 불행한 과거는 시간이 지나며 옅어지고 행복은 시간이 지나며 더 소중해진다. 앞만 보며 달려가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지치고 힘들 때 긍정의 에너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과거 음악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편집 : 유재인 기자

[김병준 PD]
단비뉴스 미디어콘텐츠부, 시사현안팀 김병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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